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주인공 고애신(김태리 역)이 미국인 로건을 암살할 때 창문을 열어준 기생 소아(오아연 역)가 정체가 탄로나게 되어 탈출을 할 때 양동작전(陽動作戰)을 펼쳐 일본인들의 이목이 제물포로 쏠리게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극중에 나오는 것이 한국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입니다.
경인선은 미국인 모스(Morse)가 1896년 3월 29일 획득한 서울~인천 간의 철도부설권을 일본이 넘겨받아 1899년 9월 18일 인천~노량진 간의 부분개통을 하고 영업을 시작하였는데 개정되기 전까지 철도의 날이었던 9월 18일은 바로 이날을 기념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는데 금년 2018년 5월 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제20회 국무회의에서 철도국 창설일(1894년 6월 28일)로 변경하는 안이 의결되어 철도의 날이 6월 28일로 새롭게 지정되게 되었습니다.
경인선이 처음으로 부설될 때의 궤도 간격은 표준궤에서 러시아의 간섭에 따라 러시아에서 쓰는 광궤로, 다시 일본의 압력을 받아 좁은 협궤로 바뀌었다가 마침내 원래의 표준궤로 정착되게 되는데 광궤를 협궤로 바꾸는 것도 일본이었고, 협궤로 바꾼 것을 다시 표준궤로 바꾼 것도 일본이었는데 그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화물수송에 불편하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침략을 위한 그들의 속셈 때문이었습니다.
일본의 침략으로 지배를 받았던 대만과 남부 사할린에 부설한 철도의 궤간은 모두 협궤인 것에 비해 유독 한국에 부설한 철도만 표준궤인 것을 생각하면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보노라면 현재의 정세가 주변국들의 이권다툼의 장이 되었던 구한말의 시대상과 겹치는 부분이 많을 뿐만 아니라 위정자들의 파렴치한 행동 또한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씁쓸하기만 합니다.
다들 아는 것처럼 일본의 철도는 협궤입니다. 일본의 궤간이 협궤인 이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들이 있으나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건설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경제적인 이유입니다. 그래서 서구열강들이 식민지에 건설한 철도의 대부분은 협궤를 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인 이유로 대부분의 식민지에 부설하던 협궤가 아닌 표준궤를 일본이 한국의 철도에 부설한 것은 러시아의 세력을 견제하고 만주의 지배권을 확대하려는 야욕의 산물인 것이며 이런 이면에는 영국이라는 나라와 맺은 영일동맹이 자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철도를 얘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토 히로부미(이등박문: 伊藤博文)라는 사람입니다.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 최초의 철도인 도쿄의 신바시와 요코하마 사이의 구간을 개통(1872년 10월 14일)시키는 사업에 오쿠마 시게노부(大隈 重信)와 함께 책임을 맡았으며 비록 러일전쟁으로 일본과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되기는 하였지만 양국의 이득을 위하여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로 연결하는 철도를 건설하기 위해 러시아의 재무대신과의 논의 차 1909년 방문했던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에 의해 암살을 당하게 됩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경인선의 궤간(軌間)은 표준궤에서 광궤로, 광궤에서 협궤로 바뀌었다가 다시 표준궤로 변경되었는데 표준궤로 최종 변경되게 되는 것은 경의선 철도가 건설되면서 부터였습니다.
청일전쟁 이후 남하하는 러시아에 맞서 만주의 지배권을 확대하려던 일본의 야심은 결국 러일전쟁을 야기하게 되는데 러시아를 견제하려던 미국과 영국은 일본의 전비(戰費)를 위한 차관을 제공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이전에 영국과 일본은 1902년에 영일동맹을 맺었으며 그 이후 1904년 2월 8일에 러일전쟁이 발발하게 되는데 일본으로부터 전쟁물자를 수송하기 위하여 경성(현재의 서울)에서 신의주까지의 철도 건설을 계획하면서 선로의 폭, 즉 궤간(軌間)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당시 대부분의 의견은 공기의 단축과 비용의 절감이란 이유로 협궤로 하자는 것이었지만 일본의 속셈은 조선을 넘어 세력을 넓히는 것이었으므로 당시 동맹을 맺었던 영국이 청나라에 건설한 표준궤와 동일한 선로를 건설하는 것이 군수물자의 수송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1,435mm의 표준궤로 결정되었던 것입니다.
제73주년 광복절 기념일을 맞은 오늘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정세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나오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형국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국민을 설득할 정도의 정당한 사유 없이 영장의 발부를 거부하고 있는 사법부, 특활비의 폐지를 시간만 끌다가 여론에 못 이겨 결정하면서도 꼼수를 부리는 국회, 대통령 한 사람만이 바뀌었을 뿐인 행정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대한민국의 총기휴대가 법으로 금지된 것이 천만다행한 일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고애신(김태리)과 같은 의병이 쏘는 총소리를 현재를 사는 우리가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저만의 것은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