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일본의 온천에는 악어가 산다.

2020년에 핀란드식 사우나가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자 온천문화가 뿌리 깊은 일본에서도 일본의 온천문화를 등재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오늘의 주제인 악어가 살고 있는 온천이다.

일본은 자국의 온천문화를 알림에 있어 피곤한 심신을 회복시키고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평화로운 성역이었으며, 전시(戰時)에는 어린이들을 피난시키는 장소였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서는 온천에 서식하는 악어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 과제의 하나로 대두되었다.

일본의 제43대 겐메이천황(元明天皇)의 명으로 713년에 편찬된 풍토기(風土記)에도 나오는 것처럼 일본에는 천 년 이상 전부터 남녀노소가 함께 혼욕하는 문화가 있었으나 폐쇄된 공간에서 남녀가 함께 있음으로 인해 풍기가 문란해지자 1791년 간세이 개혁(寛政の改革)에서 남녀의 혼욕을 금지하는 정책을 실시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남탕과 여탕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나 일본의 개항임무를 띠고 밀러드 필모어 대통령의 친서를 에도막부에 전달했던 매슈 페리(Matthew Calbraith Perry)가 쓴 ‘일본원정기’에도 혼욕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이 기록되어 있는 것에서 보듯이 일본의 혼욕문화는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이와 더불어 수영복을 입고 온천을 즐기는 서양인들의 눈에는 전라의 상태로 혼욕을 즐기는 일본의 문화가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자 일본은 우선 외국인들의 출입이 잦은 도쿄, 오사카, 요코하마에서는 혼욕을 금지함과 아울러 어린아이들도 7세 이상은 혼욕을 금지하는 법률을 1890년에 제정하였다.

그러나 현재도 료칸과 숙박시설이 운영하는 온천 56곳에는 혼탕을 운영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 일본의 혼욕문화는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유네스코에 등재하기 위해 혼욕에 대한 올바른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혼욕이 가능한 일본의 온천 숙박시설

 

자, 이제 오늘 얘기의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일본의 혼욕온천에는 입욕하는 여성들을 훔쳐보는 쓰레기들이 있는데 물속에서 눈만 내놓고 여성의 신체를 쳐다보는 모습이 마치 악어와 같다고 해서 이들을 일컬어 악어(와니: ワニ)라고 비하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혼욕 시에는 알몸으로 탕에 들어가는 것이 전통이라 주장하는 일본인들도 있으나 알몸으로 혼욕하는 것보다는 탕에 들어갈 때 특별한 옷을 입고 온천욕을 즐기는 것이 훨씬 더 전통적인 일본의 혼욕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야마나카 온천의 역사를 그린 그림책인 야마나카온센엔기에마키(山中温泉縁起絵巻)에는 남성은 유훈도시(湯ふんどし), 여성은 유모지(湯文字)를 입고 혼욕을 즐기는 모습이 나온다.

그런데 간혹 일본의 혼욕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보면 아래의 이미지를 함께 올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작품은 토요하라 쿠니치카(豊原国周)가 그린 것으로 혼욕하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이 아니다.

단지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검정색 옷을 입은 남성이 여성의 때를 밀고 있는 것인데, 이런 남성을 일컬어 산스케(三助)라 불렀으며 여성은 유나(湯女)라고 불렀으나 블로그에서 다루기엔 조금 부적절한 듯하여 예서 멈추기로 한다.

아무튼 일본의 혼욕문화는 남녀가 최소한으로 몸을 가리고 온천을 즐기는 것이 더 일반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문화를 부활시키고 정착시키기 위하여 나온 상품이 바로 온천할 때 입도록 만든 옷이다.

특히 여성들이 자유롭게 온천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예전의 유모지(湯文字)를 개량하여 만든 유아미(湯あみ)가 요즘은 많이 보급되고 있으며 남성들을 위한 반바지 형태의 것도 유아미라 부르며 다른 말로는 유키(湯着)라고도 부른다.

아래의 사진은 여성의류 전문 브랜드인 와코루와 오카야마현 마니와시가 공동개발한 유아미키(湯あみ着)를 입고 온천을 즐기는 여성들의 모습이며 장소는 오카야마현을 대표하는 온천관광지인 유바라온천(湯原温泉)에 있는 스나유(砂湯)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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