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투낚시

원투낚시용 장비의 발전사② 총성 없는 전쟁터

원투낚시에 사용하는 장비는 로드(낚싯대)와 릴이 기본이 됨은 자명한 일이고 특히 릴에 대해서는 앞으로 몇 차례의 포스팅을 통해서 별도로 알아볼 계획이지만 원투낚시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는 료비사의 ‘프로스카이어7’과 다이와의 ‘토너먼트 서프’를 주저 없이 꼽을 수가 있습니다.

특히 다이와의 ‘토너먼트 서프 Z45Ⅱ’는 당시로는 한계치로 생각되던 300g대의 자중을 실현(395g)하였으며, 특히 이전까지 각사의 릴들이 28㎜의 스토르크를 채용한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개방각도를 10° 넓힌 60°로 하면서 45㎜의 롱스트로크를 채택하여 2001년에 선을 보인 ‘토너먼트 서프 Z45C’는 각종 대회에서 료비사의 ‘프로스카이어7’시리즈를 밀어내고 1위부터 상위권을 휩쓸면서 시장을 석권하게 됩니다.

릴에 대한 얘기는 각사의 기종들에 대한 성능을 비교하면서 다음에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고 오늘은 로드에 관한 얘기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원투낚싯대의 발전은 경량화와 신소재를 사용한 구조적 보강이라는 단계를 거쳐 이제는 고탄성 소재를 사용한 로드의 생산으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1978년 세계최초로 카본을 사용한 원투낚싯대인 순세기(純世紀)란 모델을 일본의 올림픽사가 출시하면서 시장을 지배하게 되지만 곧이어 1980년 무렵에는 각사들이 앞 다투어 카본을 사용한 원투로드를 출시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원투낚싯대의 무게는 100g/m를 목표로 각사는 경쟁을 하였고 이의 승자는 다이와로서 ‘위스커 더 캐스터’라는 모델이 385g이라는 최고 가벼운 자중을 달성하였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은 다이와의 ‘위스커 더 캐스터’가 아니라 이보다 40g 무거운 시마노의 ‘하이파워 X 프로 셀렉트’였는데 성능과 감도라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실조용으로 널리 보급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1985년에 접어들면서부터 로드의 경량화 전쟁은 뒤로 밀리게 되고 그보다는 구조적 보강과 신소재를 활용한 로드의 개발에 치중하게 됩니다.

크로스 래핑 방식으로 로드의 구조적 보강이란 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던 시마노는 더욱 고탄성의 카본을 사용하여 395g의 경량화를 이룬 ‘트윈파워X 키스 스페셜’을 출시하면서 시장지배력을 더욱 확고히 하려고 했고 다이와는 이에 대항하여 비정질 금속을 보강재로 사용한 공법을 활용하여 세계최초로 금속 복합로드를 선보이게 됩니다.

한편 료비에서는 비정질 금속을 사용한 ‘프로 타겟’ 시리즈를 출시하고 올림픽사에서는 기존의 보론 로드를 새롭게 개량한 ‘보론 센츄리’ 시리즈를 출시하였는데 올림픽사에서 출시했던 보론 로드는 다음에 연재할 글에서 자세히 언급하게 되겠지만 보론의 배합비율에 따른 성능의 차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은 얻지 못하고 일부 매니아 층에서만 큰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시마노를 위협하는 각사들이 금속복합 로드라는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자 시마노도 이에 대응하여 1980년대 후반에 파인세라믹스를 보강재로 사용한 ‘파인’시리즈를 출시하게 됩니다.

경량화의 전쟁을 거쳐 신소재를 사용한 로드의 보강이라는 경쟁을 지나 각사들이 고탄성 카본을 이용한 반발력의 극대화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이면에는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함께 밀어닥친 일본의 버블 붕괴로 인한 신소재 개발에 대한 투자 위축도 한 가지 원인이겠지만 이와 함께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여 도입한 제품의 안전성이 미흡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제조 기업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하는 법률인 PL(Product Liability: 제조물책임)법도 원인이 되었는데 그 이유는 로드가 부러졌을 경우 금속 파편에 의한 부상이 가장 크게 우려가 되는 점이었고 이로 인해서 금속복합로드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맙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1990년대 후반부터 시마노는 시장점유율을 확고히 다지게 되는데 이에 위기감을 느낀 다이와에서는 “원투낚시용 장비의 발전사①”에서 알아보았듯이 스포츠 캐스팅을 위한 모델의 개발을 중단하였던 것을 다시 재개하여 1997년에 ‘하테라스’라는 모델을 출시하였고 2001년에는 ‘선다우너’를 출시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국내에서도 원투낚싯대가 출시되기 시작하는데 그 전면에는 대형 조구사들이 아닌 소규모 업체들의 노력이 나타나게 됩니다.

저는 낚싯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곧잘 자동차에 비유하여 말하곤 합니다. 현재, 많은 비판과 함께 수익성에서 의문을 받고는 있지만 전기자동차 하면 우리는 테슬라를 떠올리게 됩니다.

굴지의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내연기관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연비의 개선과 친환경이라는 면에 치중할 때 테슬라는 그들이 생산하는 작고, 느리고,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자동차가 아니라 차량 본연의 목적에 맞게 전기자동차의 장점을 부각한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선두업체가 되게 됩니다.

전기자동차의 생명과도 같은 배터리는 파나소닉이 독점공급을 하고 있는데 원투낚싯대를 개발하는 업체들이 소재가 되는 카본을 생산할 필요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소업체들이 뛰어난 로드를 생산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눈여겨보고 있는 한 업체는 경량화라는 측면만 놓고 본다면 세계최고의 위치에 근접하기도 하였기에 앞으로의 발전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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