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어대전(번역)

아이작 월턴이 쓴 조어대전 옥의 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낚시계의 바이블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은 조금 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아이작 월턴(Izaak Walton)의 조어대전(The Compleat Angler)에는 잘못된 부분들이 더러 눈에 보이는데 오징어가 다리를 뻗는 것을 두고 목에서 창자를 꺼낸다고 적고 있는 것처럼 당시의 과학이나 기술력으로는 알기가 어려웠던 부분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조금만 철저하게 교열(校閱)이 이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과 그가 죽고 난 뒤에 진실이 밝혀짐으로써 부정확한 것이 되고 만 것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조어대전의 제2장을 보면 금어기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Sir, they be principally three, namely, March, April, and May; for these be the usual months that Salmon come out of the sea to spawn in most fresh rivers, and their fry would about a certain time return back to the salt water, if they were not hindered by weirs and unlawful gins, which the greedy fishermen set, and so destroy them by thousands; as they would, being so taught by Nature, change the fresh for salt water. He that shall view the wise statutes made in the 13th of Edward I., and the like in Richard II., may see several provisions made against the destruction of fish; and though I profess no knowledge of the law, yet I am sure the regulation of these defects might be easily mended.”

“3월, 4월, 5월의 3개월을 말합니다. 이 시기는 보통 연어가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와 산란을 하는데 거슬러 오르는 도중에 불법적인 둑이나 덫에 의해 남획(濫獲)되면 산란은 수포가 되고 맙니다. 에드워드 1세와 리차드 2세의 시대에는 금어기에 대한 법률이 제정되어 남획을 막고 있었다는 것은 법률에 밝은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는 내용으로 저처럼 법률지식이 없는 사람조차도 금어기를 정한 법률은 옳다고 생각합니다.”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내용은 2가지의 큰 오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첫째는 연어의 산란기를 봄철이라 적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에드워드 1세가 만든 법을 정확히 알고 있었더라면 연어의 산란기를 봄철로 적지는 않았을 것이란 점입니다.

1285년 에드워드 1세가 만든 금어기(禁漁期)에 대한 법을 보면 매년 9월 8일부터 11월 11일까지는 대부분의 강에서 연어를 잡는 것을 금하고, 4월 중순부터 6월 24일까지는 어린 연어를 잡는 것을 금지한다고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작이 이 법에 대해 조금만 더 자세히 알아보았더라면 3월~5월이 연어의 금어기라고 기록하는 잘못을 범하지는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아이작 월턴도 몰랐던 사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아이작 월턴은 낚시꾼의 희망과 행복한 생활에 대한 찬가로 조 다보스란 사람이 지은 시를 소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시의 초반부만 잠깐 소개하면 이런 내용입니다.

Let me live harmlessly, and near the brink

Of Trent or Avon have a dwelling-place;

Where I may see my quill or cork down sink

With eager bite of Perch, or Bleak, or Dace;

And on the world and my Creator think:

Whilst some men strive ill-gotten goods t’ embrace,

And others spend their time in base excess

Of wine, or, worse, in war and wantonness.

Let them that list these pastimes still pursue,

And on such pleasing fancies feed their fill,

So I the fields and meadows green may view,

And daily by fresh rivers walk at will,

Among the daisies and the violets blue,

Red hyacinth, and yellow daffodil,

Purple Narcissus like the morning rays,

Pale gander-grass, and azure culver-keys.

남을 해치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리라

트렌트 강이나 에이번 강가에 집을 지으리

퍼치와 블리크, 데이스의 힘센 입질에

물속으로 가라앉은 찌를 볼 수 있는 그곳에서

창조주 하느님을 경외하며 살고파라.

누군가는 불법으로 돈을 모으고

누군가는 지나치게 술을 마시고

누군가는 싸움과 여자에 빠져 시간을 허비할 때

나 홀로

푸른 들과 목장을 바라보고

원할 때면 강가를 거닐면서

데이지와 제비꽃

파랗고 빨간 히아신스와 노란 수선화,

아침 햇살 같은 보라색 수선화와

창백한 갠더풀과 하늘색 컬버키를 보리라.

이것은 조어대전보다 40년이나 앞선 1613년에 출판된 ‘낚시의 비밀(The Secrets of Angling)’이란 책을 펴낸 사람이 쓴 것으로 아이작은 그 사람의 이름을 조 다보스(Jo. Davors, Esq.)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이작 월턴의 상상력의 결과물로써 조어대전은 이 책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인데, 그런 사람의 이름을 창작해서 만들었다는 점은 아이작 월턴의 내면을 분석해보는 좋은 단서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바람직하다고는 하지 못하겠습니다.

아이작은 조어대전 초판에서는 그의 이름을 ‘Jo. Da’로 적었으나 3판부터는 조 다보스(Jo. Davors, Esq.)로 기록하였고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낚시의 비밀(The Secrets of Angling)’이란 책은 출판될 당시에는 저자의 이름을 ‘J. D. Esquire’라고 이니셜로만 적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작은 여기에다 자기 마음대로 성과 이름을 갖다 붙인 것이었죠.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인지, ‘낚시의 비밀(The Secrets of Angling)’에 대한 질투심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1613년에 나온 ‘낚시의 비밀(The Secrets of Angling)’을 쓴 사람의 이름이 존 데니스(John Dennys)였다는 것은 1811년에 밝혀졌으니 아이작으로서는 모를 수밖에 없었을 것인데, 당당하게 조 다보스라 말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은 계속해서 영국의 낚시문학으로 저를 끌어당기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쯤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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