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모기장 밖(蚊帳の外)의 일본과 아베총리

여름은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다. 그런데 요 며칠 사이 언론을 통해 듣게 되는 말 중에 ‘모기장 밖’이라는 것이 있다.

모기장은 사람이 안에 들어가야 모기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인데, 모기장 밖에 있으면 모기밥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면 ‘모기장 밖’이란 표현은 무언가 피해를 본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일까? 지금부터 이 표현을 한 번 알아보기로 하자.

언론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기장 밖’이란 표현은 일본어 카야노소토(蚊帳の外)를 직역한 것인데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던 시절에는 더운 여름에 잠을 잘 때에도 창문을 열어놓아야 했고 그 때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 모기장을 사용했다.

따라서 모기장 밖에 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거나 왕따(이지메) 당하는 상황, 혹은 무시당하거나 불리한 상황에 놓인 것, 또는 중요한 속사정을 모르는 경우를 나타내는 말로 일본에서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이 표현이 새삼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난 6월 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깜짝회담을 가진 사실을 보도하면서 도쿄신문이 북미회담의 과정에서 어떤 형태의 참여도 하지 못한 아베를 두고 모기장 밖(蚊帳の外)에 있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우리 언론들도 인용하면서 널리 알려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아베정권이 행한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이 모기장 밖(蚊帳の外)이란 표현이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지난 시간 아베정권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한 이유로 대북교역에 관한 의문점을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을 알아본 바가 있었다.

또한 아베가 수출규제를 일본의 참의원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날에 맞추어 단행한 것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는 것은 ‘일본의 수출규제는 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통해서 짚어보기도 하였다.

그 글에서도 언급했던 일본의 경제와 연금 및 소비세 등등의 문제는 아베정권이 모기장 안에 있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으며 단지 한 가지 일본의 외교안보 문제만이 모기장 밖(蚊帳の外)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오사카에서 열렸던 G20에 참가하기 전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공격당하면 일본은 우리를 전혀 도울 필요가 없다. 그들은 오직 소니 TV로 공격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고 하면서 현재의 미일안보조약의 불평등을 지적했었다.

트럼프의 이러한 불평은 현재의 미일안보조약 제5조에서 일본의 영토에 대한 무력공격(미군을 포함)에 대하여 미국이 공동으로 대처하도록 한다고 되어있는 것에 비해서 일본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제6조에서 미군이 주둔할 수 있도록 기지를 제공하는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었다.

아베로서는 트럼프의 협박(?) 때문에라도 일본헌법 제9조의 “교전권, 정규군 보유의 금지” 조항과, 자국 내의 방어만을 수행한다는 “전수방위”의 원칙을 개정하여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런데 2018년 3월 김정은과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1차 회담을 필두로 트럼프와 김정은의 북미회담 및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과의 역사적인 평양회담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와는 달리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현안에서 그야말로 모기장 밖(蚊帳の外)의 신세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G20의 개최국이면서도 아베가 문재인 대통령의 면담을 거절한 것에서 우리는 아베총리 스스로가 모기장 밖(蚊帳の外)으로 나와야 한다는 복안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알 수가 있다.

G20을 통해 나타난 아베총리의 외교력 한계를 비난하는 일본 내의 여론이 비등하고, 트럼프로부터는 안보조약의 불평등에 대한 협박성 불만을 받기에 이르자 아베로서는 모기장 밖(蚊帳の外)에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과시함으로써 다시 안으로 초대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을 것이다.

또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참의원 선거에서 2/3를 넘는 의석을 확보해야만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카드는 한국때리기란 것을 아베는 통계부정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초계기 저공비행’이란 방법을 동원하여 보수층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면서 이미 배운 바가 있었다.

트럼프가 불만을 제기하는 미일안보조약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과의 관계는 논외로 하면) 일본헌법 제9조를 개정하면 해결될 문제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번 참의원선거의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아베의 당면과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치적 수단으로 꺼내든 것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란 카드인데, 이 문제는 앞으로 있을 북한의 비핵화해결과 관련한 과정에서 일본의 의견을 반영, 내지는 입지를 세워줄 수 있는 여지를 미국과 외교적으로 협의하여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 외교부가 일본을 WTO에 제소하기보다도 먼저 노력해야 할 부분임이 분명하다.

현재 일고 있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일본 불매운동은 요원의 불길처럼 더욱 번지는 것이 좋고, 우리사회의 갈등을 부추기려는 일본의 요구에 맞게 정부를 때리는 식의 보도는 지금 단계에서는 보류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처럼 모기장 밖(蚊帳の外)에서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칭얼거리는 아베를 달래서 모기장 안으로 들여보내면 이번 수출규제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실마리를 가지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로 아베가 내세우고 있는 위안부 합의와 징용 피해자의 배상 판결 문제는 이번 사태에 숨어있는 문제의 본질은 절대 아님을 알아야만 할 것이다.

누가?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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