밀리터리

자신이 쏜 기관포를 맞고 추락한 전투기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제목의 진귀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은 믿기도 어렵지만 이것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일어났다는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이제 해가 바뀌어 2020년의 아침을 맞았는데 작년에 네덜란드의 국영방송인 NOS는 국방안전검사소(Inspectie Veiligheid Defensie)의 발표를 인용하여 2019년 1월 21일, 훈련 중이던 두 대의 F-16 중 한 대에서 발사된 발칸포(M61A1)의 20㎜ 포탄이 동체를 관통하여 엔진을 손상시키는 바람에 추락할 뻔하였으나 다행히 플릴란트(Vlieland) 섬에 있는 레이우아르던 공군기지(Leeuwarden Air Base)에 비상착륙하여 조종사와 전투기 모두 무사히 귀환하였다고 보도하였다.

현재까지 이 사고의 원인에 대한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이와 유사한 사고는 1956년에도 일어났었는데 그 때는 조종사는 무사하였으나 기체는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다.

지금의 노스럽 그러먼으로 인수합병 되기 전, 미국의 군용기 제작업체였던 그러먼(Grumman)에서는 항공모함용 1인승 제트 전투기인 그러먼 F-11 타이거(Grumman F-11 Tiger)를 생산하였는데 1956년 9월 21일 테스트 파일럿이었던 톰 애트릿지(Tom Attridge)는 그의 두 번째 F11F-1 비행이자 그러먼 전체로는 41번째의 비행에서 20㎜ 기관포의 사격시험을 실시하기로 되어 있었다.

F-11 타이거

 

그 날도 22,000피트에서 마하1을 돌파하면서 20° 각도로 애프터 버너를 가속한 다음, 고도 13,000피트(4,000m)를 통과하면서 20㎜ 기관포인 콜트 MK 12(Colt Mk 12)를 4초간 발사하였고 다시 3초를 기다렸다가 두 번째로 기관포를 발사한 후 고도가 7,000피트에 이르렀을 때 기체에 큰 충격을 느끼고 제어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콜트 MK 12

 

톰 애트릿지(Tom Attridge)는 비행장에 착륙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으나 실패하고 근처의 숲에 불시착하였는데 구조헬기가 3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하여 톰 애트릿지(Tom Attridge)는 무사히 구조하였으나 기체는 전손되고 말았다.

톰 애트릿지(Tom Attridge)는 F11F-1을 제어하기가 어려웠던 원인이 조류의 충돌로 인한 버드 스트라이크였을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미해군과 그러먼의 합동조사에 의해 그가 발사한 20㎜ 기관포탄이 기체에 명중하였던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고도 4,000m에서 20° 각도로 비행하는 상태에서 기관포가 발사되었고 급가속하여 비행하는 전투기의 귀적과 기관포탄의 궤적이 일치하면서 콜트 MK 12의 20㎜ 기관포탄이 기체를 관통하여 엔진을 손상시키게 되었던 것이라고 한다.

조금 쉽게 얘기하면, 발사된 기관포탄은 일정시간 직진하지만 직진성이 저하되면 중력에 의해 지상으로 낙하하게 되는데 이것이 하강하는 F-11 타이거의 비행궤적과 일치하면서 이런 만화에나 나올 법한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라고 한다.

미국 해군은 이 사건이 있고 난 뒤 이와 같은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F11F-1에서 기관포를 발사한 다음에는 반드시 하강각도를 지키도록 제한하는 등 미봉책에 불과한 대책을 내놓았는데 다목적 기능의 부족 등과 같은 성능의 문제로 1957년부터 1961년까지 4년 동안에 실전부대에서 모두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처럼 미국의 해군으로부터 관심을 끌지 못하게 되자 그러먼에서는 F-4 팬텀Ⅱ에 채용된 터보제트엔진인 제너럴 일렉트릭의 J79를 탑재한 개량형인 F11F-1F 슈퍼 타이거를 개발하지만 미국 해군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이때 무려 230대나 구매하겠다고 나선 나라가 바로 일본이었다.

F11F-1F 슈퍼 타이거

 

일본은 항공자위대가 보유하고 있던 F-86 세이버의 후속으로 F11F-1F 슈퍼 타이거 230대를 도입하는 승인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정치자금이 건네진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사회문제로 확대되었고, 급기야는 민관합동조사단이 미국으로 건너가 2달이 넘는 기간을 조사한 끝에 결국에는 록히드의 F-104 스타파이터로 변경되고 말았다.

F-104 스타파이터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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