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도구

낚시인의 상비품 순간접착제 이야기

부러진 낚싯대를 수리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순간접착제는 특히 초릿대를 수리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용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경험이 많지 않는 가족·친지들과 함께 낚시를 갈 때면 반드시 챙기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순간접착제인데 오늘은 순간접착제에 대하여 자세히 한 번 알아보자.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과 함께 잊혀져버린 기업이 된 ‘이스트만 코닥 컴퍼니( Eastman Kodak Company)’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던 시절에는 누구나 사용하던 필름의 대명사였다.

흔히 코닥이라고 불렸던 뉴욕 주 로체스터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을 하게 되자 카메라를 군에 공급하고 통신대의 훈련을 돕는 활동을 한다.

그러나 코닥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크게 공헌을 한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당시 전투기의 날개에 사용되었던 패브릭을 비바람에 강하도록 만들며 기밀성을 높이도록 하는 일종의 래커인 ‘항공기 강화제(Aircraft dope)’를 공급하였다는 것과 방독면의 렌즈가 깨지지 않도록 하는 셀룰로이드를 군납한 것을 들 수 있다.

 

이처럼 군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던 코닥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되자 1942년에 폭격조준기(bombsight)와 야간투시경 등을 개발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고 이런 개발팀을 이끌었던 사람이 바로 오늘 이야기의 주제인 “초강력 순간접착제”를 개발한 ‘해리 쿠버(Harry Wesley Coover Jr.)’였다.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2010년에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기술과 혁신에 대한 공로로 메달을 받기도 했던 해리 쿠버가 당시에 개발하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연합군들이 사용하는 총기에 장착할 투명한 조준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포름알데히드와 시아노아세테이트를 응축시켜 만든 시아노아크릴레이트는 조금만 물에 닿아도 굳어버리거나 끈적임이 심해서 조준기를 개발하려던 해리 쿠버가 이끌던 개발팀은 이를 포기하기에 이르렀고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듯했다.

그런데 1930년대 후반부터 항공기의 캐노피가 유리에서 아크릴로 바뀌게 되었고 해리 쿠버가 총기에 사용할 투명조준기의 개발에 실패한 때로부터 9년이 지난 1951년에는 당시 보급이 시작되었던 제트기에 사용할 캐노피용 내열성 폴리머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 또한 실패로 돌아가게 되었고 소득이라고 한다면 개발과정에서 ‘시아노아크릴레이트(Cyanoacrylates)’가 가진 강력한 접착력이 상업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상용화를 하기로 결정하였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흔히 시아노아크릴레이트(Cyanoacrylates)=순간접착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아노아크릴레이트는 순간접착제의 주성분이긴 해도 전부는 아니다.

그리고 이런 시아노아크릴레이트의 특허권은 우리에게 자동차 타이어로 유명한 ‘굿리치 코퍼레이션(Goodrich Corporation)’이 1942년에 청구하여 1947년에 취득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시아노아크릴레이트=순간접착제’라고 하게 되면 특허를 도용한 범죄행위의 결과물이 순간접착제라는 것이 되기 때문에 명백한 오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위에서 자동차 타이어로 유명한 ‘굿리치 코퍼레이션(Goodrich Corporation)’이라고 했는데 굿리치 코퍼레이션의 타이어 사업부문은 1990년에 프랑스의 미쉐린(Michelin)에 매각되어 지금은 ‘BFGoodrich’란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아무튼 코닥에서는 1958년에 처음으로 ‘Eastman #910’(나중에 Eastman 910으로 변경)이란 브랜드의 접착제를 출시하게 된다. 그러나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다가 1959년에 ‘게리 무어 쇼(The Garry Moore Show)’라는 TV프로에 출연하여 접착제를 이용하여 게스트를 거꾸로 매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그러다가 1964년에 지금은 접착제 하면 떠오르는 세계적인 기업이 된 ‘록타이트(Loctite)’에 라이센스를 부여하였고 이에 따라 탄생한 제품이 바로 ‘Loctite Quick Set 404’였고 이어서 록타이트는 슈퍼 본더(Super Bonder)를 비롯한 여러 가지 제품들을 선보이게 된다.

한편 이런 순간접착제가 베트남전쟁에서 부상병을 치료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다는 얘기들을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조금 더 자세한 사실을 알아보자.

베트남전쟁에서 부상당한 미군이 사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출혈을 멈추는 것이 중요했는데 실제 제대로 지혈을 하지 못해 헬기로 이송하는 도중에 숨지는 병사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출혈을 멈추기 위해 사용된 순간접착제는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니고 ‘미육군 의학생체역학연구소(The Army Medical Biomechanical Research Laboratory)’에서 개발한 스프레이 형태의 것이었고, 아무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1966년에 미육군에서 전문 수술팀을 베트남에 파견하여 사용법을 교육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순간접착제를 이용하여 출혈을 멈춘 베트남전쟁에서의 사례는 ‘알버타 대학 (University of Alberta)’에서 조사한 바가 있었는데 문서로 남은 30건 중에서 4건만이 실패하고 26건은 성공적으로 지혈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아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은 사례들을 포함한다면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하였다.

최근에 와서는 피부봉합에 사용되는 의료용 접착제 ‘더마본드(Dermabond)’의 효과에 관한 뉴스를 자주 볼 수 있는데 2002년의 언론기사에는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은 피부봉합용 액상접착제 ‘더마 본드’를 출시했다.”는 것이 있다.

하지만 존슨앤존슨에서 생산하고 있는 ‘더마본드(Dermabond)’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코닥의 힘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1994년 분사하여 ‘이스트만 케미칼(Eastman Chemical Company)’이라는 독립법인이 되기 전까지 ‘이스트만 코닥 컴퍼니(Eastman Kodak Company)’의 자회사인 ‘테네시 이스트만(Tennessee Eastman)’에서는 1960년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의 자회사인 ‘에티콘(Ethicon)’과 협력하여 전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화학물질의 개발을 위한 연구를 실시하였고 그 가운데에는 접착제의 사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결과의 산물로 탄생한 것이 ‘더마본드(Dermabond)’였고 이것을 생산하고 있는 곳은 정확하게는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이 아니라 ‘에티콘(Ethicon)’이다.

1964년 ‘테네시 이스트만(Tennessee Eastman)’은 FDA(미국 식품의약국: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 피부용 접착제(cyanoacrylate tissue adhesives)의 승인을 신청하지만 ‘해리 쿠버(Harry Wesley Coover Jr.)’가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것(FDA가 종양에 걸린 쥐를 실험대상으로 했다는 주장)이 맞는지를 확인할 길은 없으나 어쨌든 당시에 만연했던 관료주의의 벽에 막혀 일본이 1963년에 승인하고 독일이 1968년에 승인했던 것을 1998년이 되어서야 승인을 얻게 되어 생산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아래의 사진은 위키미디어에 있는 것인데 깨진 유리조각에 상처를 입은 5살 어린이의 팔에 난 상처를 ‘더마본드(Dermabond)’를 사용하여 봉합한 것이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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