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The Compleat Angler, 한국판은 조어대전이란 제목으로 번역된 책을 쓴 아이작 월튼(Izaak Walton)이 책의 제일 마지막에 쓴 표현이 바로 오늘 포스팅의 제목인 “Study to be quiet”다.

낚시를 통해 고요함을 배운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이 표현은 종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아이작 월튼(Izaak Walton)의 창작물이 아니라 성경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례명이 안드레아인 사람으로서 성경의 구절을 잠깐 인용하자면 이 표현은 신약성경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 제4장 11절에 나오는 것으로 아래와 같다.

“우리가 여러분에게 지시한 대로, 조용히 살도록 힘쓰며 자기 일에 전념하고 자기 손으로 제 일을 하십시오.(Make it your ambition to lead a quiet life, to mind your own business and to work with your hands, just as we told you.)”

책의 말미에 아무런 언급도 없이 적었던 “Study to be quiet”란 표현은 현대를 살아가는 낚시인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말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당시 편집자들에 의해서 성경의 구절을 인용한 것이라 해석되었고, 그 해석은 지금까지 이견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늘은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아이작 월튼(Izaak Walton)이란 인물을 조금 더 깊이 알아보도록 하자.

아이작 월튼(Izaak Walton)의 동상

아이작 월튼(Izaak Walton)이 쓴 조어대전(원제: The Compleat Angler)이 출판된 것은 1683년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어디에서 출판된 것인지를 아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그러나 책이 출판된 곳이 어디인지를 알면 아이작 월튼(Izaak Walton)에 대하여 더 많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아마도 헤밍웨이가 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헤밍웨이가 지은 것이 아니라 17세기 영국 성공회 성직자인 존 던(John Donne) 신부가 쓴 아래의 시를 인용한 것이었다.

For Whom The Bell Tolls

“No man is an island, entire of itself; every man is a piece of the continent, a part of the main. If a clod be washed away by the sea, Europe is the less, as well as if a promontory were, as well as if a manor of thy friend’s or of thine own were: any man’s death diminishes me, because I am involved in mankind, and therefore never send to know for whom the bells tolls; it tolls for thee.”

그리고 성공회 사제였던 존 던(John Donne)과 아이작 월튼(Izaak Walton)은 아주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연말 아이작 월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가 런던에서 사업을 하였다고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존 던(John Donne)도 그때 만난 사람 중의 한 명이었으며 그를 만난 이후로 아이작 월튼의 인생은 크게 바뀌었다.

1624년부터 1631년에 사망할 때까지 존 던(John Donne)은 성 던스턴 서부교회(St Dunstan-in-the-West)의 교구신부(Rector)를 맡았었는데 아이작 월튼(Izaak Walton)은 1629년부터 1644년까지 이 교회에서 간사를 비롯한 여러 직책을 역임하였다.

존 던(John Donne)

존 던

그리고 존 던(John Donne)의 보좌신부였던 헨리 발렌타인(Henry Valentine)이 아이작의 조카 사라 그린젤(Sarah Grinsell)과 결혼하여 부부가 되었기 때문에 존 던(John Donne)과 아이작 월튼(Izaak Walton)의 관계는 아주 밀접하였던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며 이러한 관계를 기반으로 그의 명저(名著) 조어대전(원제: The Compleat Angler)을 편찬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당시에는 책을 인쇄하는 기계는 아주 귀한 것이었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런 인쇄기를 성 던스턴 서부교회(St Dunstan-in-the-West)가 가지고 있었고, 이것을 이용하여 아이작은 그의 저서 조어대전(원제: The Compleat Angler)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존 밀턴의 실낙원(失樂園: Paradise Lost)도 성 던스턴 서부교회(St Dunstan-in-the-West)에서 인쇄가 되었다.

조어대전의 말미에 밑도 끝도 없이 적은 ‘Study to be quiet’는 어떻게 해석해야 정확하게 아이작 월튼의 생각을 반영할 수 있을까?

10년에 걸친 피비린내 나는 잉글랜드 내전을 겪으며 두 명의 아내와 대부분의 자녀들을 먼저 떠나보냈던 그가 강가에서 낚시를 하며 했던 묵상(默想)은 영적인 것이었을까? 아니면 정서적 치유를 통한 평화를 얻기 위한 휴식이었을까?

최근 들어 1인 미디어의 유행으로 조용해야 할 낚시터에서 소란을 넘어 보기 민망할 정도의 광경이 연출되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서 낚시의 바이블이라는 아이작 월튼이 쓴 조어대전(원제: The Compleat Angler)의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구절을 떠올려보았다.

아직도 그가 쓴 책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아이작 월튼(Izaak Walton)은 그의 두 번째 아내였던 앤 월튼(Anne Walton)의 비문에 ‘Study to be like her’란 글을 남겼다.

Study to be quiet와 Study to be like her이란 표현에 담긴 뜻은 아이작 외에는 그 누구도 정확한 뜻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조어대전(원제: The Compleat Angler)이 출판되고 10년 뒤인 1662년 4월 17일, 세상을 떠난 아내를 기리는 비문에 적힌 그녀처럼 되고 싶다는 바람을 담은 ‘Study to be like her’이란 표현에서, 아내에 대한 그의 애정을 넘은 존경심마저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침 어제는 사랑하는 내 아내의 생일이기도 했다.

끝으로 코로나가 종식되고 영국을 여행할 기회가 있는 낚시인들은 아이작 월튼(Izaak Walton)이 잠들어 있는 윈체스터 대성당(Winchester Cathedral)을 방문하게 된다면 영국의 낚시인들이 기증하여 만든 스테인드 글라스에 있는 아이작의 모습을 꼭 보고 오시길 바란다.

윈체스터 대성당(Winchester Cathedral)

이첸강(River Itchen)을 배경으로 낚시장비를 옆에 두고 책을 읽고 있는 아이작 월튼(Izaak Walton)의 모습 아래에는 그가 가장 좋아했던 것 같은 ‘Study to be quiet’가 새겨져 있고 또 다른 하나는 그의 절친이자 낚시제자인 찰스 코튼(Charles Cotton)과 함께 야외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으로, 그들의 옆에는 당연히 낚시도구가 놓여있으며 그런 그들의 아래에는 성경의 한 구절인 범사에 감사하라(In everything give thanks)는 말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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