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정당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정당들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 치킨을 먹는 것일까? 아니면 치킨을 먹기 위해서 맥주를 마시는 것일까? 아무튼 치맥은 우리 평범한 소시민들의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세계 각국에는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정당들이 있다.

물론 지금은 해체되어 사라진 것들도 있지만 세계 각국에서 만들어진 맥주를 애호하는 사람들이 만든 정당들을 한 번 살펴보자.

 

1. 폴란드의 맥주애호가당(Polish Beer-Lovers’ Party)

1990년에 야누스 레윈스키라는 사람이 폴란드의 보드카 소비량을 줄이고 대신 맥주를 마시자는 취지로 정당을 설립한다고 홍보하면서 5천여 명의 사람들이 엽서로 입당신청을 하여 만들어지게 되었다.

정당을 설립한다는 계획은 농담이었는데 모임이 거듭되면서 높은 생활수준은 표현과 집회의 자유에서 비롯된다는 의견에 따라 폴란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정책집단으로 변화하여 1991년 기존 정치인들에게 실망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 하원에서 16석을 획득하여 중견정당으로 우뚝 서게 된다.

그러나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지 1992년에 이 정당은 “Large Beer”와 “Small Beer”당으로 분열되면서 “Large Beer”당은 이름을 “폴란드 경제계획당(Polish Economic Program)”으로 바꾸었고 “Small Beer”당은 기존의 정당 명칭을 유지하면서 활동을 계속하였으나 1997년 의석을 모두 잃으면서 두 당은 각각 폴란드 민주연합과 자유민주당에 흡수되고 말았다.

 

2. 러시아의 맥주애호가당(Beer Lovers Party)

1994년에 설립된 이 정당은 “보드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비참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하면서 정치를 맥주파티처럼 즐겁게 만들어 민중들의 신뢰를 되찾는 것을 목표로 하였는데 창당 1년에만 5만 명의 당원을 모집하였다.

그러나 1995년의 의회선거는 무려 43개에 이르는 정당이 난립한 가운데 맥주애호가당은 낮은 득표율로 1998년에는 정당으로서의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고 지금은 일부만이 계속해서 활동을 하고 있다.

 

3. 벨라루스 맥주애호가당(Beer Lovers Party of Belarus)

1993년 12월 30일에 공식 등록한 이 정당은 “더 자유로운 벨라루스를 목표”로 하고 활동을 벌였으나 당수였던 안드레이 로마쉬노프(Andrey Romashevsky)가 벨라루시 국기를 태운 혐의로 체포되어 수감되었다가 나중에 체코로 망명을 하면서 붕괴되었고 1998년 법원의 명령으로 해산되었다.

 

4. 우크라이나 맥주애호가정당(Ukrainian Beer Lovers Party)

1992년에 민주주의와 자유경제, 환경보호 및 개인의 자유를 표방하며 설립한 이 정당은 당원이 모두 합쳐 1,500명을 넘지 못하여 1995년의 선거에는 출마자를 내지도 못하였는데 1997년의 선거에서도 자유주의 정당의 활동을 방해하는 정부에 의해 선거포스터조차도 만들지 못하게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5. 체코의 맥주친구당(Friends of Beer Party)

맥주친구당은 1990년 1월 체코의 맥주생산 중심지인 플젠에서 설립되었는데 주된 당원은 플젠의 대학생들이었으며 설립과 동시에 1만5천에 달하는 당원을 모집하였다.

그러나 1990년의 선거에서 득표율 0.1%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는데 그쳤고 1993년 사회민주주의연합과 연계하여 출마한 선거에서도 1.3%의 득표율을 얻는데 그치고 말았다.

1997년에는 여러 정당과 연합하면서 이름을 “맥주친구학회”로 변경하였으나 선거에서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되어 정치활동의 중지를 선언하기 이르렀고 이제는 올바른 맥주를 만드는 방법이나 맥주축제 개최 등의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6. 미국의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의 정당(American Beer Drinker’s Party)

1997년 오하이오 주에서 설립한 이 정당은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모여서 풀뿌리 정치변혁을 목표로 창당되었는데 2012년 이후로는 홈페이지의 업데이트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점으로 보아 유명무실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치맥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정당을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기존정치인들에게 환멸을 느끼는 국민들에게 시원한 맥주와 같이 청량감을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