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후인(湯布院)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맛보는 음식을 들라면 단연코 대회에서 금상(金賞)을 받았다는 금상고로케(金賞コロッケ)일 것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이런 조그마한 곳에서 만드는 고로케가 일본에서 1등을 했다니 얼마나 맛이 좋길래 그런 걸까?” 하고 생각하기 쉽다.
게다가 유후인에 있는 금상고로케를 파는 가게 중에서 금린호(金鱗湖:긴린코) 가까이 있는 가게를 소개하는 글이나 광고들이 본점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더 그렇게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면 지금부터 유후인의 금상고로케를 판매하는 곳에서 만든 고로케가 금상을 받은 것인지 그 진실을 알아보기로 하자.
금상고로케의 진실을 확인하는 데에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일본대표팀의 선수로도 뛰었던 나카타 히데토시의 일화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나카타 히데토시는 현역을 은퇴한 뒤 월드컵이 열리는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오픈하는 나카타 닷넷 카페(nakata.net cafe)를 운영하고 있는데 남아프리카 월드컵이 열렸던 2010년에는 하라주쿠역 근처에서 카페를 오픈하였고 그 카페에서 판매한 음식들 중에는 나카타 히데토시가 유후인에서 처음으로 맛보았던 금상고로케도 들어있었다.
그렇다면 나카타 히데토시가 금상고로케 판매를 위한 승낙을 받았던 곳은 유후인에 있는 가게였을까?
유후인의 금상고로케가 고로케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면 나카타는 그곳의 대표에게 허락을 구했겠지만 의외로 나카타가 찾아가 판매허락을 구한 곳은 야마구치현 (山口県)에 있는 쇼짱고로케(昭ちゃんコロッケ)라는 곳이었다.
나카타 히데토시가 판매를 위해 허락을 얻으려 했던 고로케 가게는 유후인에 있는 가게가 아니라 야마구치현에 있는 가게였던 사실에서 유후인의 금상고로케 가게가 직접 금상을 받은 가게가 아님을 우리는 잘 알 수 있다.
1947년 야마구치시에서 식육점을 운영하고 있던 다나카 마사미(田中正美)는 본인이 좋아하던 고로케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결심하고 10여년의 노력 끝에 1957년부터 고로케를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판매하는 고로케의 이름을 쇼짱고로케(昭ちゃんコロッケ)라고 지었던 것은 다나카 마사미의 동생이 노래를 잘불러 쇼짱이라 불리웠기도 했고 다나카 마사미도 당시 쇼짱의 모험이란 만화를 좋아해서 쇼짱고로케라 명명하고 아예 상표등록을 하였다고 한다.
그만큼 야마구치현에서는 맛집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던 모양인데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는 계기가 바로 고로케대회에 참가하여 금상을 받았던 것이었다.
1987년 열린 ‘제13회 전국식육산업전’ 행사의 일환으로 ‘전국 수제 고로케 콘테스트’가 NHK의 주관으로 개최되었는데 바로 이 대회에서 쇼짱고로케가 금상을 수상했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NHK의 ‘일본열도 지금 6시’란 프로를 필두로 각 방송사와 언론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판매망을 확장하기에 이르렀고 마침내 2004년에는 제조공정을 자동화하고 공장을 증설하게 된다.
유후인에서 금상고로케를 먹어본 사람들은 갓 구워낸 고로케의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좋다는 말들을 하지만 사실 금상고로케는 즉석에서 반죽하여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장에서 급속냉동한 것을 튀겨서 만든다.
쇼짱고로케의 현 대표인 다나카 미토(사진 오른쪽)씨는 2009년 자신을 찾아와 고로케를 판매하게 해달라고 말했던 나카타 히데토시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실현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가 있다.
유후인의 명물로 이름 높은 금상고로케의 원조는 야마구치현에 있는 쇼짱고로케주식회사이며 유후인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야마구치는 물론 히로시마, 시마네, 오카아먀 등지의 매장은 물론 온라인 구매를 통해서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오늘 얘기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