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노의 릴 중에서 스피닝 릴과 베이트 릴의 제품명이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물론 안물안궁이겠지만 오늘은 왜 시마노는 카디프란 이름을 스피닝 릴에도 사용하고 베이트 릴에도 사용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전까지 외국의 기술과 디자인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일본은 1970년대 후반에 와서 영국의 하디는 스피닝 릴 부문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미국의 유통회사 가르시아의 파산으로 위기에 몰린 프랑스의 미첼은 사태를 수습하기에 여념이 없는 틈을 타고 미국과 유럽에서 파상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치기 시작하면서 1980년대부터 북미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에 이르렀죠.
그리고 미국시장에서의 판매량이 대폭 증가하면서 시마노는 수출용 제품명의 선정을 고심하게 되었고, 내수용이 아닌 수출용 제품에는 무언가 규칙이 있으면서 소비자들이 모델명만으로도 어떤 장르의 낚시에 적합한 제품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이름을 짓기로 결정하기에 이릅니다.
이런 결정에 따라 시마노는 스피닝 릴의 이름은 첫 자를 S로 시작하고, 베이트 릴의 첫 자는 C, 대물낚시용 스피닝 릴의 첫 자는 T를 사용하여 제품명을 짓게 되었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일본 시마노의 홈페이지를 보면 베이트 릴은 일반적인 베이트 릴과 양축 릴 및 전동 릴의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북미의 홈페이지에는 전동 릴, 로우 프로파일(Low Profile), 컨벤셔널(Conventional) 및 라운드(Round)의 4가지로 구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에서 라운드 릴은 우리가 흔히 장구통 릴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옆에서 본 모습이 둥근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이와 달리 파지를 쉽게 하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기어와 핸들의 위치를 낮춤으로써 릴의 전체적인 높이가 낮아져 옆에서 본 모습이 둥글지 않은 형태를 가진 것을 로우 프로파일(Low Profile)이라고 부른답니다.
그러나 초기의 수출제품은 모두가 라운드 형태의 양축 릴이었죠.
그래서 지금도 미국 시마노의 홈페이지에서 라운드 릴을 선택해 보면 모든 제품명이 C로 시작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처음에는 이런 원칙에 따라 미국시장에서 판매할 제품의 이름을 정했던 시마노는 예상외로 판매가 급성장하면서 굳이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더라도 소비자들이 자사제품을 찾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출시하는 모델이 점차 증가하면서 내수용과 수출용의 이름을 따로 짓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90년대부터는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게 되었던 것입니다.
현재 시마노의 제품명은 상표권 등록이 되지 않은 단어를 찾기가 어려운 관계로 무작위로 단어를 조합하여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결정한다고 합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시마노의 제품명이 무슨 뜻인지 아무리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물론 라틴어로 별을 뜻하는 스텔라나 독일어로 비행한다 또는 난다는 의미를 지닌 플리겐 같이 예외도 있지만 밴포드, 스트라딕 등과 같이 의미가 없는 이름들도 많으며, 이런 추세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시마노의 스피닝 릴 모델에도 카디프가 있고, 베이트 릴 모델에도 카디프가 있는 것은 1980년대 북미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시마노의 마케팅 정책의 산물이란 것이 오늘 얘기의 주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