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어대전(번역)

아이작 월턴과 조어대전-현실을 도피했던 것일까?

‘The Compleat Angler’를 쓴 아이작 월턴(Izaak Walton)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청교도혁명 당시, 투쟁 대신 일신의 안위를 택하였다는 비판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그런 평가와는 달리 아이작 월턴(Izaak Walton)이 왕당파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는 일화가 있음 또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가 부족한 그에 대한 평가는 아직은 유보함이 옳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작이 왕당파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일화도 그의 친구를 통해 전해진 것이어서 과장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일화를 하나만 살펴보도록 하자.

‘The Compleat Angler’의 초반부에서 아이작은 자기 친구 중에 엘리아스 애쉬몰(Elias Ashmole)이란 사람이 있으며 그가 신기한 자료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엘리아스 애쉬몰(Elias Ashmole)

 

애슈몰린 박물관(Ashmolean Museum)

 

이 같은 인물이 1672년에 펴낸 자신의 저서 ‘가터 훈장의 역사’에서 아이작 월턴이 왕당파를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일화를 소개하고 있으니 허구(虛構)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우스터 전투(Battle of Worcester)에서 올리버 크롬웰에게 패배한 찰스 2세는 프랑스로 망명하게 되는데 도주하는 과정에서 신원이 탄로날 것을 우려해 토마스 블레지(Thomas Blagge) 대령은 레서 조지(Lesser George: 일명 가터 훈장)를 조지 발로우(George Barlow)의 아내에게 맡겼다.

 

토마스 블레지(Thomas Blagge)

 

레서 조지(Lesser George)

 

그러나 찰스 2세는 무사히 빠져나갔지만 토마스 블레지(Thomas Blagge) 대령은 붙잡혀 런던타워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한편 그가 맡겨놓았던 찰스 2세의 레서 조지(Lesser George)는 로버트 에스콰이어(Robert M. Esquire)에게 전해졌고, 그는 이것을 다시 아이작 월튼에게 건네주었다.

당시 도주하던 찰스 2세에게는 1천 파운드의 현상금이 걸려있었고, 그의 도주를 도운 사실이 드러나면 최대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아이작 월튼이 동료들이 피 흘려 싸울 때 유유자적했다는 평가와는 다른 행동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책에서 설명하는 것을 보면, 찰스 2세의 레서 조지를 전달받은 아이작은 런던타워에 갇혀 있던 토마스 블레지(Thomas Blagge) 대령에게 이것을 은밀하게 전달하였고 토마스 대령은 런던타워를 탈출하여 그것을 망명 중인 왕에게 전했다고 한다.

만일 아이작 월턴의 이런 행동이 발각되었더라면 그는 최악의 경우, 사형을 당할 수도 있었을 것이지만 비겁자의 길을 택했다는 평가와는 상반되는 행동을 보인 것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이에서 보듯이 아이작 월턴에 관한 역사적 자료는 상당히 부족하여 아직은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하기에는 모자란다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다.

이제 다시 번역하고 있는 ‘The Compleat Angler’로 돌아가 보자.

몇 차례 소개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초판과 5판을 번역한 두 권이 다락원과 강마을을 통해 출판되었다.

그런데 원본에 나오는 사냥꾼을 뜻하는 Venator를 역자(譯者)인 안동림 교수님과 이재룡씨 모두 나그네라고 번역하고 있는 것은, 이것을 나그네(旅人)라고 번역한 일본의 영향이 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10편으로 마무리하려는 아이작 월턴과 조어대전에 대한 글이 벌써 8번째에 이르렀다. 찰스 코튼(Charles Cotton)이 쓰고 아이작이 가필(加筆)한 2부에서 찰스 코튼은 “책에 나오는 사냥꾼(Venator)은 바로 자신이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인 낚시꾼(Piscator)은 아이작 월턴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데, 만일 The Compleat Angler의 초판에 나오는 사냥꾼(Venator)도 찰스 코튼이었다면 60세의 스승과 23세 제자의 격의 없는 모습에서 얼마나 아이작이 찰스 코튼을 좋아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의 자녀들이 대부분 일찍 세상을 떠난 이유도 있겠지만 찰스 코튼을 아들이라고도 불렀던 아이작 월턴의 모습에서 찰스 코튼은 그에게 제자이자 친구와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잘 알 게 만든다.

비 내리는 일요일, 창가에 부딪는 빗방울을 보면서 스스로 자문해본다.

내겐 찰스 코튼 같은 사람이 있는가?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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