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자위대의 장비를 보면 “10식 전차”, “90식 전차”, “16식 기동전투차량”과 같이 제식화된 명칭을 사용하는 것들도 있고 “고기동차량”, “경장갑기동차량”처럼 제식화되지 않은 명칭을 사용하는 장비들도 있습니다.
조금은 복잡하고 알쏭달쏭한 일본자위대의 제식제도에 대하여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일본자위대의 제식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7년 8월까지 시행되었던 “제식요강”이 적용되던 시기와 이것이 폐지되고 2007년 9월에 새롭게 도입된 “장비 등의 부대 사용에 관한 훈령”이 적용된 이후의 시기로 구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선 “제식요강”이 적용되던 2007년 8월 이전에는 장비의 주요제원과 구조 및 장비의 형식통일에 필요한 사항을 방위청장관의 결정으로 제식화하여 “○○식”으로 명명하였습니다.
“○○식”에서 ○○은 예산이 조달된 연도를 말하는데 예를 들어 89식인 경우에는 1989년도의 예산에서 조달하여 도입한 장비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1989년에 예산을 조달하여 장비를 실제 배치하기까지 몇 년의 기간이 걸리더라도 제식번호는 89식이 되기 때문에 그것은 배치된 연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입니다.
이런 제식제도가 폐지되고 2007년 9월부터 “장비 등의 부대 사용에 관한 훈령”이 적용된 이후에는 장비를 명명하는 것은 “부대사용승인”이라는 형태로 바뀌게 됩니다.
“부대사용승인”이라고 하는 것은 자위대가 사용하는 모든 장비를 업무차량과 같은 방어전용차량(전투용을 의미) 이외의 차량과 공병장비 및 군에서 사용하는 각종 비품 등을 “일반장비로” 구분하고 그 외에 항공기, 무기 및 탄약, 방어전용차량, 수중무기, 전파장비, 통신장비 및 시스템, 지휘통제시스템 등과 같은 국방에 필수적인 것들을 “중요장비품”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중요장비품”에 대해서는 육해공 각 막료장(우리의 참모총장에 해당)이 방위청장관에게 장비를 사용하기 위한 승인을 얻기 위한 사용신청을 하는데 신청서에는 장비의 명칭, 제원, 구조 등의 형식을 통일하는데 필요한 항목을 기재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방위청장관은 신청내용을 심사하여 “부대사용승인”을 하게 되며 이것은 이전까지의 제식제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 2015년 7월에 제작된 “경장갑기동차”의 이름은 2007년 9월 이후의 “부대사용승인”에 의하여 명명된 것이어서 이전의 ○○식이라는 제식번호와는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장갑기동차 명판
그런데 아래의 “16식 기동전투차”와 같은 명칭은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전의 제식제도에 의한 것이라면 2016년 예산에서 조달하여 배치된 장비라는 것이 되지만 2007년 9월 이후에 조달된 것이어서 기존의 제식번호와는 다르기 때문에 혼란을 겪습니다.
16식 기동전투차
2007년 이후의 장비들 중에는 “12식 지대함유도탄”, “16식 기동전투차량”, “13식 낙하산” 등과 같은 이름들도 있는데 이것은 기존의 제식제도를 폐지한 후에도 그 경과조치로써 관례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들입니다.
12식 지대함유도탄
13식 낙하산
16식 기동전투차량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에 따라 2015년 10월 1일 개정 “장비 등의 부대 사용에 관한 훈령”의 부칙 제3항의 “구 훈령은 이 훈령의 시행 후에도 여전히 그 효력을 가지며, 그 제식의 폐지에 대해서는 종전의 예에 의한다.”는 규정에 따라 기존의 제식제도와 같은 명명을 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적용되는 기준은 있는데 예를 들어 1993년부터 조달된 “고기동차량”이나 2001년부터 조달된 “경장갑기동차”와 같이 장비의 부품을 특별하게 제작하여 사용하지 않고 일반적인 부품, 즉 가전제품에서 사용되는 부품들을 사용하여 비용절감을 도모할 수도 있는 특별히 제식화하여 형식의 통일을 요하지 않는 장비라고 판단되는 것들에는 “○○식 고기동차량”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지금까지 제식제도에 의거하여 명명한 장비에 대해서는 그 장비의 사용이 폐지되기 전까지는 기존의 규칙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과규정의 적용이 모두 사라지고 새로운 “부대사용승인”이라는 제도가 자위대에 완전히 정착되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이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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