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양귀비를 가슴에 이유는?

미국의 현충일에 해당하는 매년 5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에 열리는 메이저리그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가슴에 양귀비가 장식된 유니폼을 입고 나온다. 뿐만 아니라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종전 기념일(Rememberance Day)인 매년 11월 11일에는 선수들이 가슴에 양귀비가 장식된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다.

이처럼 전쟁에 참전하여 숨져간 영령들을 기리는 뜻으로 양귀비를 가슴에 다는 전통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부터 유래가 되었는데 종전기념일 또는 영령기념일로 불리는 이 날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날을 회상하고 전쟁으로 숨져간 사람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1919년 11월 7일 영국의 조지 5세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비공식적으로는 양귀비의 날(Poppy Day)이라고도 부른다.

스포츠 선수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에 장식된 양귀비는 특히 ‘현충일 양귀비(Remembrance poppy)’로 불리는데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들을 기념하기 위한 이 인공적인 양귀비 조화가 공식적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사용되었던 것은 1921년부터였다.

그러면 지금부터 인공 양귀비를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상징으로 사용하게 된 유래를 한 번 알아보도록 하자.

1차 세계대전의 격전장이었던 서부전선에 쏟아지던 포격 속에서도 흐드러지게 피었던 양귀비는 이프르 전투(the battle of Ypres)에 군의관으로 참가했던 캐나다의 육군중령 존 맥크래(John McCrae)에게 시적인 영감을 주었고, 그는 ‘개양귀비 들판에서(원제: In Flanders Fields)’란 시를 1915년 5월에 써서 그 해 12월 8일에 펀치 매거진(Punch magazine)이란 잡지를 통해 출판하게 된다.

개양귀비 들판에서(In Flanders Fields)

플랜더즈 들판에 양귀비꽃 피었네,

줄줄이 서있는 십자가들 사이에.

그 십자가는 우리가 누운 곳 알려주기 위함.

그리고 하늘에는 종달새 힘차게 노래하며 날아오르건만

저 밑에 요란한 총소리 있어 그 노래 잘 들리지는 않네.

In Flanders fields the poppies blow

Between the crosses, row on row,

That mark our place; and in the sky

The larks, still bravely singing, fly

Scarce heard amid the guns below.

우리는 이제 운명을 달리한 자들.

며칠 전만 해도 살아서 새벽을 느꼈고 석양을 바라보았네.

사랑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였건만

지금 우리는 플랜더즈 들판에 이렇게 누워 있다네.

We are the dead. Short days ago

We lived, felt dawn, saw sunset glow,

Loved, and were loved, and now we lie

In Flanders fields.

우리의 싸움과 우리의 적을 이어받으라.

힘이 빠져가는 내 손으로 그대 향해 던지는 이 횃불

이제 그대의 것이니 붙잡고 높이 들게나.

우리와의 신의를 그대 저 버린다면

우리는 영영 잠들지 못하리,

비록 플랜더즈 들판에 양귀비꽃 자란다 하여도.

Take up our quarrel with the foe:

To you from failing hands we throw

The torch; be yours to hold it high.

If ye break faith with us who die

We shall not sleep, though poppies grow

In Flanders fields.

사진은 바그람 공군 기지(출처: 미 공군 중앙 사령부)

 

캐나다에서는 종전기념일 행사에서 묵념이 끝나면 이 시를 낭독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전쟁터의 척박한 땅에서 꽃을 피우는 개양귀비를 노래한 ‘개양귀비 들판에서(In Flanders Fields)’에 화답하여 1918년 11월 9일 미국 조지아 대학의 교수였던 모이나 마이클(Moina Belle Michael)이 ‘We Shall Keep the Faith’란 제목의 화답시를 발표하면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사망한 군인들을 기리는 상징으로 개양귀비를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제시하게 된다.

 

그러나 개양귀비 인공조화가 세계적으로 전파되는데 크게 공헌을 한 사람은 프랑스 출신으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프랑스어 강사로 활동하기 위해 미국에 왔던 안나 게랭(Anna Guérin)이라고 할 수 있다.

개양귀비를 현충일을 기념하는 꽃으로 사용하자는 공식적인 제안은 모이나 마이클(Moina Belle Michael)이 하였으나 그녀보다 앞서서 개양귀비를 사회적인 활동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의 개양귀비 여인(Poppy Lady of France)’ 또는 ‘프랑스에서 온 개양귀비 여인(Poppy Lady from France)’이라 불렸던 안나 게랭(Anna Guérin)이었다.

역사적으로는 ‘개양귀비의 날(Poppy Day)’이란 명칭의 공식행사는 1916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열렸으며 인공조화는 1916년 전쟁포로들을 위한 기금모금행사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아직은 그 규모도 작았고 전 사회적인 공감을 형성하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안나 게랭(Anna Guérin)이 그녀가 주최하는 각종 자선행사에서 개양귀비의 인공조화를 사용하면서부터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게 되었고, 마침내 1920년 9월 27일에 ‘미국재향군인회(The American Legion)’에서 개양귀비를 공식 꽃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미지 출처: The American Legion

 

영국에서 개양귀비의 인공조화를 처음으로 사용한 것도 1921년의 일로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들과 그 가족들을 돕기 위하여 얼 헤이그 재단(Earl Haig Fund)이 개최했던 기금모금행사에서 처음으로 사용하였으며 그 때 사용한 인공조화는 안나 게랭(Anna Guérin)이 생산한 것들을 수입한 것이었다. 그러나 1922년부터 영국재향군인회는 참전 상이용사들로 운영되는 공장에서 자체 생산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그 전통은 현재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이처럼 붉은 개양귀비는 영연방의 여러 나라와 미국에서 현충일을 기념하는 꽃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보라색 양귀비는 전쟁으로 희생당한 동물들을 기리는 것으로 사용되고 흰색 양귀비는 전쟁이 없는 평화를 상징하며 현충일에 사용되기도 한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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