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냇 터너의 고백(The Confessions of Nat Turner)

1831년 8월 21일은 미국 버지니아 주 사우스햄턴에서 ‘나다니엘 냇 터너(Nathaniel Nat Turner)’가 이끄는 60여 명의 흑인노예들이 백인들의 탄압에 항거하여 반란을 일으킨 날이다.

이틀에 걸친 그들의 반란은 수많은 희생자를 낸 채 수포로 돌아갔고, 두 달 여를 도망 다니던 냇 터너는 10월 31일 체포되어 11월 11일에 교수형에 처해지고 말았다.

그러나 말이 교수형이지 백인들에 의해 참수당하고 갈기갈기 찢어진 그의 시체는 매장되지도 못하고 버려졌는데 백인들에 의해 쓰여진 그에 관한 기록은 잘못된 정보들도 많고, 또 그것이 사실관계의 확인도 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모 장관후보자 딸의 논문저자 등재와 장학금 수령에 관한 뉴스를 접하면서 그 옛날 “왕과 제후, 장수와 정승의 씨가 어찌 따로 있겠는가?”라는 뜻의 ‘왕후장상영유종호(王侯將相이寧有種乎아)’라는 말이 떠오른다.

사람의 신분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지만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이 땅의 젊은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를 생각하면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다.

백인들에 항거하여 봉기했던 ‘나다니엘 냇 터너(Nathaniel Nat Turner)’에 관한 기록은 ‘냇 터너의 고백(The Confessions of Nat Turner)’이란 제목의 책을 통해서 전해지고 있는데 이 제목이 붙은 책은 두 권이 존재한다.

그 중 첫 번째로 나온 책은 냇 터너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 ‘토마스 루핀 그레이(Thomas Ruffin Grey)’가 도망 다니던 기간 동안의 냇 터너의 행적과, 수감되어 있던 시기에 그와 나눈 대화를 기반으로 작성되었는데 역사적인 중요성은 크지만 그 정확성에 있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두 번째로 ‘냇 터너의 고백(The Confessions of Nat Turner)’이란 제목이 붙은 책은 소설가 ‘윌리엄 스타이런(William Styron)’이 토마스 루핀 그레이의 책을 바탕으로 쓴 1인칭 소설이다.

1967년 이 책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윌리엄 스타이런(William Styron)’이 허구를 가미하여 묘사한 냇 터너의 모습이 지금에 와서 모두 진실인양 전해지고 있다는 점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으며 소설에서 묘사하고 있는 역사적인 사실들도 오류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오류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들 만에 의해 일어난 반란이라고 한 것을 꼽을 수 있는데 미국 역사상 최초의 노예반란은 흑인노예와 백인 하인들로 이루어진 집단에 의해 1663년 9월 1일에 일어났던 글로스터 음모(Gloucester County Conspiracy)가 있으나 이것은 흑인들에 의해서만 일어났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흑인들에 의해서 일어난 반란은 많이 있었는데 간단하게 몇 가지만 살펴보면 1739년 9월 9일에 일어났던 ‘스토노 반란(Stono Rebellion)’과 1712년 뉴욕에서 일어났던 반란(New York Slave Revolt) 등이 있다.

태어나면 주인의 성을 따라야 했던 당시의 노예제도에 의해서 냇 터너 또한 그의 주인이었던 ‘벤자민 터너(Benjamin Turner)’의 성을 따서 터너가 될 수밖에 없었다.

총명하였던 냇 터너는 어려서 읽고 쓰는 것을 배워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됨에 따라 종교에 심취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자신을 예언자라고 칭하며 흑인노예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던 냇 터너를 따랐던 사람들 중에는 백인 추종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아무튼 1831년 2월 12일에 버지니아 주에서 일어난 일식현상을 “백인들에게 봉기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판단한 냇 터너는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을 기해 반란을 일으키기로 계획하였으나 몸이 아파 연기하게 되었고 그러던 중 8월 7일에 또 다시 일식이 일어나자 확신을 하게 된 냇 터너는 8월 21일을 기해 60여 명의 동료들과 함께 봉기를 하였으나 60여 명의 백인들과 120여 명의 흑인들이 사망하는 참혹한 결과를 내면서 실패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이 반란으로 인해 체포되었던 흑인노예들 중에서 18명이 처형되었는데 냇 터너는 반란을 일으키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인다면서 참수한 다음 껍질을 벗겨 내버리는 바람에 2016년이 되어서야 그의 두개골에서 채취한 DNA를 판정하여 후손에게 인도되었고 마침내 가족묘지에 안장되어 안식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벤자민 핍스(Benjamin Phipps)에 의해 체포되는 냇 터너

‘윌리엄 스타이런(William Styron)’이 소설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냇 터너의 모습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아내가 있었던 그를 독신이었을 뿐만 아니라 동성애자였다고 묘사하고 있다는 것과 백인여성에 대한 억압된 욕구를 지닌 인물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백인작가가 흑인의 내면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어쩌면 태생적인 한계를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백인 주인에게 충실하게 복종했던 동료들의 배신으로 반란이 실패했다거나 너트가 가진 백인여성을 향한 성적 욕망과 같은 것들은 백인우월주의가 짙게 깔린 ‘윌리엄 스타이런(William Styron)’ 자신의 내면세계를 나타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또한 ‘윌리엄 스타이런(William Styron)’이 참고했던 원작이라고 할 수도 있는 ‘토마스 루핀 그레이(Thomas Ruffin Grey)’의 책도 노예들의 반란을 잠재우고 불안한 민심을 가라앉히려는 의도에서 냇 터너를 광신도적인 인물로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은 ‘토마스 루핀 그레이(Thomas Ruffin Grey)’가 쓴 책도 노예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자 했던 백인들의 생각이 깊게 투영되었던 것으로서 두 사람이 쓴 책 모두가 냇 터너의 모습을 왜곡하여 묘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윌리엄 스타이런(William Styron)’이 표현한 냇 터너의 종교와 동성애에 관한 것은 사실보다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꾸며낸 허구라고 단언할 수 있는데 냇 터너가 그의 부모와 할머니로부터 받았던 종교적 지식과 이해를 무시한 채, 성경을 읽음으로써 구약에 나오는 예언자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 결과로 반란을 계획하게 되었다는 것으로 귀결 짓고 있는 부분에서는 황당하기조차 하다.

다음으로 냇 터너를 동성애자로 묘사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그가 죽인 오직 한 사람이 바로 백인여성인 마거릿 화이트헤드(Margaret Whitehead)였다는 것을 들고 있으나 형장으로 향하면서 그녀와의 통정을 상상하는 너트를 표현하고 있음에는 괴리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천진만만한 백인소녀 마거릿 화이트헤드(Margaret Whitehead)를 냇 너트는 무엇 때문에 죽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내리지 못하면서 단지 너트가 동성애자였기 때문이라는 암시를 하고 있다.

냇 너트가 마거릿을 죽인 이유를 여러 가지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동료들을 이끄는 지휘자로서의 결연한 모습, 어린 소녀에게 받았던 동정이 어쩌면 그에게는 수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남부 백인사회에 전하는 상징적인 수단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본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작가 스타이런이 너트와 마거릿의 성적인 결합을 그리고 있는 것은 백인과 흑인의 화합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이러한 표현은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가진 자들이 그들의 일그러진 모습을 세치 혓바닥으로 가리려는 행동과 오버랩 된다.

정의가 승리하는 사회를 만들자고 목청껏 소리치는 양반님네들이 말하는 정의는 그들만의 정의일 뿐이며, 법 앞에 평등한 것은 우리 같은 민초들일 뿐이고, 그들은 법 위에 군림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아닌가?

8월 21일, 탄압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어머니가 능욕당하는 모습을 보고 성장해야만 했던 ‘나다니엘 냇 터너(Nathaniel Nat Turner)’를 종교적 광신자, 동성애자로 그리고 있는 소설을 생각하니 작금의 사회에 위안부 할머니들을 부정하는 ○아치들이 떠올라 절로 분노가 치민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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