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빅토리아시대에는 애도용 란제리를 입었다.

뚱뚱하든 말랐든 자신의 몸을 사랑하자는 캠페인이 여성들 사이에 확산되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트렌스젠더나 체구가 큰 모델들은 패션쇼에 세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패션잡지 보그의 질문에 “그들은 빅토리아시크릿이 보여주는 ‘판타지’의 본보기가 아니다”라고 대답한 마케팅 최고책임자의 발언으로 불매운동을 초래하게 된 ‘빅토리아시크릿’이라는 업체의 매출감소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빅토리아시크릿(Victoria’s Secret)’이라는 회사의 이름은 영국의 최고 전성기를 이루었던 ‘빅토리아 여왕(Queen Victoria)’과 그녀가 재위하던 시대를 말하는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era)’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지요~

빅토리아 여왕은 하얀 피부에 병적인 집착을 보였는데, 희다 못해 창백해 보이도록 화장을 하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하얗게 화장을 한 것은 상류층 여성들은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부유하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는군요~

 

그리고, 이런 메이크업을 빅토리아 여왕은 아예 혈관이 보일 정도로 창백하게 하는 것을 좋아했고, 여왕의 이런 기호에 따라 결핵으로 죽어가는 여성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풍조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편을 얼굴에 바르고 잔 후 아침에 일어나 암모니아로 화장을 하고, 주근깨를 없애고 황갈색의 피부를 희게 해준다고 해서 당시에 쥐를 잡기 위해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중독성이 강한 비소를 복용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희다 못해 창백한 피부에 집착하던 당시에는 여성들이 입던 속옷도 순결을 의미하는 흰색이 대부분이었으며 특히 첫날밤을 앞둔 신부는 반드시 흰색 속옷을 입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빅토리아시대에는 사람들의 억눌린 욕구가 비밀리에 성행하고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창백한 흰색의 피부에 검정색 속옷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순결을 의미하는 흰색 속옷 대신에 검정색 속옷을 입는다는 것이 드러내놓고 말할 일은 아니었겠지요~

 

그래서 생긴 문화가 우리말로 장례용 속옷 내지는 애도용 속옷으로 번역할 수 있는 “Mourning Lingerie”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상복을 뜻하는 “Mourning Dress”에서 표현을 따온 것인데 당시의 장례문화는 유교의 장례문화와 유사할 정도로서 부모가 사망하면 1년을, 남편이 사망하면 2년의 애도기간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절차에 대해서도 아주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었음을 ‘콜리어 백과사전(Collier’s Cyclopedia)’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례식과 애도기간에 착용하는 속옷은 실크와 솜털로 만들어진 것이어야 하고, 스타킹은 실크나 캐시미어 또는 검정색의 발브리간(balbriggan)이라고 하는 이집트면으로 만든 것을 신어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이것은 또 하나의 부를 과시하는 수단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상복도 입지 못하는 일반 여성들이 장례식에만 입는 속옷을 따로 준비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어느 작가는 이런 현실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고 합니다.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그것은 슬픔의 사치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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