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되면 들려오는 수많은 캐럴들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곡 중의 하나는 바로 빨간코를 가진 순록 루돌프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루돌프 사슴코”란 캐럴은 1939년, 미국 몽고메리워드 백화점의 직원이었던 로버트 메이(Robert May)가 쓴 글이 바탕이 되었는데 이제부터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내에서는 “루돌프 사슴코”란 제목으로 소개가 되었지만 루돌프는 사슴이 아니라 순록이란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여기서 한 번 더 원제목을 소개하면 “빨간코를 가진 순록, 루돌프”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Rudolph the Red-Nosed Reindeer”입니다.
1905년 7월 27일, 뉴욕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로버트 메이(Robert May)의 자매들 중 한 사람인 에벌린 메이(Evelyn May)는 괴짜경제학(Freakonomics)의 공동저자인 미국의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Steven Levitt)의 할머니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대공황으로 인해 경제난에 빠지게 되면서 로버트 메이(Robert May)는 뉴욕에서 시카고로 이주하여 몽고메리워드 백화점의 사내 광고카피라이터로 저임금을 받으며 일을 하게 됩니다.
로버트 메이(Robert May)
그의 아내인 에블린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아 언제 결혼을 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두 사람 사이에 1934년, 혹은 1935년에 딸 바바라가 태어났고 이어서 1937년에 아내인 에블린은 암에 걸렸단 판정을 받게 되는데 아내를 위한 치료비로 박봉을 모두 사용했던 당시의 생활상은 그야말로 지옥과도 같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1939년 초에 고객들에게 나누어줄 색칠공부를 할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던 몽고메리워드 백화점에서는 동물을 주제로 한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만들 것을 지시했고 로버트 메이(Robert May)는 그 책에 들어갈 시를 짓는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딸, 바바라가 시카고의 링컨 파크 동물원에서 사슴을 좋아하던 모습을 기억한 로버트 메이(Robert May)는 덴버 길런(Denver Gillen)이란 화가에게 빨간코를 가진 순록을 그려줄 것을 요청했고 그렇게 해서 빨간코를 가진 사슴 아닌 순록인 루돌프가 탄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로버트 메이(Robert May)가 한창 작업에 몰두하고 있던 중, 1937년 7월에 그의 아내는 결국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는데 이를 안타깝게 여긴 회사에서는 그에게 이 일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나 아내를 떠나보낸 아픔을 잊기 위해서라도 그는 더욱 작업에 열중했고 마침내 1939년 8월에 작업을 마치고 그의 딸 바바라와 할머니에게 루돌프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됩니다.
루돌프를 주인공으로 하는 책은 1939년에 모두 240만 부가 배부될 정도로 고객들의 인기가 높았으나 제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종이의 사용이 제한되면서 재발간 되지 못하다가 1946년에서야 360만부가 다시 발간되어 배부되었습니다.
아내를 잃은 직원의 슬픔을 이해하고 작업을 중단해도 된다고까지 말했던 몽고메리워드의 경영진이 1946년에(1947년이라고도 전해지고 있다.) 로버트 메이(Robert May)에게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가져단 준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이기는 하나 다시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아내인 에벌린과 사별한 로버트 메이(Robert May)는 1941년에 직장동료였던 버지니아 뉴턴(Virginia Newton)과 재혼하게 되는데 루돌프의 성공으로 수입이 늘었던 그는 시카고 교외의 에번스턴에 있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할 수 있었고 1946년에 시를 음반으로 제작하자는 제의를 받게 되는데 몽고메리워드 백화점이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절하는 일이 생깁니다.(이러한 내용은 1963년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로버트 메이(Robert May)가 직접 밝힌 사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던 몽고메리워드의 최고경영자였던 스웰 에이버리 (Sewell Avery)는 루돌프 사슴코에 대한 모든 권리를 로버트 메이(Robert May)에게 양도하는 그야말로 크리스마스의 기적과도 같은 선물을 안겨다 주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로버트 메이(Robert May)가 모든 권리를 보유하게 되었던 루돌프 사슴코의 이야기는 1949년에 누나의 남편, 그러니까 매부였던 조니 마크스(John Marks)에 의해서 노래로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국내에 번안된 노래에는 원곡의 앞부분이 빠져있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조니 마크스(John Marks)
로버트 메이(Robert May)가 밝힌 것과 같이 “빨간코를 가진 순록, 루돌프(Rudolph the Red-Nosed Reindeer)”는 어린 시정 왕따를 당한 개인적인 겸험을 바탕으로, 1823년에 발표되었던 “산타클로스가 오셨다(A Visit from St. Nicholas)”는 고전시의 운율과 비슷하게 만들었는데 고전시의 본문 중에는 산타의 썰매를 끄는 8마리의 순록 이름이 등장하고 루돌프 사슴코란 노래의 원곡에도 앞부분에 아래와 같이 8마리의 순록의 이름이 나오지만 국내의 번안곡에서는 생략되어 있습니다.
대셔(Dasher)와 댄서(Dancer), 프랜서(Prancer), 빅센(Vixen), 코멧(Comet), 큐피드(Cupid)와 도너(Donner) 그리고 블리첸(Blitzen)을 알지? 하지만 기억하니? 가장 유명한 순록이 무엇인지(You know Dasher and Dancer and Prancer and Vixen Comet and Cupid and Donner and Blitzen. But do you recall The most famous reindeer of all?) 하는 가사로 “루돌프 사슴코”란 노래는 시작합니다.
그런데 1949년 이 노래가 해리 브래넌(Harry Brannon)에 의해 라디오에서 처음으로 불려진 이후, 조니 마크스(John Marks)는 음반을 제작하기 위해 당대의 유명가수였던 빙 크로스비(Bing Crosby)와 디나 쇼어(Dinah Shore)를 찾아갔지만 모두 거절당하고 진 오트리(Gene Autry)에 의해서 음반이 취입되게 되었는데 진 오트리(Gene Autry) 역시도 순순히 제작에 응했던 것은 아니었고 거절을 하였으나 그의 아내의 설득으로 음반의 B면에 수록하여 발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A면도 아닌 B면에 실렸던 이 노래가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리고 말았으니 아내의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먹을 것이 생긴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것 같습니다^^ 1949년에 발매된 음반은 모두 1,500만 장이나 판매가 되었고 차트의 1위를 기록하기도 하였으니 말입니다.
이처럼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루돌프 사슴코란 캐럴의 바탕이 된 이야기를 만들었던 로버트 메이(Robert May)는 1976년 8월 10일에 사망하였고 그가 생전에 세웠던 루돌프의 동상은 그의 모교인 다트머스 대학교(Dartmouth College)에 기증되어 전시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