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어의 역사를 알아보는 시리즈 중에서 두 번째로 미노우(Minnow)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는 미노우(Minnow)가 기록으로 증명할 수 있는 역사상 가장 오래된 루어라는 영국인들의 자부심과, 그렇지 않고 1930년에 개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스푼루어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것이라는 미국인들의 자존심이 서로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낚시에 관심이 없거나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낚시인들은 사용하는 장비의 역사와 같은 것들에 대하여는 잘 알지 못하는데 반해 빈티지 용품들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느 나라의 어떤 루어가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것인지 하는 내용은 아주 중요한 사안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스푼루어의 역사와 종류”란 글에서 잠깐 언급했던 팬텀 미노우(Phantom Minnow)가 1810년대에 영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근거가 있다고 주장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항간에서는 미노우가 루어 중에서는 역사상 가장 오래된 것(플라이 낚시 제외)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으나 팬텀 미노우(Phantom Minnow)를 개발한 사람의 나이와 사망일자를 비교하면 잘못된 것일 가능성이 아주 높은데 자세한 사항은 아래에서 알아보기로 하자.

피라미 같이 작고 날씬한 물고기를 본떠서 만든 루어의 한 종류인 미노우(Minnow)를 다른 말로 저크베이트(Jerkbait)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처럼 두 가지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도 틀린 것은 아니다.

이것은 미노우를 사용할 때 주로 저크(또는 저킹) 동작을 많이 사용하는 것에서 유래하고 있는데 엄밀하게 구분하자면 “미노우는 저크베이트 유형을 포함한 미노우 타입 루어의 총칭”이라고 할 수 있고 “저크베이트는 미노우의 일부와 립리스 타입의 루어 등 저크 액션에 특화된 루어의 총칭”이라고 할 수 있다.

미노우의 역사상 기원은 지난 시간 “핀란드의 낚시용품업체 라팔라(Rapala)의 역사”에서 알아본 라팔라로 알고 있는 낚시인들이 많지만 문헌상으로 고증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원은 영국이라고 할 수 있으며, 미국과 영국의 낚시인들이나 낚시용품 수집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팬텀 미노우(Phantom Minnow)가 그 중심에 있다.

구글에서 최초의 저크베이트를 한글로 검색하면 인지도와 역사가 가장 높고 오래된 낚시잡지에서도 1936년에 최초로 개발된 것이라고 나오고, 영어로 검색하면 모두가 라팔라의 창업자인 라우리 라팔라(Lauri Rapala)의 정보들만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모두가 1936년에 라우리 라팔라(Lauri Rapala)가 코르크에 은박지를 감싸서 만든 최초의 미노우 타입의 루어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정보는 100% 정확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라팔라가 만든 루어가 미국으로 유입되기 이전인 1800년대 중후반에 이미 영국에서 만든 루어들이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었고 특별한 브랜드로 불리기보다는 통틀어서 영국제 루어라는 뜻의 브리티시 베이트(British Baits)라 불리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영국에서 건너간 루어들은 모두가 금속소재로 만들어진 것들이어서 현대낚시에서 정의되는 것과 같이 부력이 있는 미노우와는 차별화 된다.

하지만 피라미를 뜻하는 영어단어 미노우(minnow)를 제품명으로 정한 것들은 이미 1895년의 팬텀 미노우(Phantom Minnow) 광고에서도 발견할 수가 있는데 이와 같이 현대에 와서 정의되는 것과는 달리 루어용품의 이름으로 미노우(minnow)가 사용된 것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공신력 있다고 자부하는 잡지사라면 최소한 “현대적 개념의 미노우와 같은~”이란 수식어를 붙였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1895년 팬텀 미노우 광고

한편 라팔라의 루어가 미국으로 도입되어 큰 인기를 끌기 이전인 1910년에 미국에서는 ‘크릭 첩 베이트(Creek Chub Bait Company)’라는 회사가 설립되었는데 이 회사의 창업주의 한 사람인 헨리 딜스(Henry Dills)는 창업을 하기 이전에 이미 현대낚시에 사용되는 액션계의 플러그나 미노우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위글러(Wiggler)를 만들었고 1916년부터 정식으로 ‘Creek Chub Wiggler’란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라팔라가 만든 미노우가 미국에 보급된 이후 미국의 업체들이 현지실정에 맞는 미노우를 개발하는데 기초가 되었다.

그런데 라팔라가 만든 루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으로 인편을 통해 보급되고 있었고 1952년 헬싱키 올림픽을 기점으로 그 양이 증가하면서 1960년에 정식으로 수입되고, 1962년에 와서는 대박을 터뜨리게 되는데 무슨 이유로 도입부터 대량으로 보급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렸던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의외로 그 이유는 간단한데 당시 미국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베이트 태클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라팔라의 가벼운 제품들은 캐스팅하는데 어려움이 따랐고 나중에 스피닝 릴이 유럽으로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부터 라팔라의 미노우가 대중화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릴린 먼로의 특집기사가 실린 잡지에 함께 소개되면서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대박을 터뜨렸던 것이어서, 사업이란 노력에 무엇인가가 플러스알파로 작용하여야만 큰 성공을 이룰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중간에 얘기가 끊어졌는데 다시 영국이 가장 오래된 루어라고 주장하는 팬텀 미노우(Phantom Minnow)로 돌아가 보면 이것을 만든 윌리엄 브라운(William Brown)은 1877년에 사망(몇 세 때 사망했는지는 현재 불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1800년대 초반에 팬텀 미노우(Phantom Minnow)를 미국으로 수출했다는 사실과는 논리적으로 부합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정확한 근거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스푼루어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

1866년 영국 올콕사의 카탈로그

한편 미국에서는 1859년에 라일리 하스켈(Riley Haskell)이라는 사람이 트롤링 베이트라 이름붙인 루어의 특허를 취득하였는데 현대에 와서는 이것을 라일리 하스켈 미노우(Riley Haskell Minnow)라고 부르고 있다.

과연 이것을 미노우의 역사로 볼 수 있는 것일까? 만약 이것이 미노우의 역사로 받아들여진다면 현대 미노우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라우리 라팔라(Lauri Rapala)는 라일리 하스켈(Riley Haskell)에 의해 뒤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낚시용품 하나에도 각국의 자존심 대결은 치열한데 이와는 달리 버젓이 일본어를 제품명에 표기하고 있는 국내 낚시용품업체들의 행태를 보면 한심하다 못해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아무튼 현재까지는 라우리 라팔라(Lauri Rapala)가 현대식 미노우의 창시자로 평가되고 있으나 앞으로의 연구와 조사결과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상의 내용이 미노우의 역사에 관한 것의 전부일까?

예상하는 바와 마찬가지로 상기에서 언급한 것들이 모든 논란의 내용은 아니고, 루어낚시용품 업계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회사인 미국의 헤던(Heddon)도 가세를 하고 있다.

“소프트 베이트 루어의 대명사 웜(worm)의 역사”에서 잠깐 소개했던 것처럼 헤던(Heddon)이란 업체는 제임스 헤던(James Heddon)이 빗자루를 개구리 모양으로 깎아 최초의 프로그(Frog)를 만들었던 1898년으로부터 4년 뒤인 1902년에 회사를 설립하였다.

그리고 1905년에는 제품명에 미노우를 붙인 ‘도와지악 미노우(Dowagiac Minnow)’를 출시하게 되는데 이 제품의 특허는 1902년에 취득하였다.

이런 와중에 핀란드로부터 라팔라의 제품들이 수입되면서 미국에서도 나무를 소재로 하는 루어의 생산이 활발해지는데 주로 사용된 소재는 남미에 자생하는 발사(Balsa)였다.

발사(Balsa)를 소재로 미노우를 만든 회사들 가운데에서 가장 유명한 업체로는 조지 페린(George Perrin)이 세운 레벨(Rebel Lures)이란 회사가 있는데 레벨(Rebel)은 역사 깊은 (Heddon)보다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브랜드로, 미노우의 역사에 있어서는 세계최초로 플라스틱 소재의 미노우를 만들었다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상이 간추려본 미노우(Minnow)의 역사이다.

앞으로도 핀란드의 라우리 라팔라(Lauri Rapala)가 만든 것이 현대식 미노우의 시초인지, 아니면 미국의 라일리 하스켈(Riley Haskell)이 만든 것이 시초인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고, 이 영예를 잃지 않으려는 라팔라와 새롭게 영예를 얻으려는 업체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다툼도 계속될 것이다.

또한 미국의 스푼루어가 최초의 루어인지, 아니면 영국의 팬텀 미노우(Phantom Minnow)가 최초의 루어인지에 대한 것을 두고 영국과 미국의 낚시인들 간에는 자존심 대결도 이어질 것이며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전자동으로 무게중심이 이동되는 새로운 미노우를 출시하여 판매하고 있다.

일본불매운동으로 인해 더욱 많은 낚시인들이 국산용품의 사용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국내업체들의 준비는 얼마나 잘 되고 있을까? 낚시인들과 관련업계의 자국 문화에 대한 각국의 자부심 경쟁 속에서 과연 대한민국 낚시용품업체 경영진들의 가슴과 기업이념에는 대한민국의 낚시문화를 창달하며 세계에 널리 전파한다는 사명감이 존재하고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면 씁쓸하기만 한 것이 현실이지만 이 또한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일일 터~ 앞으로의 변화와 발전을 진심으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