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007 골드핑거의 숨은 이야기

영화 007 골드핑거의 숨은 이야기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개봉이 11월로 연기되었다고 한다. 007의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배우들 중에서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가장 잘 어울렸다고 생각하는 숀 코네리는 번외편인 1983년작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까지 포함한다면 로저 무어와 함께 가장 많은 7편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었다.

제1대 007이라는 것을 떠나서 로저 무어보다야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만 오늘은 숀 코네리가 주연을 맡았던 1964년 작 007 골드 핑거의 얘기를 해볼까 한다.

007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인 숀 코네리 주연의 ‘골드핑거’의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마도 22편인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도 오마쥬했던 아래의 장면일 것이다.

 

골드핑거

 

퀀텀 오브 솔러스

 

골드핑거에는 실제 첩보원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만든 씬이 있는데 숀 코네리가 흰색의 턱시도 위에 잠수복을 착용하고 침투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으로 2차 대전 당시 네덜란드 출신으로 영국 특수작전수행대(SOE: Special Operations Executives)와 합동으로 작전을 수행했던 피터 태즐라(Peter Tazelaar)의 경험담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런 내용은 영국의 케이스 제프리(Keith Jeffery)란 역사학자가 쓴 ‘MI6’란 책을 통해서 공개가 되었다.

 

피터 태즐라(Peter Tazelaar)는 2차 대전이 발발하기 전인 1938년 9월에 해군장교후보생으로 훈련을 받고 있었는데 1940년 5월 10일, 독일이 네덜란드를 침공하자 저항조직인 오드딘스트(Ordedienst)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그러던 중 나치와 싸우기 위해서는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지휘부의 판단에 따라 피터 태즐라(Peter Tazelaar)는 영국정보국과 접촉하기 위한 임무를 띠고 영국으로 잠입하여 2명의 대원과 함께 망명해 있던 빌헬미나(Wilhelmina) 여왕과 연락하고 여왕의 아파트에 기거하면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 태즐라(Peter Tazelaar)는 영국 비밀정보부로부터 ‘콘택트 홀랜드(Contact Holland)’라는 작전을 수행하라는 지시를 받게 되는데 이 작전은 네덜란드 공군조종사였던 브람 반데르 스톡(Bram van der Stok)이 수립한 것으로 네덜란드의 저항세력을 해외로 도피시키거나 잠입시키는 것이 주된 임무인 작전이었다.

공교롭게도 브람 반데르 스톡(Bram van der Stok)이란 사람도 영화와 관련이 있는데 “영화처럼 실제로 일어난 2차 대전 당시의 대탈주극”이란 글에서 언급했던 스탈라그 루프트 제3 수용소(Stalag Luft III)에서 실제로 포로생활을 했던 그는 세 번의 시도 끝에 1944년 3월 24일 탈출에 성공하였는데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대탈주(The Great Escape)’에서 제임스 코번이 맡았던 루이스 세드윅(Louis Sedgwick)이란 배역의 모델이 바로 브람 반데르 스톡(Bram van der Stok)이었다고 한다.

 

앞줄 왼쪽이 제임스 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콘택트 홀랜드(Contact Holland) 작전은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처음으로 실행에 옮겨지게 되는데 이때 작전을 수행한 인물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피터 태즐라(Peter Tazelaar)와 에릭 하젤호프 로엘프제마(Erik Hazelhoff Roelfzema)를 비롯한 4명의 대원들이었다.

1941년 11월 23일 밤, 이들 4명은 나치가 점령하고 있던 네덜란드의 휴양도시 스헤브닝겐(Scheveningen)에 잠입하여 저항군으로 활동하던 2명을 탈출시키는 임무를 맡고 조그만 배를 타고 해안으로 접근한 다음 피터 태즐라(Peter Tazelaar)는 잠수복 안에 흰색이 아닌 검정색 턱시도를 착용하고 에릭 하젤호프 로엘프제마(Erik Hazelhoff Roelfzema)는 그 위에 브랜디를 부었다.

 

왼쪽: 태즐라, 오른쪽: 로엘프제마

 

그런 다음 해안에 닿은 피터 태즐라(Peter Tazelaar)는 잠수복을 벗고 술 취한 연기를 하며 나치장교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는 호텔로 들어갔다.

그러나 저항군을 탈출시키기가 불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무전기마저 고장이 나고 탈출작전을 독일군들이 눈치채는 바람에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비록 작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피터 태즐라(Peter Tazelaar)는 공로를 인정받아 네덜란드의 최고 군사훈장(Military William Order)도 받고 빌헬미나(Wilhelmina) 여왕의 보좌관으로도 채용된다.

 

귀국하는 빌헬미나 여왕을 영접하는 태즐라(우측)와 로엘프제마(맞은편)

 

국내 언론을 보면 콘택트 홀랜드(Contact Holland) 작전은 이것을 마지막으로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그것은 100% 틀린 사실로 피터 태즐라(Peter Tazelaar)에게는 마지막이었을지는 모르지만 계속 실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나치에 협력하는 반역자가 나오는 바람에 저항군들이 희생되었던 영화와도 같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내용은 영화 ‘007 골든핑거’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공개되지 않은 비밀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을 각본을 썼던 폴 덴(Paul Dehn)이 알 수 있었던 것일까 하는 점은 의문으로 남는다.

만일 폴 덴(Paul Dehn)이 이런 사실을 알고서 썼다면 영국 정보당국의 비밀 관리체계가 허술하였다는 반증이고, 그렇지 않고 모르고 썼다면 상상력이 뛰어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의 상상력만으로 쓴 것이었다면 결국 역사학자인 케이스 제프리(Keith Jeffery)가 쓴 ‘MI6’란 책은 끼워 맞춘 것에 불과한 거짓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