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의 피터 말록(Peter Malloch)이 1884년에 세계최초로 스피닝 릴에 대한 특허를 취득한 이후 1905년에 영국의 알프레드 홀덴 일링워스(Alfred Holden Illingworth)가 현대와 같은 형태에 가까운 스피닝 릴 No.1(Illingworth No.1)을 선보이게 된다.
Illingworth No.3
이후 유럽에서는 영국의 하디(Hardy)와 더불어 미첼(Mitchell)이란 브랜드를 선보인 프랑스의 카르파노 앤 폰즈(Carpono & Pons)가 최고의 스피닝 릴 제조업체로 군림하게 되었지만 하디에서 1932년에 취득한 현재와 같은 형태의 완전한 베일(full bail arm)에 대한 특허가 만료되었던 1954년까지는 하디의 일방적인 독주체제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하디 최초의 스피닝 릴 알텍스(Altex) No.1
카르파노 앤 폰즈 최초의 릴 미첼(Mitchell) 300
이 같은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하디와 일찍이 손을 잡았던 일본은 다양한 외국의 낚시용품들을 접할 수 있었고 마침내 1955년에는 다이와가 스피닝 1형이란 이름의 스피닝 릴을 출시하고 1971년에는 시마노가 최초의 스피닝 릴 덕스(Dux)를 출시하기에 이른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외국의 기술과 디자인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일본이 1970년대 후반에 와서 영국의 하디는 스피닝 릴 부문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미국의 유통회사 가르시아의 파산으로 위기에 몰린 프랑스의 미첼은 수습하기에 여념이 없는 틈을 타고 미국과 유럽에서 파상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무조건 품질 좋고 싸다는 것만을 전략으로 내세운 것이 아니라 당시 일본경제학계의 주류이론이었던 시장점유율 지상주의를 모토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이러한 일본의 전략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고, 이와 더불어 국내에서 번지고 있는 일본상품 불매운동은 우리 낚시용품업계에는 큰 기회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본이 해외시장 전략으로 들고 나왔던 시장점유율 지상주의란 것은 기업의 존재목적을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에 있다고 본 이론으로 종신고용제와 연공서열제가 기업문화로 자리 잡고 있던 당시의 일본으로서는 기업이 이윤을 확대하기보다는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경영전략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이를 보다 쉽게 설명하자면 고도성장기의 일본에서는 기업이 단기간의 주주이익을 위하는 것보다는 시장점유율을 확대함으로써 고용의 안정을 달성하여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 자기자본이익률과 매출이익률은 다소 낮아도 경상이익을 증가시켜 부채상환에 차질이 없는 것을 최고의 조건으로 삼았던 은행과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던 것에서 힘을 얻게 되었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이 이론은 1990년대 미국 경영학자들에게도 인기를 얻었다.
이런 시장점유율 지상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사용한 마케팅 전략은 수평확장형 개념으로서 이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었는데 주변에서 가지고 있는 상품을 가지지 못하면 괜히 소외감을 느끼거나 하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었고 이런 사례는 일본에서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아래 브랜드의 가방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때 일본이 사용했던 수평확장형의 마케팅 개념은 지금 사용하는 개념과는 차이가 있는데 현재의 개념은 지금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노하우 등의 자산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장소에서 활용하여 사업을 확장한다는 것으로 프랜차이즈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낚시관련 블로그인 관계로 경제와 경영을 얘기하는 것은 이 정도에서 멈추기로 하자.
일본업체들이 좋은 제품을 생산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미국과 유럽시장의 혼란스러웠던 시대적인 배경도 분명 호재로 작용하여 일본 낚시용품이 시장을 지배하는 지금의 구도가 마련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작년 다이와의 재무제표를 보면 경상이익은 예년에 비해 줄어든 6.9%가 성장하였고 순이익은 18.9%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자세한 것은 자료가 공개된 이후라야 알 수 있겠지만 순이익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는 점에서 향후 일본제품의 가격인상을 예견해볼 수 있는 것으로 이는 다른 기업들에게는 분명히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임에는 틀림없다고 본다.
세계시장과 대한민국의 낚시용품시장을 파상적으로 지배했던 일본의 그림자가 사라질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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