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과연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할 수 있을 것인지를 두고 전 국민의 관심이 뜨거운데, 우리사회의 이면에는 소위 지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비뚤어진 자녀사랑이 또 다른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과연 그 사람들의 자녀들은 사회의 지탄을 받는 자신의 부모에 대하여 어떻게들 생각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는데 1994년도 제6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하여 7개 부문에서 오스카상을 수상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가 바로 그것이다.
다들 잘 알고 있는 이 영화에서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유태인수용소의 소장이었던 아몬 괴트(Amon Leopold Göth)에 대한 것이다.
이 수용소의 이름은 폴란드어로 크라코프 푸아쇼프(Kraków-Płaszów)로 아몬 괴트는 이 강제수용소의 세 번째 소장이었는데, 그가 부임하기 이전에는 수감된 유태인들을 죽이는 일이 없었으나 그가 부임하고부터는 “적어도 한 사람의 수용자를 쏘지 않고는 아침식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존자들의 증언이 있을 정도로 악명이 높았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에서 배우 랄프 파인스가 맡았던 아몬 괴트는 그가 살던 빌라의 발코니에서 유태인 수용자들을 총으로 사살하는데 아래의 사진이 실제 발코니의 모습이며 수용소의 지형과 배치 등으로 인해 실제로는 발코니에서 수용자들을 사살할 수는 없었고, 단지 공포심을 주고자 함이 목적이었다고 한다.
1946년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한 아몬 괴트(Amon Leopold Göth)가 2015년에 다시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는 일이 일어나는데 그것은 제니퍼 티게(Jennifer Teege)란 여성이 쓴 책, “할아버지는 총으로 나를 쏘았을 것이다.(My Grandfather would have shot me.)” 때문이었다.
제니퍼 티게(Jennifer Teege)는 아몬 괴트의 손녀라고 소개하는 글들이 보이지만 정확하게는 외손녀로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의 일생을 보노라면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제니퍼 티게(Jennifer Teege)는 2008년 어느 여름 날,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도서관에서 “내 아버지를 사랑해야 하나요?(Ich muß doch meinen Vater lieben, oder?)”라는 제목의 책을 읽게 되었는데 책의 표지에는 한 여성의 사진과 함께 “쉰들러 리스트 수용소장의 딸, 모니카 괴트의 인생이야기”라고 적혀 있었다.
이것을 보고 제니퍼 티게(Jennifer Teege)가 크게 놀랐던 이유는 표지에 있는 사진 속의 여성은 바로 그녀의 어머니라는 점과, 아몬 괴트가 자신의 외할아버지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몬 괴트는 루스 칼더(Ruth Irene Kalder)란 여성과 동거를 하면서 쉰들러 리스트에 나오는 빌라에서 함께 생활을 하였는데 루스 칼더(Ruth Irene Kalder)는 1945년 1월, 폴란드의 카도비체로부터 진격해오는 붉은군대로부터 도망쳐 1월 9일 비엔나에 도착하게 된다.
그런데 비엔나에는 안나 괴트(Anna Göth)란 이름을 가진 아몬 괴트의 두 번째 부인이 두 명의 자녀와 함께 살고 있었고,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루스 칼더(Ruth Irene Kalder)는 안나 괴트를 만났다고 하는데 이후 두 사람의 불륜사실을 알게 된 안나 괴트(Anna Göth)는 아몬 괴트와 이혼을 하게 된다.
루스 칼더(Ruth Irene Kalder)는 영화배우이자 미용사로 오스카 쉰들러가 주최한 만찬에서 아몬 괴트를 처음 만나 관계를 맺었고 그녀가 폴란드를 탈출할 때에는 이미 제니퍼 티게(Jennifer Teege)의 어머니가 되는 딸, 모니카 헤르트비히(Monika Hertwig)를 잉태하고 있었으며 1945년 11월에 바이에른 주의 바트 톨즈에서 그녀를 출산했다.
그 후 아몬 괴트가 두 번째 부인과 이혼하고 1945년 5월에 미군에 의해 체포되어 1946년 9월 13일 몬텔루피치 형무소(Montelupich Prison)에서 교수형에 처해진 다음 유골은 화장되어 폴란드의 비스와강(The Vistula)에 뿌려지자 루스 칼더(Ruth Irene Kalder)는 1948년, 아몬 괴트가 죽지 않았다면 이혼 후 그녀와 결혼을 하였을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아몬 괴트의 아버지가 두 사람의 약혼사실을 증언해줌으로써 이름을 루스 괴트(Ruth Irene Göth)로 바꿀 수 있었고 평생 그녀의 침실에 아몬 괴트의 그림을 걸어두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몬 괴트와 루스 괴트의 사랑이 얼마나 깊었던지 간에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모니카 헤르트비히(Monika Hertwig)는 행복한 유아생활을 보낼 수는 없었고,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누군가가 칼로 어린 모니카 헤르트비히를 공격하여 심한 상처를 입게 되는데 끝내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아몬 괴트에 대한 복수와 관련이 있다는 설이 퍼지기도 했다.
아몬 괴트의 딸인 모니카 헤르트비히(Monika Hertwig)는 성장하면서도 그의 아비지에 대한 진실을 알지는 못하였고 11살이 되어서야 할머니로부터 그녀의 아버지가 유대인들을 학살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어머니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된다.
성장한 모니카 헤르트비히(Monika Hertwig)는 1970년대 초반에 첫 번째 결혼을 하였는데 무슨 놈의 남편이란 시키가 아내를 학대하는 것도 모자라 매춘까지 강요하는 바람에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되었지만 불행하게도 이 과정에서 오늘의 주인공인 제니퍼 티게(Jennifer Teege)가 태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모니카 헤르트비히(Monika Hertwig)란 이름은 그녀의 두 번째 결혼으로 얻은 것이었으며 이전까지는 모니카 괴트(Monika Göth)가 그녀의 이름이었다.
모니카 괴트(Monika Göth)가 24살 때 만났던 나이지리아 출신의 남편이 바로 제니퍼 티게(Jennifer Teege)의 아버지였는데 이혼하게 되면서 딸을 부양할 수 없게 되자 제니퍼 티게의 나이 7살 때, 그녀를 고아원에 맡기게 된다.
루스 괴트(Ruth Irene Göth)는 나치독일에 의해 학살된 유대인들을 추모하고 연구하는 기관인 이스라엘의 야드바셈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1943년 2월부터 1944년 9월까지 아몬 괴트의 통치하에서 푸아쇼프(Płaszów) 수용소에서 숨진 유대인만 8천여 명에 이른다는 조사를 부인하고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 큰 영향을 끼쳤던 다큐멘터리 작가인 남아공의 존 블레어(Jon Blair)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인 아몬 괴트는 다른 SS대원들과 같았으며 물론 몇 사람의 유대인을 죽이기는 했겠지만 살인자는 아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처럼 아몬 괴트의 진면목을 밝히기 꺼려했던 루스 괴트(Ruth Irene Göth)의 손에서 자란 딸, 모니카 괴트(Monika Göth)와 손녀인 제니퍼 티게(Jennifer Teege)가 아몬 괴트에 대해서 알 수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으나 운명은 제니퍼가 그녀의 어머니에 관한 책을 읽게 만듦으로써 진실을 향해 나아가도록 만들었다.
제니퍼 티게(Jennifer Teege)가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책을 읽고 충격을 받은 다음날 2006년에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 인헤리턴스(Inheritance)가 TV를 통해 방송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녀의 어머니인 모니카 헤르트비히(Monika Hertwig)가 아버지였던 아몬 괴트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나치에 의해 어린아이들이 당한 고통에 대한 죄책감을 다루었던 이 영화를 남편과 함께 시청한 제니퍼 티게(Jennifer Teege)는 심한 상처를 입게 되었다고 한다.
폭력과 학대를 일삼던 남편으로 인해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던 모니카 헤르트비히는 일주일에 6일을 일하면서 딸을 제대로 보살핀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제니퍼 티게를 가톨릭에서 운영하던 고아원에 맡겼고 여기서 3년을 보낸 제니퍼 티게는 이후 다른 가정으로 입양되어 성장하였는데 이복동생으로부터 연락이 오기까지 21년 동안이나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고 지냈다고 한다.
이랬던 그녀가 그녀의 어머니에 관한 책을 발견하고, 또 그 속에서 나치독일 중에서도 가장 악명이 높은 살인자인 아몬 괴트가 자신의 외할아버지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받았을 충격은 얼마나 컸을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운명은 이미 그녀를 아몬 괴트와 만나게 하려고 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제니퍼 티게(Jennifer Teege)는 그녀의 어머니에 관한 책을 발견하기 이전에 파리의 소르본느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친구와 함께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일이 있었는데 운명은 알람을 놓친 그녀가 독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만들면서 제니퍼 티게는 아예 텔아비브에 체류하면서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고 중동과 아프리카에 관한 연구로 학위를 취득함은 물론 히브리어도 배우게 된다.
그랬던 그녀의 조상이 유대인들을 학살한 나치 괴물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온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자손들이 받을 충격이 얼마나 클지 등 수많은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스쳐지나갔겠지만 제니퍼 티게(Jennifer Teege)는 진실을 밝히기로 마음먹으면서 외할아버지인 아몬 괴트의 행적을 쫓아가는 길에 나서게 된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도 텔아비브에서 보았다는 제니퍼 티게는 당시로서는 가학적인 수용소장이 그녀의 외할아버지인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총으로 나를 쏘았을 것이다.(My Grandfather would have shot me.)”란 책을 출간한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의 외할아버지는 (사살)명령을 내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사람을 죽이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었습니다.”
절묘하게 오버랩 되는 영화 기생충과 소위 지도층 자녀들의 특혜를 생각하면 아빠찬스니 엄마찬스니 하는 말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자식들은 그들의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이 우울해서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