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도구

낚싯바늘을 바꾸면 조과에 차이가 날까?

낚시를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는 분들 중에서 특히 원투낚시에 막 입문한 분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세이코 바늘로 만들어진 묶음채비를 구입해서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분들의 대부분은 “바늘을 바꾸는 것이 조과에 크게 차이가 날까?” 또는 “고기만 잡으면 되지, 어종에 따라 사용하는 낚싯바늘을 달리 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하여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이것은 자신의 낚시실력의 발전을 저해하는 아주 큰 원인임을 알아야 한다.

이전에 작성했던 “대상어종에 맞는 낚싯바늘의 크기를 선택하는 방법”이 초보낚시인들로서는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운 글이었다는 생각에 따라 이번에는 이런 결과가 아주 뚜렷하게 기록된 한 편의 논문을 보면서 바늘만 바꾸는 것으로도 과연 조과에 차이가 나는지를 한 번 알아보도록 하자.

오늘 인용하는 논문은 1989년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교의 안데르스 페르노(Anders Fernö) 교수가 오스문트 피요달(Åsmund Bjordal)과 스바인 레퀘볼그(Svein Løkkeborg)와 공동으로 집필한 것으로 원제는 “Responses of Cod(Gadus morhua) and Haddock(Melanogrammus aeglefinus) to Baited Hooks in the Natural Environment”이다.

인터넷에 전문이 공개되어 있어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이 논문을 쓴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교의 안데르스 페르노(Anders Fernö) 교수는 “루어의 자연스런 움직임이 조과를 좌우한다.”는 포스팅에서 인용했던 논문의 저자이기도 하다.

오늘 소개하는 논문에 등장하는 어종은 북해(North Sea)에서 잡히는 대서양참대구(Atlantic cod)와 해덕대구(Haddock)란 어종으로 연승어업을 통해서 잡는데, 노르웨이의 어부들은 정확한 이유는 몰라도 두 어종이 바늘에 걸리는 것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논문의 공동저자인 스바인 레퀘볼그(Svein Løkkeborg)는 1989년에 수심 70m의 해저에서 0.5m를 띄운 쌍끌이 옆에 수중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하고 2어종의 행동을 관찰하여 과연 바늘을 삼키는 행동에 차이를 보이는지를 조사하였다.

바늘에는 토막 낸 고등어를 달아 대구가 미끼를 물면 그 모습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물고기가 접근하여 완전히 바늘을 삼키거나 무시하고 가버리기까지의 모든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하였는데 대서양참대구(Atlantic cod)와 해덕대구(Haddock)의 반응의 차이를 요약한 논문의 그림은 아래와 같다.

그러나 이해의 편의를 위해서 약간의 편집과 설명을 첨가하자면 그림의 아래쪽으로부터 지나가던 대구 중에서 미끼에 반응을 보인 비율(Resp/Obs), 반응을 보인 것 중에서 미끼를 먹은 대구의 비율(Bite/Resp)과 미끼를 먹은 것들 중에서 바늘에 걸린 대구의 비율(Hooked/Bite)을 나타내고 있는데 바로 이 그림이 오늘 포스팅의 제목인 “낚싯바늘을 바꾸면 조과에 차이가 날까?”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서양참대구(Atlantic cod)는 미끼에 반응을 보이는 비율은 낮지만 일단 미끼를 먹기 시작하면 쉽게 바늘에 걸리지만 이와는 달리 해덕대구(Haddock)는 미끼에 대한 반응율과 미끼를 먹는 비율은 높지만 정작 바늘에 걸리는 비율은 낮음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대상어종에 따라 바늘을 다르게 사용하는 것이 조과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논문의 그림을 하나 더 인용하여 살펴보도록 하자.

논문에서 표현하고 있는 그대로 해덕대구(Haddock)는 불완전한 물기(incomplete bite)를 반복하기 때문에 바늘이 완전히 입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므로 바늘에 잘 걸리지 않는 것이며, 대서양참대구(Atlantic cod)는 일단 미끼를 통째로 삼키는 행동을 나타내기 때문에 바늘에 쉽게 걸리는 것으로 실험에 사용한 연승어업의 채비는 해덕대구(Haddock)를 잡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실험에서 사용한 미끼보다 크기를 작게 하고 바늘의 끝이 안쪽으로 구부러진 서클 훅(circle hook)을 사용함으로써 해덕대구(Haddock)의 조과가 향상되었다는 시험보고가 있다.

정리해보면 대상어종에 따라 사용하는 바늘과 미끼의 크기를 올바로 선택하는 것은 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자신이 노리는 어종의 생태에 맞는 채비를 준비하기 위한 사전지식을 함양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는 말로 오늘 글의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글로 배우는 낚시도 필요한 부분이 있으므로 추운 겨울철에는 낚시를 자주 하지 못하는 대신, 이런 지식을 쌓아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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