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용 릴

세계의 스피닝 릴⑥ 영국: 진실과 거짓

사진은 1926년에 제작된 알콕 스탠리 릴

 

근대 낚시용품의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영국은 여러 가지 기록들을 가지고 있는데 릴은 물론이고 서양에서 사용하는 낚싯바늘(후크)의 모양을 현재와 같이 만든 것도 영국이다.

영국의 낚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플라이낚시라고 할 수 있으며 대표적인 업체로 하디(Hardy)사와 오비스(Orvis)를 꼽을 수 있는데 이 중에서 하디(Hardy)는 1932년 알프레드 홀덴 일링워스(Alfred Holden Illingworth)가 출원한 스피닝 릴의 특허가 만료됨과 함께 알텍스(Altex No.1)란 스피닝 릴을 출시하면서 지금과 같은 풀 베일 암(full bail arm)의 특허를 취득하여 기간이 만료된 1954년까지는 스피닝 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포스팅의 제목이 “진실과 거짓”인 이유는 알프레드 홀덴 일링워스(Alfred Holden Illingworth)에 대한 사실이 영국에서조차 잘못 알려진 채로 전해져오고 있기 때문인데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알아보기로 하고 서두에서는 영국의 낚시역사에서 중요한 부분 몇 가지를 알아보기로 하자.

1655년 찰스 커비(Charles Kirby)가 런던의 하프 앨리(Harp Alley)에 있는 매장에서 후크(hook)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의 후크는 현재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나중에 그것을 일컬어 커비 벤드(Kirby bend)라고 불렀다.

그 후 1666년에 런던 대화재(Great Fire of London)가 일어나 후크를 생산하던 기업들이 하나둘씩 레디치(Redditch)란 곳으로 모여들면서 나중에는 낚시용품산업의 중심지가 되었는데 바로 이곳에서 영국최초의 릴 제작사인 오네시무스 유스턴손(Onesimus Ustonson)이란 업체가 1761년에 문을 열었다.

그러나 1823년에 레디치(Redditch)에만 모두 17개의 낚싯바늘을 만드는 업체가 모여 있을 정도로 번성했던 영국의 낚싯바늘 제조업은 모두 수공업으로 이루어지는 노동집약적이었던 때문으로 노르웨이의 머스터드(Mustad)란 기업이 1876년에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계를 도입하면서부터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여 지금은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편 영국 최초의 릴 제조업체였던 오네시무스 유스턴손(Onesimus Ustonson)은 1855년까지 약 백 년 동안 릴을 생산하였는데 초기의 모델은 2007년 경매에서 우리 돈으로 880만 원 정도에 낙찰된 바가 있다.

그러나 오네시무스 유스턴손(Onesimus Ustonson)에서는 스피닝 릴을 생산하지 않았고, 하디(Hardy)의 스피닝 릴 알텍스(Altex) 시리즈가 출시되기 이전에는 치펜데일(Chippendale) 및 올콕 스탠리(Allcock Stanley) 등의 스피닝 릴이 선을 보이면서 프랑스의 미첼(Mitchell)이 나타나기까지는 영국의 스피닝 릴이 주를 이루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영국의 스피닝 릴은 현재까지도 많은 영국의 낚시인들이 스피닝 릴을 사용하는 큰 이유가 되었는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영국의 베스트어드바이저(Bestadvisers)에서 선정한 최고의 낚시용 릴 Top5에는 스피닝 릴이 4개나 들어있다.

그런데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영국에서도 일본의 스피닝 릴이 시장을 거의 지배하다시피 하는 우리와 같은 형태를 보이지는 않는다. 베스트어드바이저(Bestadvisers)가 선정한 최고의 릴 중에서 일본의 제품은 다이와에서 만든 닌자 4000A(Daiwa Ninja 4000A)가 유일하다.

개인적으로 “세계의 스피닝 릴” 시리즈를 연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제품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국내 스피닝 릴 시장의 왜곡된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자 하는데 있다. 무조건 국산품을 사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로 눈을 돌리면 우수한 제품들이 많다는 사실을 국내 낚시인들이나 낚시용품 유통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알았으면 하는 것이 이 글을 연재하는 작은 바람인 것이다.

그러면 이제, 오늘 포스팅의 제목을 무엇 때문에 “진실과 거짓”으로 정하였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면서 글을 마치도록 하자.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피닝 릴에 가까운 것이 바로 1905년에 특허를 취득한 알프레드 홀덴 일링워스(Alfred Holden Illingworth)가 개발한 일링워스 넘버1(Illingworth No.1)이었는데 그는 No. 5까지 제품을 생산하였다.

Illingworth No.5

 

그런데 일링워스 릴을 개발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검색하면 저명한 영국의 사이트에서조차도 정치인이었던 알버트 홀덴 일링워스(Albert Holden Illingworth)라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명백한 오류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보면 그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가 있는데 사전을 보면 “홀덴 일링워스(Holden Illingworth)가 고정 스풀을 가진 릴을 특허출원한 1905년은 영국에서 섬유산업이 부흥하던 시기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것은 영국에서는 고정스풀 릴(fixed spool reel)이라고 부르고 미국에서는 스피닝 릴(spinning reel)이라고 부르던 릴을 개발한 사람이 섬유업계 종사자라는 것을 짧게 설명해놓은 것인데 스피닝 릴을 개발한 일링워스는 정치가였던 알버트(Albert)가 아니라 영국의 섬유업자였던 알프레드(Alfred)란 사람이었다.

 

알프레드 홀덴 일링워스(Alfred Holden Illingworth)는 그가 운영하던 공장에서 실을 감을 때 사용하던 보빈(bobbin)에 착안하여 릴을 개발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백여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역사가 제대로 보존되지 못함으로 해서 이런 잘못된 정보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더욱 더 우리만의 낚시문화와 역사를 보존하는 일에 힘을 쏟을 시기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낚만 지월

Recent Posts

피클 통(Pickle Barrel)을 명중하라.(노든 폭격조준기)

네덜란드 출신의 미국인 칼 노든(Carl Norden)이 개발한 노든 폭격조준기(Norden bombsight)는 미 해군을 위해 개발에 나섰지만…

6시간 ago

사발주는 언제부터 마셨을까?

지나친 음주문화를 지적하는 언론의 보도에 종종 등장하는 사발주! 한국에서만 사발주를 마시는 것이 아니고 외국, 특히…

6시간 ago

트렌치 코트(trench coat)의 역사

참호라는 뜻의 트렌치(trench)가 이름에 붙어있는 코트는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알고 있는…

6시간 ago

헬렌 켈러와 마크 트웨인

“기적이 일어나 사흘 동안 볼 수 있다면 제일 먼저 앤 설리번(Anne Sullivan) 선생님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6시간 ago

오징어는 심장이 3개(우리가 잘 모르는 오징어의 생태)

벌써부터 남쪽 지방에서는 갑오징어를 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져 오고 있고 간간히 무늬오징어의 조과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무늬오징어와…

7시간 ago

루어낚시 변태채비로 불리는 플로트 리그(float rig)

루어낚시에서 부력제를 사용하여 찌낚시와 같이 운용하는 것을 일컬어 흔히들 변태채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채비법은…

8시간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