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어대전(번역)

셰익스피어도 낚시를 즐겨 했을까?

조어대전(The Compleat Angler)을 쓴 아이작 월턴(Izaak Walton)과 동시대에 살았던 문호(文豪) 셰익스피어도 낚시를 즐겨 했을까? 하는 것은 영국인들 사이에서는 오래된 궁금증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셰익스피어가 1564년 4월 26일에 태어나 1616년 4월 23일에 사망하였고, 아이작 월턴이 1593년 8월 9일에 태어나 1683년 12월 15일에 세상을 떠났으니 셰익스피어가 아이작 월턴보다 대략 30살이 더 많습니다.

셰익스피어가 살아있을 때는 아이작 월턴이 낚시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던 시기도 아니었으며, 전기작가로 이름을 알리게 되는 것도 셰익스피어가 죽고 난 뒤 25년 후의 일이니 두 사람 사이의 접점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작 월턴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었을 가능성은 아주 높으니, 그 속에서 대문호의 낚시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았을 수는 있었을 것입니다. 만일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 낚시에 관한 얘기들이 있다면.

셰익스피어가 과연 낚시를 즐겨 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영국인들의 생각은 정확하게 반반으로 나뉘어 있어서 아직은 그 누구도 단언할 수는 없으나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므로 언젠가는 진실을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저는 셰익스피어가 낚시를 즐겨 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셰익스피어가 낚시를 좋아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셰익스피어가 태어나기 1년 전인 1563년, 영국에서는 매주 수요일에는 생선을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법이 제정되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대중을 위해 제정되었던 것은 아니고, 어업을 통해 걷어 들이는 자금의 규모를 확대하여 정치자금 및 군사자금으로 사용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법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이 법이 시행되고 있을 때 태어났던 셰익스피어는 생선을 어려서부터 자주 먹고 성장했을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가 생활하던 ‘엘리자베스 시대’의 사회분위기는 ‘낚시란 시간을 낭비하고 시대의 흐름과도 맞지 않는 것’이라 조롱하고 있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인진 몰라도 영국 문예 부흥기의 가장 위대한 시인이란 평가를 받는 에드먼드 스펜서(Edmund Spenser)를 비롯하여 윌리엄 브라운(William Browne) 같은 작가들은 그들의 작품에서 낚시를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그가 낚시를 즐겨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근거의 하나인 것이죠.

셰익스피어가 그의 작품 속에서 낚시에 대하여 언급을 한 것은 그 시대의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관행을 조롱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에서 낚시를 무척 좋아했기 때문이라는 어찌 보면 아전인수격인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 그들의 주장입니다.

셰익스피어가 작품 속에서 낚시에 대하여 언급한 것으로는 ‘아이작 월턴과 조어대전-셰익스피어와 클레오파트라’에서 소개한 것처럼 비극,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Antony and Cleopatra)의 2막 5장에 나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의 하나인 오셀로의 2막 1장에는 ‘대구 대가리가 좋다고 연어 꼬리를 내주지는 않는 분별력을 갖추고 마음속을 다스릴 줄 아는 여자’라는 표현이 있고, 햄릿의 2막 1장에는 ‘거짓말을 미끼로 진실이라는 잉어를 낚자는 심사’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것도 그가 낚시를 좋아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표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랑의 헛수고(Loves Labour’s Lost)와 리어왕에서는 모두 6번이나 장어에 대한 표현이 나오고 있으며, 그의 작품 전체를 통틀어서는 적어도 12번 이상이나 물고기와 낚시에 관련된 표현이 나옵니다.

특히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The Merry Wives of Windsor)에서는 낚시용 부츠를 만드는 내용이 나오고 베니스의 상인에서는 “그 우울증을 미끼로 평판이라는 하찮은 모샘치를 낚는 흉내는 행여 말게나.” 하는 표현이 나옵니다.

셰익스피어가 낚시를 즐겨 했을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처럼 저 또한 셰익스피어가 낚시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이처럼 다양한 어종에 대한 표현이 나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낚시용 부츠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기술적인 묘사는 낚시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다면 나올 수 없는 표현이어서 셰익스피어는 낚시를 즐겨 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가 낚시를 즐겨 했는지에 대한 역사적인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저 일방적인 추측에 불과한 것이지요.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어떻게 생각되십니까? 셰익스피어는 낚시를 좋아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에 대한 저의 탐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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