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생전에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서약한 세계의 부자들 중엔 한국인도 있을까?

200억 원에 달하는 주식을 한 대학에 기부했다 140억 원에 달하는 증여세 폭탄을 맞았던 어느 개인기부자의 선행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는 한편, 대기업들의 총수가 범죄로 인해 재판에 회부되고 나면 으레히 뒤따르는 재산의 사회환원이라는 눈속임과 그들이 설립한 재단들은 또 다른 갑질을 자행하는 수단이 되는 모습들을 우리는 최근 대한항공의 일우재단 이명희씨를 통해서 똑똑히 목격한 바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에는 삼영그룹 창업자인 이종환씨가 8천억 원에 달하는 재산의 대부분을 기부하여 국내최대의 기부액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부자들이 기부에 인색한 것과는 달리 미국에서 거부(巨富)들의 기부는 새삼스런 것이 아닌데 우리가 잘 아는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는 설립한 재단을 통해 350억 달러 이상의 누적금액을 기부하고 있고 워렌 버핏은 지금까지 기부액수가 23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는데 이것을 한화로 계산해보면 각각 39조 원과 26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달하며 지금까지 그들이 기부한 금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빌게이츠가 500억 달러, 워렌 버핏이 467억 달러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2010년 6월,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이 전 세계의 부자들에게 “생전에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자!”는 취지로 기부공약(Giving Pledge)을 제안하면서 설립한 비영리재단인 “The Giving Pledge”에는 오늘 날짜(2018. 11. 17)로 22개 나라에서 186명의 거부들이 가입하고 있는데 아시아에서는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타이완의 거부들이 참가했지만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과 중국에서는 단 한 명의 참가자도 없다.(이 글을 작성한 것은 2018년으로 그 이후인 2021년에 한국인 부부 2쌍이 이름을 올렸는데 뒤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참가자 명단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과 중국은 남의 나라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한국의 부자들 중에서 단 한 사람의 참가자도 없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국내 재벌들의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생색내기용 꼼수 기부행태를 보는 것 같아 과히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다.

※그러나 2018년 이 글을 작성한 이후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형미선 부부와 배달의민족을 개발한 (주)우아한형제들의 창업자인 김봉진 설보미 부부가 2021년에 기부서약을 하였으므로 보충한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의장

(주)우아한형제들의 창업자인 김봉진 설보미 부부

역사적으로 부자들의 기부문화와 전통이 강한 미국은 지난 2017년에 가장 많은 4,020억 달러(약 455조 640억 원)의 모금액을 기록하였는데 이 금액은 우리나라의 한 해 예산에 육박하는 액수이며 그 중에서 개인이 기부한 액수는 모두 2,866억 달러(324조 4천억 원)라고 한다.

※ 출처: Charity Navigator

이런 미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나라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는 지난 해 5,996억 원의 모금실적을 올렸으며 오는 20일 전국적으로 사랑의 온도탑 제막과 동시에 연말 모금캠페인에 나서게 된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온도탑의 수은주가 쭉쭉 올라가기를 바라면서 지난 10년간(2008년~2017년) 미국에서 가장 많은 기부를 한 개인기부자들을 연도별로 알아보자.

▶ 2008년 레오나 헬름슬리(5,660억)

2007년 8월에 세상을 떠난 Leona Helmsley는 5억 달러에 달하는 그녀의 재산을 기부하였고, 그녀가 기르던 개에게 별도로 1,200만 달러의 재산을 증여하였는데 이 금액은 재판에 의해 200만 달러로 감액되었다.

▶ 2009년 드러켄밀러 부부(8,773억)

2009년 Stanley Druckenmiller와 그의 아내 Fiona Druckenmiller는 의학연구와 교육 및 빈곤퇴치를 주된 사업목적으로 그들이 설립한 재단(Druckenmiller Foundation)에 7억 7,500만 달러를 기부하였다.

▶ 2010년 익명의 기부자(2,264억)

2010년에는 자신을 텍사스 주에 있는 베일러대학교 출신이라고만 밝힌 익명의 기부자가 이 대학에 익명으로 2억 달러를 기부하였다.

▶ 2011년 윌리엄 디트리히 2세(3,000억)

2011년 10월 6일 사망한 윌리엄 S. 디트리히 2세(William S. DietrichⅡ)는 카네기 멜런 대학교에 2억6,500만 달러를 기부하였다.

▶ 2012년 워렌 버핏(4조 1,540억)

워낙 유명한 사람이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지만 Warren Buffett은 2012년에 어린이들을 위한 3개의 자선단체에 각각 10억 달러 이상(정확히는 1,027,773,653달러)을 기부하기로 하여 모두 36억 7천만 달러에 달하는 기부액을 기록하였다.

▶ 2013년 마크 저커버그(1조 1,200억)

2013년 페이스북의 CEO인 Mark Zuckerberg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자선단체(Silicon Valley Community Foundation)에 9억 9,200만 달러의 주식을 기부하였다.

▶ 2014년 랄프 윌슨(1조 1,300억)

2014년 3월 25일에 사망한 미식축구구단 버펄로 빌스의 구단주였던 Ralph C. Wilson Jr.는 그가 설립한 재단에 유산 10억 달러를 기부하였다.

▶ 2015년 존 산티코스(7,358억)

2014년 12월에 사망한 John Santikos는 샌안토니오 지역재단에 6억 5천만 달러를 기부하였다.

▶ 2016년 나이트 부부(5,660억)

나이키의 공동창업자인 Philip Knight와 그의 아내 Penelope Knight는 2015년 오레곤 대학교에 5억 달러를 기부하였다.

▶ 2017년 마크 저커버그 부부(2조 1천억)

Mark Zuckerberg와 그의 아내 프리실라 찬(Priscilla Chan)은 그들이 설립한 재단에 18억 5,650만 달러를 기부하여 2017년에 가장 많은 액수를 기부한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저커버그가 세운 재단은 비영리재단이 아닌 정확하게는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Chan Zuckerberg Initiative)”라는 LLC인데 이것은 유한책임회사와 개인기업의 특징이 결합된 형태로서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비판과 함께 비영리단체가 할 수 없는 정치적 로비에 사용될 수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서 기부의 본질이 변색되는 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튼 앞으로도 기부공약(Giving Pledge)을 하는 한국의 부자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람과 아울러 한국의 재벌들 중에서도 사회의 지탄이 아닌, 칭송을 받는 사람들이 나오기를 희망한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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