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는 반려견과 비슷한 정도인 5억 개에 달하는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신경계가 발달해 있는 생물이다. 그러나 신경세포의 대부분이 뇌에 있는 개와는 달리 문어의 신경세포 중 3분의 2 이상은 다리와 몸통에 분포되어 있다.

비엔나 동물원에 근무하다 지금은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OIST)에 근무하고 있는 타마르 구트닉 박사(Dr. Tamar Gutnick)는 실험을 통하여 문어의 다리는 독립적인 학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 만들어진 학습정보가 각각의 다리로 전달된다는 것을 발표하였다.

문어는 중추뇌 1개와 각각의 다리에 소뇌가 1개씩, 총 9개의 뇌를 가진 생물이라는 학자들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하여 실시한 타마르 구트닉 박사(Dr. Tamar Gutnick)의 논문은 Current Biology에서 볼 수 있으나 아쉽게도 약간의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타마르 구트닉 박사(Dr. Tamar Gutnick)가 실시한 실험의 핵심내용은 아래의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그 밑의 사진을 보면 아! 이 사람이 타마르 박사였구나 하실 분들도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타마르 구트닉 박사 (Dr. Tamar Gutnick)

 

오늘 소개하는 논문은 금년 2월 22일자로 iScience에 게재된 것으로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의 생물학 교수인 로빈 크룩(Robyn J. Crook)씨가 발표한 것이며, 논문의 제목을 번역하면 “문어가 통증을 느낀다는 행동학적, 신경생리학적인 증거” 정도가 되겠으며 원제는 ‘Behavioral and neurophysiological evidence suggests affective pain experience in octopus’이다.

낚시를 좋아하기도 하고, 수산물을 즐겨 먹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고통을 덜어주는 방법으로 요리를 하자는 것이 블로그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바이기 때문에 오늘 소개하는 논문도, 읽으시는 분들이 그런 연장선의 하나임을 알아주신다면 고맙겠다.

로빈 크룩(Robyn J. Crook) 교수는 실험을 위해 일정 시간 동안 문어를 수조에 넣고 적응시킨 다음, 칸막이로 나눈 2개의 방을 준비하고 각 칸막이에는 문어가 식별할 수 있는 특정한 무늬를 그려 넣은 다음 어느 한쪽 방에 문어를 넣었다.

 

2개로 나누어진 각각의 방은 문어에게 무언가를 투여하는 방과, 아무것도 투여하지 않는 방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무늬만 보고 문어가 의식적으로 무엇인가를 투여한다는 것을 판단할 수 있는지 관찰하는 것이 핵심내용이었는데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무언가를 투여하는 쪽에 넣은 문어에게는 통각을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세트산(acetic acid)을 주사하여 그 행동을 관찰하였다는 것이다.

실험결과, 아세트산(acetic acid) 주사를 맞은 문어는 주사를 맞을 때 있던 칸막이의 특정 무늬를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생리식염수를 주사했을 때의 반응과는 대조를 보임으로써 통각(痛覺)을 자극하는 아세트산을 피하려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한편 이 실험과 더불어 아세트산을 주사한 직후, 즉시 리도카인(마취제)을 주사하면 특정 무늬가 있더라도 그 방(칸막이)을 회피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어는 아픔을 완화시키는 쪽을 선호하며 이것은 다시 말해 문어는 통증을 싫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아래의 그림은 실험의 결과를 요약한 것으로서, 가로축은 왼쪽에서부터 차례로 생리식염수를 투여한 그룹(Saline paired), 아세트산을 투여한 그룹(AA paired), 생리식염수를 투여한 다음 마취제를 투여한 그룹(Analgesic control), 아세트산을 투여한 다음 마취제를 투여한 그룹(Analgesic paired)을 나타내고, 세로축은 +가 무언가를 투여하는 방으로 이동한 횟수를, -는 아무것도 투여하지 않는 방으로 이동한 횟수를 나타내고 있다.

결과를 보면, 아세트산을 주사한 문어는 아세트산 주사를 맞을 때 있었던 방을 회피하고, 아세트산 주사 직후에 마취제를 주사했을 때에는 마취제를 주사할 때 있었던 방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로빈 크룩(Robyn J. Crook) 교수는 생리식염수를 투여한 다음 마취제를 투여하지 않는 그룹(S)과 아세트산을 투여한 다음 마취제를 투여하지 않는 그룹(AA), 아세트산을 투여한 다음 마취제도 투여한 그룹(L) 및 생리식염수를 투여하고 마취제도 투여한 그룹(LC) 등 4개로 나누어 24시간 동안 행동을 관찰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 아세트산을 투여한 다음 마취제를 투여하지 않는 그룹(AA)에서 아세트산이 주사된 부위를 입으로 물어뜯는 행동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마지막 그림은 전기생리학적인 실험결과로써 아세트산을 투여한 문어에게서 특정 반응이 나타났으나 마취제를 주사하면 그 반응이 억제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논문의 마지막에서 로빈 크룩(Robyn J. Crook) 교수는 실험의 한계로써 두족류가 의식이나 통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지만, 실험을 통해 문어가 보인 반응은 포유류가 통증을 느꼈을 때 보이는 반응과 유사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두족류를 산채 요리하더라도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을 하자는 것이 오늘 포스팅을 통해 얘기하고 싶은 핵심이며, 많은 분들이 함께 해줄 것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