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의 고갈을 예언했던 민정중과 명태의 어원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정부가 포획을 금지할 정도로 귀한 존재가 되어버린 명태는 2018년에 냉장상태의 생태를 3,664톤이나 수입했다는데 그 중에서 96.8%를 일본으로부터 수입했다고 하는데 지금이라도 관계당국이 나서 원산지표시위반을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 숙종 때의 판서를 역임하였던 노봉(老峯) 민정중(閔鼎重)은 “300년 뒤에는 명태가 귀해질 것이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아예 씨가 말라버렸으니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정중의 명태에 대한 예언은 조선말기의 문신 이유원(李裕元)의 수록류(隨錄類)를 모아 만든 임하필기(林下筆記)에 나오는데 그와 함께 명태(明太)란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도 밝히고 있다.
임하필기(林下筆記)는 모두 39권 33책으로 되어 있으며 명태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제27권은 춘명일사편(春明逸史編)인 제25권~제30권에 속하는 것으로 임하필기(林下筆記)의 다른 글들이 대부분 이미 쓰여진 저술에서 발췌한 것이었는데 비해서 춘명일사편(春明逸史編)은 이유원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사실들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가치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 지금부터 임하필기(林下筆記) 춘명일사편(春明逸史編) 권27에 나오는 명태(明太)란 제목의 글을 원문과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林下筆記 卷二十七(임하필기 권27)
明太(명태)
명천어부유태성자(明川漁父有太姓者).
명천에 사는 어부 중에 태씨란 성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조일어(釣一魚). 사주이공도백(使廚吏供道伯). 도백심미지(道伯甚味之). 문기명(問其名). 개부지(皆不知). 단도태어부소득(但道太漁夫所得).
하루는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 고을의 아전으로 하여금 도백(관찰사)에게 드리게 하니 도백이 매우 맛있어 하며 물고기의 이름을 물었으나 아무도 알지 못하고 단지 태씨란 어부가 잡았다고만 대답할 뿐이었다.
도백왈명위명태가야(道伯曰名爲明太可也).
이에 도백이 말하기를 명태라고 이름 붙이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자시차어세득루천석(自是此魚歲得屡千石). 편만팔로(遍滿八路). 호위북어(呼爲北魚).
이때부터 이 물고기가 해마다 수천 석씩 잡혀 팔도에 두루 퍼지면서 북어라고 불렸다.
민노봉지언(閔老峯之言). 삼백년후차어상귀촉령(三百年後此魚常貴亍令). 기언예험(其言預驗).
노봉(老峯) 민정중(閔鼎重)이 말하기를, “300년 후에는 이 물고기가 지금보다 귀해질 것이다.”고 말하였는데, 이제 그 말이 들어맞은 셈이 되었다.
여과원산(余過元山). 견어적여오강지치시(見魚積如五江之峙柴). 불계기수(不計其數).
내가 원산을 지나면서 이 물고기가 쌓여 있는 것을 보았는데, 마치 오강(지금의 한강 일대)에 쌓인 땔나무처럼 많아서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었다.
민정중이 명태의 고갈을 예견하고 300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임하필기를 쓴 이유원(李裕元)은 남획되는 명태의 모습을 보았고, 그로부터 다시 300년이 못 된 지금은 아예 명태의 흔적을 찾을 수조차 없을 지경이니 다시금 고전(古典)을 통해서 소중한 어족자원의 보호를 되돌아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