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대

대나무 낚싯대의 역사와 여성 낚시인

낚시인구의 증가와 함께 여성낚시인들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요즘은 인터넷 개인방송이 발달함에 따라 여성낚시인들이 낚시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지만 아직도 여성낚시인들이 야외활동을 하기에는 가장 시급한 화장실의 숫자부터 태부족한 현실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의 유명낚시인 시리즈의 첫 번째 순서로 스탠드 업 스타일의 창시자 마샤 비어만(Marsha Bierman)에 대해서 알아보았듯이 낚시의 역사에 있어서도 우리가 알고 있는 낚시의 바이블과도 같다는 아이작 월턴의 조어대전(The Compleat Angler)보다 157년이나 앞서서 여성이 낚시에 관한 책을 펴낸 기록이 있다.

줄리아나 버너스(Juliana Berners)라는 수녀는 “세인트 올번스의 책(The Book of Saint Albans 또는 Boke of Seynt Albans)”에서 낚시에 관한 논문(Treatyse of Fysshynge Wyth an Angle)이란 글을 통해 세계최초로 낚시에 관한 글을 썼는데, 책에는 낚시뿐만 아니라 사냥과 매를 훈련시키는 방법과 매사냥 등에 관한 내용들도 기록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 낚시에 관한 부분을 보면 낚싯대의 손잡이 부분을 가볍게 하기 위해 불에 달군 쇠를 관통시킨다는 내용이 나온다.

 

즉 이것은 동양에서 대나무를 사용하던 것과는 달리 서양에서는 하나로 된 길이 4m 정도의 나무를 낚싯대로 사용하였고. 18세기가 되어서야 아랫부분은 나무를 사용하고 낚싯대의 윗부분은 대나무를 사용하여 만든 로드들이 선을 보이기 시작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가 19세기부터 서양에서도 대나무 낚싯대가 본격적으로 전파되기 시작하는데 그 역사의 이면을 살펴보면 아이러니한 사실을 발견할 수가 있다.

1881년 파리에서 개최된 국제전기박람회에서 에디슨이 대나무로 만든 필라멘트를 선보이면서 당시 산업혁명이 한창이면서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하였던 일본의 대나무가 서방세계로부터 주목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일본의 메이지 시대가 막을 내리고 다이쇼 시대가 개막함과 때를 같이하여 1872년에 형인 윌리엄 하디(William Hardy)와 동생인 존 제임스 하디(John James Hardy)가 설립한 유명한 낚싯대 제조업체인 하디사에서 일본의 대나무를 수입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영국의 하디사는 이미 이전부터 대나무를 이용한 낚싯대를 생산하고 있었고 1885년에는 국제낚시대회에 자신들이 만든 대나무 낚싯대를 가지고 출전하여 월등한 기록으로 우승을 하기도 하였다. 그런 하디사가 일본으로부터 원재료인 대나무를 수입하게 된 것은 일본산 대나무의 품질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1885년의 대회에서 사용했던 로드의 브랜드를 하디사에서는 팔라코나(Palakona)로 명명하였으며 이후 수십 년 동안 각종 대회를 석권하면서 명품 낚싯대로서 명성을 쌓아나가기 시작하였다.

하디사의 제품과 역사에 대해서는 앞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소개할 생각이니 이쯤에서 멈추고 본론에 집중해보자.

하디사가 만든 대나무 낚싯대는 육각형으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인데 일본에서 수입한 대나무로 만든 하디사의 낚싯대가 전 세계의 대회(당시는 유럽만 해당)를 석권하면서 역으로 완제품이 일본으로 수입되게 되었고 이것을 일본에서는 육각죽간(六角竹竿)이라고 불렀고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는 육합죽간(六合竹竿)으로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전통 대나무 낚싯대 화간(和竿)과는 달리 하디사를 포함한 서양에서는 대나무를 찢어서 접착하는 방식으로 로드를 만들었고 그러다보니 로드의 모양이 각진 형태를 띠게 되었다. 그래서 영어로 대나무 낚싯대(Bamboo Rod)를 검색하면 원통형의 모양이 아닌 육각형 모양의 로드들이 주로 검색되는 것이다.

우스우면서도 아쉬운 것은 일본에서는 육각형의 대나무낚싯대를 자국 고유의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이 원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 대나무 낚싯대의 역사”를 통해서도 알아본 것과 같이 우리나라의 대나무낚싯대는 고유의 방식이 아닌 일본의 방식으로 제작된 것들이 맥을 이어오고 있다. 물론 글로벌 시대에 다른 나라의 것을 배척하자는 것을 말하고자 함은 아니나 우리만의 전통을 살린 낚싯대를 비롯한 용품들의 개발과 생산에도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을 따름이다.

그리고 우리만의 낚시문화가 반영된 제품의 개발에는 섬세한 여성낚시인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성낚시인들에 비해 역동적이지는 못해도 섬세하다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피네스(finesse)로부터 유래한 피네스 낚시에는 더 강점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이다.

아무튼 증가하는 여성낚시인들을 배려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행정적 지원이 따라주었으면 좋겠고, 아울러 조구업체들도 우리만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제품의 개발과 생산에도 힘을 기울여준다면 정말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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