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하는 원투낚시의 매력 중에는 밤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케미 라이트의 불빛을 바라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안전을 위해서도 줄보기 케미는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혹시라도 밝은 빛으로 인해 물고기들의 경계심을 높이는 것은 아닐까 염려하는 분들도 계시고 반대로 물고기들의 집어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어종에 따라서는 빛을 좋아하는 것도 있는 반면에 빛을 경계하는 어종도 있고, 아직은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서 어느 쪽이 맞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물고기들이 어떤 색깔을 제일 잘 볼 수 있는지를 연구한 논문을 통해 이와 관련한 내용을 알아볼까 합니다.

오늘 인용하는 논문은 샌디에고에 있는 미국해양기상청 NOAA 산하의 사우스웨스트 어류 과학센터(Southwest Fisheries Science Center)에 근무하는 에드먼드 홉슨(Edmund Hobson)과 제임스 체스(James Chess)가 1981년에 공동으로 발표한 것으로 원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Crepuscular and nocturnal activities of Californian nearshore fishes, with consideration of their scotopic visual pigments and the photic environment.

논문의 제목은 캘리포니아 근해에 서식하는 어류는 야간에 어떻게 시각을 확보하는가 라고 요약할 수 있는데, 에드먼드와 제임스는 캘리포니아 서남쪽에 있는 산타 카탈리나섬의 연안에서 3년 동안, 잠수관찰을 실시하여 27종에 달하는 어류의 낮과 밤에 따른 움직임과 먹이활동을 조사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잠수와 병행하여 채집을 통해 수집한 물고기를 해부하여 위의 내용물과 눈의 망막세포를 조사하여 어종별로 어떤 색깔을 가장 잘 볼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고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27종의 어류 중에서 17종은 주간에, 8종은 야간에, 나머지 2종은 주야로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합니다.

아시는 것과 같이 수심이 깊어질수록 긴 파장의 붉은색이 먼저 흡수되고, 단파장의 파란색이나 보라색은 늦게 흡수가 되며, 빛의 산란은 이와 반대로 붉은색보다 파란색이나 보라색이 더 쉽게 산란되므로 깊은 수심에서 색을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연구결과에 의하면 어종에 관계없이 물고기들에게 가장 잘 보이는 색깔은 파장이 496~505nm인 청록색이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또한 수중으로 들어오는 빛은 시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수중에서 잠수를 하면서 물고기들이 가장 잘 보는 색깔과 같은 물색이 되는 시간대를 관찰했는데, 물고기들이 색깔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시간대는 일출과 일몰의 시간대와 일치했다고 합니다.

아침 해뜨기 전과, 저녁에 해가 지기 전에 가장 조과가 좋다는 말은 이 논문에서도 확인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해가 완전히 지고 깜깜해지는 밤에 물고기들은 어떻게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달빛이나 별빛에 의지한다고 알고 있으며, 모래에 반사된 달빛은 더 밝게 보인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도 검증된 사실이지만 수중에 닿는 달빛과 별빛의 파장은 550~600nm의 노란색이어서 물고기들이 잘 볼 수 있는 색깔과는 차이가 난다는 것을 연구진은 확인했다고 합니다.

이상만을 놓고 판단할 때, 원투낚시인들이 참고할 수 있는 점은 집어를 위한다면, 녹색의 줄보기케미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 물고기들에게 경계심을 주금이라도 적게 주고 싶다면 빨간색 줄보기 케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수중에서는 루멘에 따라서 빛이 도달하는 거리가 차이가 나지만, 이에 대한 데이터는 전혀 없는 형편이어서 열심히 발품을 팔아 자료를 구하게 되면 즉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물고기들은 야간에 무엇으로 사물을 인식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연구진의 해답은 야광충(夜光蟲)에 의한 것이라는 가설입니다. 정확한 것이 아니란 것이죠.

그러나, 이것은 설득력이 있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야간잠수를 하는 분들에 따르면 수중라이트가 닿지 않는 지점에 있는 물고기들도 식별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동물성 플랑크톤이 헤엄치는 물고기의 주변에서 움직이면서 내는 빛에 의한 것 때문이라고 합니다.

야광충은 물살이나 진동과 같은 자극을 받으면 루시페린이란 물질이 루시페라제라는 발광효소와 결합하여 발광한다고 합니다.

2019년 서귀포 문섬 앞바다에서 무리를 이루고 있는 것이 확인되어, 뉴스로도 보도가 되었던 황안어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은 다음, 체내에 축적된 루시페린과 루시페라제를 이용하여 발광하는 대표적인 어종이죠.

 

그런데, 야광충이나 황안어가 방출하는 발광물질의 파장은 500~515nm로 물고기들이 가장 잘 볼 수 있는 색깔과 거의 일치한다는 것을 연구진은 발견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위에 장애물이 없는 곳에서 주로 활동하는 물고기들이 해초나 바위, 모래 밑에 숨어서 활동하는 물고기보다 색깔을 더 정확하게 구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연구진이 세운 가설일 뿐이란 점은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가설은 틀릴 수도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니까요.

어떤 색깔과 어떤 정도의 밝기를 가진 줄보기 케미가 가장 좋은지는 수많은 실험을 통해 찾아갈 수밖에 없지만, 물고기들의 경계심을 높이지 않으려면 빨간색을, 집어효과를 위한다면 녹색의 줄보기 케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확인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