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문제로 논란이 일었었는데 이웃나라 일본도 예외가 아닌가 보다. 일본이 1997년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새역모)’를 결성하고부터 역사의 왜곡현상이 두드러졌는데 이제는 아예 독도를 자기들 땅이라고 주장하는 검정교과서를 출판하기까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오늘 얘기할 주제는 역사문제가 아니라 도덕에 관한 얘기이다.

문제가 된 것은 도쿄 키타구의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릴 “일요일의 산책”이란 부분이다. 원래의 내용은 주인공 ‘켄타’가 할아버지와 함께 자주 다니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산책을 하면서 익숙한 마을의 또 다른 새로운 매력을 발견한다는 내용인데, 이 안에 빵집이란 표현이 나온다.

그런데 이 빵집이란 표현을 두고 “학습지도 요령, 즉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나라와 향토를 사랑하는 태도를 배우는 규정에 비추어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검정의견이 나오고, 문부과학성의 “일본의 문화와 생활에 애착을 갖게 하는 표현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이 교과서를 출간한 도쿄서적은 고민 끝에 ‘빵집’이란 표현을 ‘제과점’으로 변경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이다.

이런 변경에 대한 도쿄서적의 입장은 “지도요령을 따르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즉, 압박이 심했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사건에 대한 일본 내에서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예를 들면 “빵집이란 표현과 향토애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라거나 학교급식으로 빵을 공급하는 업자들은 “학교급식을 위해 빵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말들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런 검정결과를 내놓은 위원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또한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일본의 도덕교과서의 검정화는 아베정권이 2006년에 1차 시도를 했으나 무산되었던 것이 2014년에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원으로 검정위원을 교체한 후 다시 시도하여 2018년부터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시된다고 한다.

일본 내에서도 이런 우경화 문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점고되고 있지만, 정치와 사회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높지 않은 일본의 국민들이 이런 불합리한 문제를 바로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봄비가 내리는 오늘, 탄핵되어 범죄 피의자로 구치소에 수감된 박근혜의 2차 검찰 조사가 있다고 한다.

봄비를 맞으면 싹이 트는 것도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도록 보호해주는 껍질인 아린(芽鱗: 나무의 겨울눈을 싸고 있으면서 나중에 꽃이나 잎이 될 연한 부분을 보호하고 있는 단단한 비늘 조각)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안심하고 경제와 사회생활에 전념할 수 있는 것도 국가가 그 아린으로서의 기능을 다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아린(芽鱗)이 되어줄 나라의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 시간을 맞게 되었다. 쓰레기 언론의 작태에 휘둘리지 않는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더욱 귀를 열고 눈을 크게 뜨야 할 시간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제 더 이상 마음이 아리는 일은 없어야겠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