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인종차별이 불러온 미군의 폭동(Battle of Bamber Bridge)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미군 내에서도 인종차별이 심했었는데 대표적인 케이스로 흑인조종사들로만 구성된 ‘터스키기 에어맨(Tuskegee Airmen)’은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영화 진주만에서 쿠바 구딩 주니어가 맡았던 ‘도리스 밀러(Doris Miller)’는 실존인물로서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했을 때 전함 웨스트버지니아 호의 취사병으로 근무하고 있었으며 기관총 사수가 전사하자 대신하여 총을 잡고 일본군 전투기 두 대를 격추하는 전공을 세워 해군 십자훈장(Navy Cross)을 받은 인물인데 도리스 밀러와 같이 흑인병사들은 전투병보다는 취사병이나 운전병 등 병참지원 업무에 배치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이렇게 억눌려 있던 인종차별에 대한 불만은 뜻밖에도 영국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에서 무력을 동반한 사건으로 터져 나오고야 말았는데 이 사건이 오늘의 주제인 ‘뱀버 브릿지 전투(Battle of Bamber Bridge)’라고 불리는 폭동사건이다.

이 사건을 미국은 전투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부르고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폭동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

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되면서 많은 흑인병사들도 영국땅을 밟게 되었는데 그들은 미국에서 당시 시행되고 있던 짐 크로법(Jim Crow Law)에 의해 흑인과 백인을 분리하는 차별을 받다가 그런 법이 없는 영국에서 인종차별을 받지 않게 되자 그야말로 신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흑인병사들은 술집, 영화관, 댄스홀 등 어디를 가더라도 환영을 받았고 운송수단도 사용에 제한이 없이 영국의 백인남녀들과 함께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던 미군 고위층의 우려는 커지고 있었다.

미군 고위층의 시각은 영국에서 평등을 경험한 흑인병사들이 귀국하게 되면 급진화 되어 사회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에 따라 영국의 군과 민간에 흑인들을 분리하는 정책을 실시해줄 것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흑인을 분리해줄 것을 요청한 술집을 나가보면 실제로는 흑인병사들을 환영한다는 간판을 내건 곳이 있을 정도로 미군 당국의 생각과는 다르게 영국인들은 행동을 했고 백인보다 예의바르고 정중하다는 칭찬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흑인병사들을 환영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영국의 이러한 사회분위기와는 달리 미군 헌병대에서는 흑인병사들을 영국의 백인들과 분리하려는 시도를 계속하였고 결국 이것은 1943년 6월 24일의 불상사를 가져오게 된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난 1943년 6월 24일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국에서 미군의 폭동사건인 ‘뱀버 브릿지 전투(Battle of Bamber Bridge)’가 일어나기 며칠 전에 미국에서는 디트로이트 폭동이라는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1943년 6월 20일부터 22일까지 이어진 흑인들의 인종차별에 항거한 폭동은 급기야 주 방위군의 투입으로 이어져 모두 34명의 흑인이 경찰과 방위군에 의해 사망하게 되는데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이 사건을 이용하여 흑인병사들이 미국을 위해 싸우지 말 것을 위무하는 전단을 배포하기도 하였다.

본토에서의 폭동으로 같은 흑인들이 사망한 사실은 전쟁에 참전한 흑인병사들에게도 알려졌고 이 때문에 영국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당국은 더욱 더 백인과 흑인병사들을 분리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1943년 6월 24일 밤, 1511 병참부대 소속의 흑인병사들 몇 명이 영국군인과 시민들과 어울려 뱀버 브릿지에 있는 술집(Ye Old Hob Inn)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이곳을 지나던 미군 헌병이 복장불량을 이유로 한 명의 흑인병사를 체포하려고 하는 일이 일어났다.

사건이 일어났던 Ye Old Hob Inn

 

그러자 동석하고 있던 영국인들이 항의하고 나서면서 고성과 주먹다짐이 일어났고 숫자에서 밀린 헌병은 물러났지만 병력을 보충하고 무장을 강화하여 다시 술집으로 오게 되는데 그 와중에 총기가 발사되어 흑인병사가 목에 부상을 당하게 되자 병원으로 호송할 것을 흑인병사들이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헌병장교는 이를 거부하고 부상병을 영내로 이동시키게 된다.

부상당한 흑인병사가 기지로 돌아오자 헌병이 흑인병사를 죽이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공포감이 휩쓸었고 마침내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흑인병사들 중 일부는 무장을 하고 헌병들과 교전을 벌이게 되었던 것이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윌리엄 크로스랜드(William Crossland)란 흑인 일병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당하였으며 모두 32명의 흑인병사들이 유죄판결을 받고 적게는 3개월에서부터 많게는 15년이라는 징역형을 언도 받았다. 그러나 영국군과 시민들의 노력으로 대부분 형량이 감소되어 1년이 지난 뒤에는 모두 자대로 복귀하여 다시 복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1948년에 미국은 군대 내에서 인종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하게 되었고 1964년에는 민권법이 제정되어 공식적으로는 인종차별이 사라진 것으로 되었지만 여전히 미국사회는 인종차별이 벌어지고 있음은 세상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2차 대전에 참전한 흑인병사들이 헌병의 인종차별에 대항하여 벌였던 ‘뱀버 브릿지 전투(Battle of Bamber Bridge)’로 불리는 이 사건은 당시 미국의 언론 어느 곳에서도 보도되지 않았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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