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발주는 언제부터 마셨을까?
지나친 음주문화를 지적하는 언론의 보도에 종종 등장하는 사발주! 한국에서만 사발주를 마시는 것이 아니고 외국, 특히 외국의 군인들이 그들의 표현으로 “그록 볼(Grog Bowl)”이라고 하는 사발주를 마시는 모습을 가끔 보게 됩니다.
그들은 언제부터 사발주를 마시기 시작한 것일까요? 그리고 왜 마시기 시작한 것일까요? 이제부터 그 유래와 이유를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발주의 기원은 1740년 영국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것을 만든 사람은 영국의 에드워드 버논(Edward Vernon)이라는 해군제독이었습니다.
옛날부터 배의 선원들은 마실 물을 보존할 특별한 방법이 없어서 물과 맥주를 그냥 통에 담아 보관을 하고 항해를 하였는데 그러나 보니 물은 변질되고 맥주는 신맛이 강해져 마시기 어렵게 되는 일들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즉, 선원들에게 제공되는 맥주의 양은 하루에 1갤론이었는데 반해 선원들은 맥주가 변질되기 전에 더 많은 양의 맥주를 마시려 하였고 그렇게 정해진 양보다 많은 맥주를 마시게 됨으로써 사건과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다가 1650년 이후부터 맥주 대신에 럼주가 선원들에게 보급되기 시작했는데 맥주보다 도수가 강한 럼주를 기존의 양과 같이 하루에 1갤론을 보급함으로써 계속해서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지요.
그럼에 따라 버논 제독은 1740년 8월 21일, 럼주에 물을 1대 3의 비율로 섞어 희석하여 보급하도록 명령하고 하루에 오전과 오후 두 번으로 나누어 선원들에게 배급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듭니다.
그런데 왜 사발주를 Grog Bowl이라고 부른 것일까요?
그것은 이 규정을 만든 에드워드 버논(Edward Vernon) 제독이 평소에 견모교직물(Grogram)로 만든 옷을 즐겨 입었기 때문에 물을 탄 럼주를 Grog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 말은 권투에서 비틀거리는 상태를 말하는 그로기(Groggy)의 어원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물을 섞었다고는 해도 음주로 인한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바람에 해군에서는 럼주의 공급을 없애고 대신에 급료를 인상시키는 제안도 대두되지만 실천되지는 못하고 단지 공급하는 양을 줄이는 쪽으로 수정하게 됩니다. 그 후 미 해군은 1862년 9월 1일부터 럼주의 배급을 중단하게 되고 영국해군은 1970년 7월 30일에 럼주의 배급을 중지하게 되는데 그날을 “Black Tot Day”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1986년 미 해군의 초청장
사발주 Grog Bowl을 마시는 것은 그냥 잡다한 것을 섞는 것이 아니고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알콜이 들어있지 않은 것 1개와 알콜이 들어있는 1개를 반드시 따로 준비해야 하고, 복장은 단정해야 하며, 담배를 피워도 된다는 불이 켜지기 전에는 흡연해서는 안 되며 나비넥타이가 틀어져서는 안 된다는 등의 정해진 규칙을 어긴 경우에는 사발주를 마셔야 하고, 다 마셔서 잔이 비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머리위에서 뒤집어야 한다는 등의 규칙들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발주 Grog Bowl을 만들 때 술과 함께 혼합하는 재료에는 피를 뜻하는 타바스코와 바다를 뜻하는 물, 땀을 의미하는 소금과 사막전쟁을 뜻하는 모래 등인데 그밖에도 지나친 재료들이 사용되어 점차 그 의미가 변질되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무엇이건 간에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