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용 릴

세계의 스피닝 릴④ 프랑스의 자존심 미첼

세계의 스피닝 릴 시리즈 3편에서 잠깐 소개를 했던 프랑스의 릴 브랜드 미첼(Mitchell)은 창업자인 루이 카르파노(Louis Carpano)의 사위 찰스 폰즈(Charles Pons)가 경영에 합류하면서부터 이름을 지금의 카르파노 앤 폰즈(Carpono & Pons)로 변경하고 1939년에 첫 번째 스피닝 릴을 출시하였다.

그런데 3편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미첼이 스피닝 릴의 제작에 뛰어들게 된 것은 한글로 번역하면 낚싯대라는 이름을 가진 회사(La Canne à Pêche)가 C.A.P라고 이름을 붙인 릴의 제작과 개발을 카르파노 앤 폰즈(Carpono & Pons)에 의뢰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는데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사람 중에 모리셔스 자끄맹(Maurice Jacquemin)이란 인물이 있었다.

당시 국립파리기계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모리셔스 자끄맹(Maurice Jacquemin)을 찰스 폰즈(Charles Pons)가 모셔오다시피 해서 데리고 왔는데 그가 스피닝 릴을 개발하는 일에 참가하게 되었고 C.A.P릴을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미첼 스피닝 릴이 태어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C.A.P릴이나 최초의 미첼 릴은 그야말로 프로토타입에 가까운 것이어서 판매가 이루어지지는 않았고 세 번째로 개발한 미첼 릴이 1946년에 완성되어 1947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을 두고 미첼 릴을 판매하는 곳에서는 “세계최초의 스피닝 릴”이라 홍보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과장광고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여기서 미첼 릴에 대하여 잘 알려지지 않는 두 가지 사실을 알아보고 가도록 하자.

먼저 회사명은 카르파노 앤 폰즈(Carpono & Pons)인데 릴의 브랜드는 왜 미첼인가 하는 점으로 미첼이란 브랜드의 탄생배경을 알아보자.

카르파노 앤 폰즈(Carpono & Pons)에서 릴을 개발하는 사업을 지휘한 사람은 모리셔스 자끄맹(Maurice Jacquemin)이었고 그가 개발했던 릴은 스풀을 중심으로 릴을 설계하였던 관계로 스풀에 필요한 축의 길이 때문에 한 쪽이 긴 계란형의 형태를 가지게 되었으며 이것은 기존의 릴과 비교하여 독특한 것으로써 이후 타사에서 생산되는 스피닝 릴들도 모두 이 유형을 모방하기에 이르렀고 그것은 스웨덴의 아부사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스피닝 릴의 한 획을 긋는 제품의 개발에 성공했던 모리셔스 자끄맹(Maurice Jacquemin)은 그가 만든 제품에 아들의 이름 미셀(Michel)을 붙이려고 하였으나 당시 프랑스의 법률이 정하고 있었던 “특정 제품명으로 사람의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미셀(Michel)을 영어식으로 바꾸어 미첼(Mitchell)이라고 붙이게 되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미첼(Mitchell) 릴의 역사에서 중요한 사실은 릴의 개발과 제작을 의뢰해왔었던 회사(La Canne à Pêche) 및 아부 가르시아와의 관계이다.

아부 가르시아라는 회사는 스웨덴의 아부사가 미국의 유통회사인 가르시아와 합치면서 변경된 상호명인데 그 이전에 아부사에서 만들었던 최초의 스피닝 릴인 레코드(RECORD) 와는 달리 1955년에 발매되었던 “ABU 444”는 외형이 미첼 릴을 모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아부 최초의 스피닝 릴이 “ABU 444”라고 하는 정보도 틀린 것이다.)

※ 아부가르시아(Abu Garcia)의 역사

 

아부 레코드(Abu Record)

 

ABU 444

 

물론 스피닝 릴을 제작하는 다른 업체에서도 미첼 릴을 모방한 제품들을 출시하였지만 스웨덴의 아부는 미첼과의 관계를 여는 서막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출시된 이래 지금까지 4천만 대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추산되는 미첼 300계열의 릴이 이렇게 공전의 히트를 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아부사에 합병되기 전의 가르시아란 회사를 빼놓을 수가 없다.

미첼 300(Mitchell 300)은 1939년에 첫 번째 모델이, 1940년에 두 번째 모델이, 1946년에 세 번째 모델이 출시되었는데 이때까지는 모두 현재와 같은 풀 베일을 갖추지 못하고 베일이 반만 있는 형태의 것들이었다.

그 이유는 1932년 영국의 하디사에서 현재와 같은 형태의 완전한 베일(full bail arm)을 갖추고 자동으로 개폐되는 릴에 대한 특허를 취득하는 바람에 이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서 베일이 반만 있는 형태의 하프 베일(half-bail) 미첼 300을 출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하디사의 특허가 공개된 1954년 이후부터 지금과 같은 풀 베일 구조를 지닌 미첼 300을 출시할 수 있었고 대중의 큰 인기를 받으면서 누적 판매량 3천만 대, 300시리즈 전체로는 4천만 대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제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풀 베일 구조를 가진 모델이 출시되기 전에 1946년에 출시되었던 미첼 300(Mitchell 300)의 세 번째 버전도 모두 27만 대가 팔리는 히트를 쳤는데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이면에 바로 미국의 유통회사 가르시아가 있었다.

카르파노 앤 폰즈(Carpono & Pons)에 CAP릴의 개발을 의뢰하였던 회사(La Canne à Pêche)는 프랑스에서 수출과 수입을 하고 있던 미국회사 임페코(Impecco)와 친분이 있었는데 임페코(Impecco)의 사장이었던 줄스 검프리치(Jules)의 형인 오토 검프리치(Otto Gumprich)가 바로 가르시아의 사장이었던 것이다.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1955년에 1박스에 60개가 담긴 ‘미첼 300’ 1만 박스를 수출하게 되었으며 나중에는 가르시아가 미첼을 인수하고 다시 가르시아는 스웨덴의 아부에 합병되어 현재는 미국의 퓨어피싱이 소유하기에 이르게 된다.

아부 가르시아 이전의 가르시아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고 오늘은 프랑스의 미첼에 대하여 집중하도록 하자.

1955년 60만 개의 ‘미첼 300’을 미국으로 수출했던 카르파노 앤 폰즈(Carpono & Pons)는 1957년에는 100만 개를 수출하는 성과를 올리며 승승장구하는데 1970년대 당시 하루에 1만 개 정도가 생산되었던 미첼 릴은 프랑스에서 15%가 판매되고 나머지는 83개국 5,300여개의 판매점을 통해 유통되었는데 전체 수출물량의 65%를 담당하고 있던 곳이 바로 가르시아였으며 마침내 1974년 6월 17일에는 카르파노 앤 폰즈(Carpono & Pons)로부터 미첼을 인수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가르시아 미첼 300DL’이라는 모델을 출시하게 된다.

 

가르시아 미첼 300DL

 

그 후 가르시아 미첼이란 이름으로 릴을 출시하면서 사업다각화를 시도했던 가르시아는 문어발식 확장으로 인한 문제를 뒤늦게 인식하고 릴을 판매하는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려고 하지만 때는 늦어 결국 주식의 대부분을 다시 카르파노 앤 폰즈(Carpono & Pons)에 양도하고 1978년 8월 10일,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러나 다시 미첼을 인수한 카르파노 앤 폰즈(Carpono & Pons) 역시 가르시아의 파산으로 인한 여파를 넘지 못하고 미첼 릴을 유통하는 목적의 미첼 스포츠(Mitchell Sports)를 설립하지만 이 회사는 1990년에 미국의 JWA(Johnson Worldwide Associates)의 손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2000년에 퓨어피싱에 넘어가 지금에 이르고 있다.

물론 미첼 릴이 침체기에 빠지게 된 것은 가르시아의 파산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가르시아의 파산으로 인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출시했던 미첼의 모델들이 실패한 것도 1988년에 프랑스에서 모든 생산라인을 철수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이전까지 계란형의 형태를 띠고 있던 본체의 모양을 사각형으로 만드는 것에 일견 병적일 정도의 집착을 보인 미첼은 제품의 완성도에서 떨어진 제품들을 출시하여 점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었고 사각형의 바디를 가진 릴의 매출부진은 프랑스의 자존심과도 같았던 미첼을 미국의 손에 넘기는 결과를 낳고 말았던 것이다.

 

세계의 스피닝 릴들을 살펴보면 어느 업체든지 처음에는 기존의 제품들을 모방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모방은 제2의 창조라는 말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일본의 업체들이라고 할 수 있다.

1971년 당시 세계적인 유행이었던 계란형도 아닌 원형의 바디를 가진 최초의 스피닝 릴 덕스(DUX)를 출시했던 시마노는 미첼에서 사각형의 바디를 가진 제품들을 출시하자 발 빠르게 바디의 모양을 사각형으로 교체한 덕스를 출시하다가 급기야는 덕스에 New를 붙인 ‘뉴 덕스(New Dux)’를 출시하기에 이르렀고 모방하던 단계를 벗어나 지금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었다는 사실은 국내 관련업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덕스(Dux)

 

사각형 덕스(Dux)

 

뉴 덕스(New Dux)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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