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오래 여러 나라의 스피닝 릴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할 생각이었으나 추후 각 업체 별로 다시 한 번 다루기로 계획을 변경하여, 이것으로써 세계의 스피닝 릴 시리즈의 연재를 마칠까 한다.

사실, 이 연재물은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일제를 대체할 수 있는 스피닝 릴에 대한 문의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는데, 최근 들어 많은 낚시인들이 일제 스피닝 릴을 대신할 여러 나라의 다양한 제품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는 거두었다는 생각이 든다.

전 세계적으로 스피닝 릴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던 나라는 수없이 많지만, 지금은 모두 도태되어 그 명맥을 유지하는 곳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세계의 스피닝릴 시리즈에서 소개했던 알프레드 홀덴 일링워스(Alfred Holden Illingworth)의 특허가 공개되면서부터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는 앞 다투어 스피닝 릴의 생산에 뛰어들었고 그 가운데는 여기서 소개하지 못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3국의 업체만 해도 100개가 넘을 정도로 그 숫자가 많았다.

그러나 모두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유일하게 체코 정도가 묵묵히 그 맥을 이어오고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나라의 하나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낚시용 장비를 직접 제작하여 사용하는 사람들은 존재하기 마련인데 스피닝 릴을 직접 만들어 사용한 경우도 당연히 존재한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경쟁하듯이 스피닝 릴의 생산에 뛰어들었지만 벨기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벨기에의 낚시인들은 중에는 당시에도 얼리어답터가 존재했었고 그들은 세계적 흐름인 스피닝 릴의 구조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은 사진의 릴을 만들어서 사용했다고 한다.

 

알프레드 홀덴 일링워스(Alfred Holden Illingworth)가 경영하던 공장에서 실을 감을 때 사용하던 보빈(bobbin)에 착안하여 스피닝 릴을 개발했던 것처럼 벨기에에서 직접 스피닝 릴을 제작했던 사람들도 방직공장의 직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같이 유럽이 선도하던 스피닝 릴의 생산은 일본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일본기업의 진출로 세계시장이 재편되고 말았는데 그 여파를 비켜가지 못한 나라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우리나라라고 할 수 있겠으나 차츰 우리 업체들이 생산하는 낚시용품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정말로 반가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동면의 양면과 같이 좋은 면이 있으면 좋지 않은 면도 노정되는 것이 세상사 이치란 것을 다시 한 번 목격하게 되는데 무슨 기념수건 제작하는 것도 아니고, 직접 개발했다고 광고하면서 판매하는 릴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부품은 물론 분해도까지 똑같은 것을 보고는 실소가 아니라 분노를 금하지 못한 일이 최근에 있었다.

뿐만 아니라 스피닝 릴 생산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는 업체의 과장광고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시마노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인피니트 드라이브 기술은 토크를 26%나 개선해준다.(Infinity Drive Technology offers an improved winding experience, optimizing winding torque by 26%.)”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특히나 과장된 마케팅 용어의 사용을 싫어하는 내게는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물론 홍보하는 2019년식이 이전 모델에 비해서 개선이 된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이지만 26%까지는 결코 아니란 것이 유저들의 중론인데 시마노가 홍보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운동화만 바꾸어도 올림픽에서 100m 기록을 1/3이나 단축할 수 있다는 말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힘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회전력을 증가시키는 일련의 기술적인 시스템이 무엇인지 자세한 설명을 부가하지는 않은 채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행태는 이제 그만 멈추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이런 것이 대세이기라도 한 것처럼 국내 업체들도 이와 비슷한 홍보를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언제나 낚시용품과 관련한 분들을 만나 대화를 할 때면 일본을 따라잡거나 추월하려고만 하지 말고 새로운 낚시문화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라는 조언을 하지만 크게 안중에는 두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일본업체이기는 하지만 에기의 생산으로 유명한 야마리아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스피닝 릴 시리즈의 이야기를 마치려 한다.

1941년 창업자인 야마시타 쿠스타로우(山下楠太郎)가 설립한 야마시타 낚시점이 모태인 야마리아는 쿠스타로우 형제가 빨간색의 천조각에 참치가 잡혔던 것에서 착안하여 가짜미끼를 만들기 시작하였는데 최초로 선보였던 것이 바로 아래의 골든 베이트라고 하는 것으로 이것은 1956년 일본의 수출전시회에서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런 역사를 가진 야마리아가 오징어를 잡는데 사용하는 에기를 판매하기 시작했던 것은 1969년부터의 일로 당시에는 낚시인이 아닌 어업용으로 외부에서 조달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낚시인들의 문의가 들어오면서 1981년부터 에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고 1982년에 2대 사장으로 취임한 야마시타 세이치(山下整治)는 에기를 낚시인들에게도 판매하기로 결정하지만 본격적으로 시판된 것은 1988년부터였다.

이와 함께 나무로 된 미끼를 뜻하는 에기(餌木:えぎ-egi)에 영어의 진행형 ing를 붙여서 에깅(Egiing)이라고 하는 새로운 장르의 낚시를 홍보하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은 당시 일본에서 배스낚시를 배싱(Bassing)이라 부르고 있던 것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그러나 에깅낚시를 야마리아 자체의 힘만으로는 널리 알릴 수 없었기에 낚시전문 잡지인 “월간 피싱(月刊フィッシング)”과 손을 잡고 홍보하기 시작했고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합사(PE)의 출현과 맞물린 1990년대부터였는데 에기를 생산하고부터 10년이 걸려서야 비로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야마리아의 사례는 우리나라의 낚시용품업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방은 제2의 창조라고 하지만 모방에만 너무 맛들려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나라의 낚시용품업계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과 함께 연재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