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를까? 축구? 사전적인 의미와는 동떨어진 사치품을 일컫는 명품? 아니면 2차 대전? 베니스의 낚시꾼?
낚시라는 관점에서 이탈리아를 쳐다보면 우리나라와 많이 닮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종종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의 국민성이 닮았다고 하는 글을 볼 때면 일정 부분 수긍이 가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낚싯대 던져놓고 졸고 계시는 베니스의 낚시인~^^
스피닝 릴을 생산하는 나라와 그 업체에 대해서 얘기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나라가 이탈리아지만 많은 낚시인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른다. “세계의 스피닝 릴①편”에서도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이탈리아에는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만 해도 100개가 넘는 스피닝 릴 생산업체가 존재했었다.
이탈리아에서 스피닝 릴이 처음 탄생한 것은 1929년 주케티(Zucchetti)란 업체에 의해서였는데 이처럼 많은 제조업체들 중에서 가장 유명했다고 할 수 있는 알세도(Alcedo)와 창업자 벨리오 장기롤라미(Velio Zangirolami)의 이름을 딴 잔지(Zangi)라는 업체를 비롯하여 많은 수의 스피닝 릴 제조업체들은 토리노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토리노는 1899년 자동차업체 피아트의 공장이 들어서면서부터 금속·정밀기계공업의 중심지가 되는데 이러한 배경이 스피닝 릴을 제작하는 업체들이 토리노로 모이게 만든 요인이 되었으며 품질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낚시인들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유명한 프랑스의 스피닝 릴 브랜드인 미첼도 토리노와 깊은 연관이 있다.
아마 대부분의 낚시인들은 이탈리아 제품에 대해서는 몰라도 프랑스 미첼이란 스피닝 릴에 대해서는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1848년, 이탈리아 정부는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의 국경지역에 있는 끌류스(Cluses)에 왕립시계학교(Royal School of Watch Making)를 설립하였는데 바로 이 학교에 미첼의 창업자인 루이 카르파노(Louis Carpano)가 1851년에 입학을 하게 된다.(현재 끌류스(Cluses)는 프랑스령)
시계학교를 졸업한 루이 카르파노(Louis Carpano)는 독일과 스위스 등지에서 일하다가 1868년 다시 끌류스(Cluses)로 돌아와 기계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한 뒤 1902년 은퇴하고부터 1919년에 사망하기까지 토리노에서 살았다.
루이 카르파노(Louis Carpano)는 이름에서 보듯이 이탈리아 출신인데 그를 소개하는 정보에는 프랑스의 시계제작자라고 나오지만 1860년에 이탈리아 국적으로 변경하여 이탈리아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이 정보는 정확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 뒤 루이 카르파노(Louis Carpano)가 세운 회사는 그의 사위인 찰스 폰즈(Charles Pons)가 경영에 합류하면서부터 사명(社名)을 지금의 카르파노 앤 폰즈(Carpono & Pons)로 변경하고 1939년에 첫 번째 스피닝 릴을 출시하였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있는데 누구는 미첼 최초의 스피닝 릴은 1937년에 생산되었다고도 하고 또 누구는 1939년이라고도 하는데 어떤 것이 맞는지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1937년에 C.A.P.란 이름으로 출시된 것을 두고 미첼 최초의 스피닝 릴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들의 주장이라고 일축할 수 있다. 이 제품은 회사명이 C.A.P란 곳에서 만든 것으로 대량생산을 위해 카르파노 앤 폰즈(Carpono & Pons)에 의뢰를 하였던 것인데 이런 내막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C.A.P.가 카르파노 앤 폰즈(Carpono & Pons)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튼 이처럼 많은 업체들이 이탈리아를 기반으로 스피닝 릴의 생산에 뛰어들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역사적으로 큰 발자취를 남긴 업체로는 알체도(Alcedo), 카르젬(Cargem) 그리고 장기(Zangi)를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 장기(Zangi)는 1940년에 설립되어 세계시장에서 스웨덴의 아부사와 어깨를 겨루던 업체였으며 1946년에 설립된 카르젬(Cargem)은 1945년에 설립되어 이탈리아 업체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명성이 높았던 알체도(Alcedo)와 쌍벽을 이루었던 곳이다.
알체도는 1975년 콥테스(Coptes)에 매각된 이후에도 1982년까지는 알체도(Alcedo)란 이름으로 제품이 생산되었는데 알체도에서 1950년에 출시하였던 당시로는 세계 최경량의 스피닝 릴이었던 마이크론(Micron)에 대항하기 위하여 카르젬(Cargem)에서는 미뇽(Mignon)을 출시하였던 것에서 보듯이 이들 두 업체는 지금의 시마노와 다이와 같은 경쟁구도를 이루고 있었다.
알체도 마이크론(Alcedo Micron)
카르젬 미뇽(Cargem Mignon)
카르젬(Cargem)이란 회사명은 창업자인 카르발리(Carevalli)가 게모니오(Gemonio)에 세운 회사라는 뜻으로 만든 이름인데 이 회사에서는 1950년대 초에 이미 스텔라(Stella)란 모델명을 가진 릴을 출시하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스피닝 릴 제조업체 중에서는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알체도(Alcedo)는 1948년 롤란디(Rolandi)가 토리노에서 설립한 회사로 첫 번째 모델이었던 옴니아(Omnia)는 스러스트 베어링과 나선형의 헬리컬 기어(helical gear)를 장착한 기어비 1: 3의 성능을 가지고 있었고 이어서 기어비 1: 3.5의 알체도 넘버2가 출시되었다.
이어서 1950년대 후반에 쥬피터(Jupiter)를 출시했던 알체도(Alcedo)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은 당시로는 세계 최경량의 스피닝 릴이었던 마이크론(Micron)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으로 수출되었던 알체도 마이크론(Alcedo Micron)은 당시에 35달러에 현지에서 판매가 되었는데 2019년의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우리 돈으로 40만 원 정도에 해당하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알체도 마이크론(Alcedo Micron)이란 별도의 모델을 개발했던 것은 아니고 알체도 2CS 기종의 작은 크기 모델을 마이크론(Micron)이란 이름으로 판매하였던 것이다.
Alcedo 2CS
이런 인기에 힘입어 알체도(Alcedo)는 대형 릴인 마크Ⅵ(아틀란틱)과 마크V(오세아닉)을 출시하는데 이것은 부흥하는 황금나침반상으로 번역할 수 있는 미국의 ‘Renascent Golden Compass’상을 1956년에 수상하는 영광을 안게 된다.
Mark IV (Atlantic)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다양한 스피닝 릴을 접하기 어려운 국내시장에 이미 알체도(Alcedo)가 진출해 있다는 사실이다. 2017년에 국내에 진출했다고 하는데 이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2002년에 알체도(Alcedo)를 인수한 현 사장인 안젤로 로벨로(Angelo Rovello)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알룩스(ALLUX)를 2013년도에 새롭게 선보였는데 국내에서도 판매되고 있다.(이 글을 작성하고 난 수년 뒤 알룩스는 코로나의 여파로 파산하고 말았다)
이탈리아에서는 이처럼 많은 업체들이 우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스피닝 릴을 제조하고 있었으나 일본제품이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수공업으로 생산되던 이리아의 스피닝 릴들은 “품질이 비슷하거나 우수하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일본산에 의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당하면서 하나둘씩 사라지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일본으로부터 스피닝 릴의 제작기술이 도입된 우리나라와는 달리 축적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에서부터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비슷하지만 싼 가격 때문에 일제를 구입한다는 이탈리아 소비자들이나 같은 가격이면 일제를 구매하려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결과적으로는 자국산 제품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고자 이탈리아에서 택한 방법은 생산기지를 동구권으로 이전하여 자동화한다는 것이었지만 이탈리아의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반대여론이 형성됨에 따라 다시 본국으로 돌아와, 일본산에 빼앗긴 소비자들의 관심을 돌리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시 시선을 국내로 돌려보면 우리나라의 실정은 이탈리아보다도 좋지 못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발견하기는 정말 어렵다.
수십 년이 흐른 뒤, 자녀들과 함께 낚시를 하면서 이렇게 말해주고 싶은 낚시인들이 있을까?
얘야, 2019년에 아베란 녀석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에게 아주 못된 짓을 했었는데 그에 화가 난 우리국민들은 일본제품을 불매하는 운동을 자발적으로 전개했었단다. 그리고 그때 국산 낚시용품을 애용하자는 붐도 함께 일어났었지.
그러나 기대를 걸었던 국내 낚시용품 업체들로부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으면서부터 낚시인들은 하나둘씩 지쳐가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글로벌시대에 어느 나라에서 만든 것이 뭐가 중요해?” 라는 자조섞인 반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지.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대나무낚싯대는 일본고유의 제작기법을 따른 것임을 너도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우리고유의 것인 줄 아는 것처럼 이제는 일본의 낚시용품을 우리고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고 말았단다.(비약이 너무 심했을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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