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낚시를 다녀온 피로가 아직 가시질 않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좋은 손맛을 보고 온 것에 힘을 얻어 스피닝 릴의 개발과 특허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980년대 미국에서는 한 손만으로 베일을 열고 캐스팅할 수 있는 원 핸드 캐스팅 방식의 스피닝 릴이 아주 큰 인기를 끌었었는데, 대표적인 모델로는 다이와의 TD1355H가 있죠.

 

그리고, 이처럼 캐스팅할 때 라인을 잡는 검지만으로 베일을 열어 캐스팅할 수 있다는 것에서 영어로 Fast Cast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시마노와 다이와는 Fast Cast란 표현을 미국에선 쓸 수가 없었죠.

왜냐하면 Fast Cast란 단어를 아부가르시아가 상표권으로 취득해버렸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시마노는 하는 수 없이 미국에서는 한 손으로 캐스팅할 수 있는 이런 기능을 가진 스피닝 릴에 Fast Cast 대신에 Quick Fire란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런데 아부가르시아도 일본에서는 Fast Cast란 단어를 쓸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시마노가 일본에서 Fast Cast에 대한 상표권을 취득해버렸기 때문에 아부가르시아는 일본에서 FC기구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판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런 재미있는 사실은 모두 특허권으로 인해 벌어진 것입니다.

특허권은 20년의 존속기간이 끝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므로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업체들의 특허출원은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며 출원건수가 많을수록 등록건수도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한때 낚시용품이 수출산업의 효자품목으로 꼽히던 시절에는 스피닝 릴에 대한 국내기업들의 특허출원도 활발하였으나 지금은 거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스피닝 릴의 기술개발이 쉽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일본을 뛰어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는 현실을 국내업체들이 받아들이고 체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구요.

우리나라 최초의 스피닝 릴을 만들었던 서울조구를 예로 들면 모두 26건의 특허를 등록하였었으나 지금은 모두 소멸되었고, 새롭게 공개되거나 등록된 특허가 전혀 없다는 것이 국내 스피닝 릴 생산에 대한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현재 국내 낚시용품업계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바낙스는 낚시용 릴과 관련하여 11건의 특허가 공개되어 있지만 모두가 베이트 릴에 관한 것이고 이것을 다시 등록된 특허로 그 범위를 줄여보면 개인이 출원하여 등록된 것을 제외하면 국내업체가 개발하여 등록된 특허는 단 1건도 없다는 서글픈 현실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스피닝 릴과 관련한 특허를 가장 많이 가진 곳은 어디일까요?

예상하시는 대로 시마노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선두로 달리고 있으며, 시마노의 말레이시아 지사와 다이와가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그럼, 스피닝 릴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일본은 어떨까요?

2012년부터 올해 3월까지 스피닝 릴과 관련하여 공개되거나 등록된 특허의 건수는 다이와가 353건, 시마노 본사가 365건, 시마노 말레이시아가 39건이며 그 외에도 군소업체들의 기술개발도 꾸준히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일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원투낚시용 스피닝 릴들은 모두 제도권 밖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의 제품들로 공히 자체적으로 개발했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개발(開發)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는 새로운 물건을 만들거나 새로운 생각을 내어놓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는데, 과연 그 제품들은 개발이란 표현이 어울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