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일본불매운동이 한창일 때 “일제(日製)를 대신할 스피닝 릴은 없는 것일까?”라는 제목의 글을 포스팅한 적이 있었는데, 2019년 상반기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피닝릴 중에서 6위를 차지한 제품이 오쿠마 어벤져 ABF(Okuma Avenger ABF)였습니다.

오쿠마(Okuma)의 출발은 D.A.M의 제품을 OEM으로 생산하는 것이었었는데, 오쿠마가 독일로부터 많은 기술이전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D.A.M을 뛰어넘는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이면에는 꾸준한 기술개발과 같은 노력이 있었음은 분명한데, 일본업체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는 창업하면서 만든 회사의 이름에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1986년 장리앙렌(張良任) 사장이 설립한 대만의 오쿠마란 회사명은 추운 겨울을 견디는 곰은 강한 인내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빠를 뿐만 아니라 물에서도 능숙하게 활동하고 강력한 발톱으로 사냥을 하는데, 세계최고의 낚시용품업체가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곰의 인내심과 같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이루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를 회사명에 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회사 이름에 곰이란 단어를 넣어 보웅어구(寶熊漁具)라고 지었던 것이었습니다.

영문 회사명을 보물 같은 곰이란 뜻의 보웅(寶熊)을 영어로 번역한 트레저 베어(Treasure Bear)가 아닌 오쿠마라고 지은 것은 일본의 낚시용품을 능가하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신념 때문이었던 것이죠.

오쿠마는 일본어로 큰 곰을 뜻하는 대웅(大熊)즉 오오쿠마로써, 굳이 일본어로 회사명을 정한 것은 물론 그들의 신념의 표현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여러 제품에 사용된 오쿠마의 디자인은 곰이 수면(水面)을 가를 때의 물보라와 곰의 발톱자국을 형상화한 것이랍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탄생한 대만의 오쿠마는 홈페이지에서도 밝히고 있는 것처럼 출발할 당시에는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뒤처지는 상황이었던 관계로,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스피닝 릴이 아닌 플라이 릴을 생산하는 것에서부터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지금 보시는 제품이 오쿠마가 최초로 만든 플라이 릴인데, 미국에서 소량의 주문을 받는 것으로 끝나게 되어 출발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이전까지 낚시업계와는 무관한 인쇄업을 운영하고 있던 장리앙렌 사장이 설립한 오쿠마가 도약할 수 있었던 계기는 앞에서도 언급한 독일의 D.A.M과의 거래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면에는 한국의 아픔도 자리를 하고 있습니다.

열정만으로는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 없고, 오쿠마란 브랜드는 듣보잡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장리앙렌 사장은 대만의 기술력으로 중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이란 전략으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리는데, 이때 덥석, 오쿠마의 손을 잡아주었던 것이 바로 독일의 D.A.M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 OEM으로 생산하던 것을 오쿠마로 바꾸었으나 점차 성장하는 오쿠마의 기세에 놀란 D.A.M은 자체 브랜드의 생산을 계속한다면 주문을 하지 않겠다는 위협을 하기에 이릅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오쿠마는 영업선을 다변화하기 위한 시도에 착수했고, 그 첫 시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맙니다.

이런 과정에서 전체 매출액의 60%를 차지할 때가 있었을 정도로 의존도가 컸던 독일 D.A.M이 삐꺽거리기 시작하자, 오쿠마는 모든 것을 재정비하여 다시 미국시장 공략에 나섰고 1996년에야 비로소 미국시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당시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YMCA에서 영어강사를 초빙하여 임직원을 대상으로 영어공부를 하도록 만들었는데, 이때 초빙했던 사람은 나중에 오쿠마의 미국지사장이 됩니다.

저는 바로 이런 점이 오쿠마를 경영하는 장리앙렌(張良任) 사장의 큰 장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쿠마가 OEM으로 생산했던 제품 중에는 미국의 티뷰론도 있었는데 나중에는 티뷰론에서 오쿠마를 위하여 릴을 설계해줄 정도였으니 위에서 소개한 YMCA 강사의 사례와 티뷰론의 사례는 오쿠마의 고객에 대한 신뢰도가 아주 높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쿠마는 미국과 일본에서는 독립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는 현지 업체가 대리점의 형식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거상코리아가 오쿠마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오쿠마는 유럽시장과 러시아시장의 판권을 라팔라 VMC(Rapala VMC Corporation)에 우리 돈으로 90억원 정도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는 생산에만 전념하고 판매는 유럽시장의 지배력이 큰 라팔라에서 전담함으로써 시장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이 또한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재 오쿠마의 유럽 내 매출은 1천만 유로 정도로, 우리 돈으로 대략 140억 정도에 그치고 있는 수준에 정체해 있기 때문에 이를 확대하기 위해서 라팔라와 손을 잡은 것은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여집니다.

앞에서 미국의 티뷰론이 오쿠마를 위하여 설계해준 릴이 마카이라(Makaira)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추후에 제품의 상세한 리뷰를 올리겠지만 이 제품은 오쿠마가 시마노의 스텔라에 대적하기 위해 작정하고 미는 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쿠마가 유튜브 채널에서 마카이라를 소개하는 영상을 보면 시마노가 2013 스텔라를 출시할 때 공개했던 영상과 아주 흡사하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방수성능에 대한 설명은 판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시마노의 스텔라에 비해서 기계가공이란 측면에서는 부족하다는 것은 제품의 겉에서부터 쉽게 발견할 수가 있지만 내부의 품질은 오히려 더 뛰어난 부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기술적인 부분은 차차 소개하겠습니다만, 마카이라의 역회전방지 기능을 담당하는 원웨이클러치에 사용되는 롤러베어링은 독일 세플러(Schaeffler) 그룹의 INA HF1416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베어링은 일본의 미네베아미쓰미(MinebeaMitsumi)에서 생산하는 것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시마노의 스텔라와 다이와의 솔티가에 사용되는 베어링과 동일한 것입니다.

이런 오쿠마는 대만의 자랑이기도 한데, 단적인 사례를 들라면 엘살바도르 대통령에게 선물로 오쿠마 릴을 증정하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오쿠마의 낚시용품전시관이자 박물관을 방문하여 힘을 실어준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의 생각과는 달리 대만의 낚시인구는 7%에 불가하다고 하며, 차이잉원 총통이 연설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본인을 위시하여 대만국민의 90% 이상이 낚시를 해본 경험이 없다고 합니다.

이런 실정에서 세계적인 업체로 성장한 기업의 더 큰 발전을 위해 총통이 나서는 것을 보면서 지자체의 낚시금지구역 확대 지정에 대한 낚시인들의 요구에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우리의 행정당국과 낚시터의 오염이 모두 낚시인들로부터 비롯된다는 그릇된 판단에 기인한 정책을 보면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제 다시금 스피닝 릴의 제조에 도전하는 국내업체들이 증가하고 있음은 바람직해 보입니다.

그러나 오쿠마의 사례에서 보듯이 처음부터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보급형이라고 하는 저가제품으로 시작하여 중도에 멈추지 않고 점차적으로 기술수준이 향상된 제품을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면서 포스팅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