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와 사보이아-마르케티 S.55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1992년작 붉은 돼지(紅の豚)의 포스터를 보면 제목 밑에 이탈리아어로 포르코 롯소(Porco Rosso)라고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탈리아어 포르코(Porco)는 돼지, 롯소(Rosso)는 붉은색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굳이 이탈리아어로 된 제목을 사용한 것은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바로 이탈리아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마르코 파곳(Captain Marco Pagot)이 이태리 공군 출신이기도 하지만 그가 모는 비행정 ‘사보이아 S.21’이 이태리에서 개발한 비행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도 한데, 오늘은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紅の豚)에서 주인공이 조종하는 비행정의 모델이 된 사보이아-마르케티 S.55(Savoia-Marchetti S.55)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사보이아 S.21(가상의 비행정)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紅の豚)에는 실제로 존재했던 3종류의 비행정이 등장하는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해군이 사용하던 한자-브란덴부르크(Hansa-Brandenburg)CC와 이탈리아 해군이 1차대전에서 운용하였던 마키 M.5(Macchi M.5)와 1차대전이 끝나고 진화한 오늘의 주인공인 사보이아-마르케티 S.55(Savoia-Marchetti S.55)가 그것이다.

한자-브란덴부르크(Hansa-Brandenburg)CC

 

마키 M.5(Macchi M.5)

 

사보이아-마르케티 S.55(Savoia-Marchetti S.55)

 

이소타 프라스키니(Isotta Fraschini)의 500마력 엔진 2개를 얹은 사보이아-마르케티 S.55(Savoia-Marchetti S.55)는 1923년 8월에 첫 비행을 성공하였으며 1927년 2월에는 지금의 세네갈 수도인 다카르(Dakar)에서 이륙하여 남대서양을 건너 브라질의 리오 데 자네이루와 뉴욕을 경유하여 4만8천㎞의 비행을 마치고 4개월 만에 이탈리아로 귀환하는 기록을 수립하였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나중에 공군장관의 자리에 올랐던 이탈로 발보(Italo Balbo)의 선전비행 덕분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가 이끄는 편대의 선전비행에 힘입어 브라질과 스페인, 루마니아의 각 군은 물론 소련의 아에로플로트 항공에도 판매를 할 수 있었다.

미국의 시카고에는 발보 거리(E Balbo Dr)라는 이름의 도로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이탈로 발보(Italo Balbo) 때문에 붙여진 도로명이다.

 

이탈로 발보(Italo Balbo)는 무솔리니의 집권과정에서 무솔리니를 지지한 4명의 당 간부를 지칭하는 콰드룸비로(Quadrumviro)의 한 명으로 흔히 사대장(四大將)으로 부르는데 이탈로 발보(Italo Balbo)를 비롯하여 비켈레 비앙키(Michele Bianchi), 에밀리오 데 보노(Emilio De Bono), 체자레 마리아 데 베키(Cesare Maria De Vecchi)가 그들이다.

왼쪽이 이탈로 발보(Italo Balbo)

 

4명 중에서도 이탈로 발보(Italo Balbo)는 베니토 무솔리니의 후계자이자 파시스트당의 핵심 인물이었는데 그런 그가 1933년 6월 1일 사보이아-마르케티 S.55를 개량한 24대의 비행정으로 구성된 편대를 이끌고 직접 대서양 횡단에 나섰던 것이다.

24대의 비행정은 대서양 횡단을 위해 개량된 것으로 엔진은 880마력의 이소타 프라스키니 앗쏘 750V(Isotta Fraschini Asso 750V)를 탑재하여 최대속도는 252㎞/h, 항속거리는 4,500㎞로 향상시켰으며 이름도 S.55X라고 붙였는데 이탈로 발보(Italo Balbo)가 조종하였던 비행정의 날개 하단에는 민간코드인 ‘I-BALB’를 그려 넣었다.

 

로마 근교의 항구도시 오르베텔로(Orbetello)에서 이륙한 편대는 북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를 지나 48시간 후에 캐나다에 도착하여 2,400㎞의 대서양 무착륙 비행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출발하여 시카고 상공에서 V자 편대비행으로 시카고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으며 이를 계기로 시카고 시내의 7번가는 발보 거리(E Balbo Dr)로 이름 붙여졌던 것이다.

 

이어서 뉴욕 브로드웨이 상공에서 비행을 마친 이탈로 발보(Italo Balbo)는 이후 서로가 적국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미국의 루즈벨크 대통령으로부터 수훈 비행 십자장(Distinguished Flying Cross)을 수여 받았다.

또한 이탈로 발보(Italo Balbo)와 그의 편대비행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비가 1934년 제2회 시카고 박람회의 이탈리아 전시관 앞에 설치되었으며 그 뒤 번햄 공원(Burnham Park)으로 이전 설치되었다.

 

그러나 파시스트 당의 공군사령관이자 식민지 리비아의 총독으로 잔인한 인종차별주의자였던 그의 기념물과 그의 이름을 딴 도로명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은 미국인들의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수많은 항의시위가 이어지고 반대여론이 비등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용되는 도로명과 우뚝 솟은 기념물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19세기 흑인 여성운동가의 아이콘이라는 아이다 벨 웰스(Ida Bell Wells)의 이름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아이다 벨 웰스(Ida Bell Wells)는 20대 후반에 시카고로 이주하여 6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시카고에서 활동한 인권운동가였는데 그녀의 이름으로 도로명을 개명하는 것은 남의 나라 일이긴 하지만 나도 찬성하는 바이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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