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줄

낚싯줄의 역사-인조실의 사용

천연섬유와 말총 등을 사용하던 낚싯줄이 천잠사(天蠶絲)를 거쳐 나일론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단연코 천잠사(天蠶絲)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잠사(天蠶絲)는 가격이 비싸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인조천잠사가 나타나게 되었고 이는 나일론을 이용한 낚싯줄의 개발로도 이어지는데 나일론 낚싯줄이 개발되어 출시될 때의 이름이 천잠사를 합성한 것이라고 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인조천잠사(줄여서 인조사(人造絲) 인조실로 부르겠습니다.)를 개발하여 해외로도 수출한 나라는 안타깝지만 우리나라가 아니고 일본입니다. 인조실은 견사(絹紗)를 심으로 하여 젤라틴으로 굳혀서 만들었는데 1870년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 이후까지도 사용되다가 나일론을 이용한 낚싯줄이 보급되면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인조실이 개발된 가장 큰 이유로는 비싼 가격에 있었지만 그 외에도 천잠사는 길게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 연결해야만 하는 단점이 있었는데 이것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던 것입니다.

즉 견사를 심으로 젤라틴을 표면에 부착시킨 다음 그것을 포르말린 중합으로 굳힘으로써 천잠사를 서로 매듭지어 연결하던 단점을 해소할 수 있었던 것이며 지금도 낚싯줄을 생산하고 있어서 낚시인들에게 친숙한 회사인 야마토요와 YGK요츠아미 같은 회사들이 인조실을 만들던 회사들입니다.

그러나 이런 인조실은 물을 흡수하여 팽창되면 약해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매듭이 없고 저렴하다는 장점이 더 커서 오래도록 사용이 되었던 것이며 해외에까지 수출되었던 것입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이런 인조천잠사를 인조텍스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고 1938년에 발매된 ‘Z텍스’라는 제품이 가장 활발히 수출되었는데 아마 한국으로도 유입되지 않았을까 하고 개인적으로는 추측해보지만 근거를 찾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조실은 색깔이 투명하지 않고 가장 얇은 것이 지금의 나일론 0.6호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낚시인들은 원줄로는 인조실을 사용하고 목줄로는 천잠사(天蠶絲)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태평양전쟁과 함께 원료로 사용되던 견사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자 기존의 인조실이 가지고 있던 수분에 약하고, 젤라틴으로 인해 열에 약하다는 단점을 개선한 제품이 출현하게 되는데 비록 사용된 기간은 나일론 라인이 출시되기 전까지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러지텍스’라는 낚싯줄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비록 인조실이 천잠사에 비해서 저렴한 가격이었다고는 해도 수명이 그리 길지 못했기 때문에 낚시인들이 사용하기에는 많은 부담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러지텍스’란 낚싯줄은 자세한 제조방법이 전해지지는 않고 있으나 차와 양파껍질을 혼합한 재료를 사용하여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시켰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등장했던 ‘러지텍스’는 도레이(TORAY)의 전신인 동양레이온(東洋レーヨン)에서 1947년에 “은린(銀鱗)”이란 상표의 나일론 낚싯줄을 생산하기까지는 낚싯줄에 있어서 최고의 제품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러지텍스’라는 제품명은 천잠사를 팔고 다니던 행상들이 사용하던 영국제의 자전거 이름(Rudge-Whitworth: 우리에게는 엄복동 자전거로 잘 알려져 있다.)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사용하는 마크도 영국회사의 것을 그대로 모방해 사용하였으며 지금도 이 제품을 생산하던 업체는 명맥을 유지하면서 귀인(鬼印)이라는 상표의 낚싯바늘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지텍스’는 1952년을 끝으로 생산이 중단되었고 제일 마지막까지 인조실을 생산한 업체는 1965년까지 생산을 계속했던 야마토요였습니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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