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물고기, 또는 큰 물고기를 잡는 것을 낚시인들은 조과(釣果)가 좋다는 말로 표현하는데 조과를 높이기 위해서 낚시인들은 많은 요소들, 예를 들면, 계절, 낚시하는 장소, 하루 중의 시간과 그날의 물 때 등을 따지고 그 외의 요소로 낚시도구와 낚시하는 방법 및 사용하는 미끼(루어 포함) 등을 선택하기 위해 고민을 한다.

낚시에 있어서 절대적인 법칙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각 개인의 취향에 따른 선택이 조과(釣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살펴보고 낚시를 하지 않고 사용하는 장비나 어떤 채비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과다하게 집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낚시에 있어서 “대체로 그렇다.”는 것은 있을 수 있어도 “반드시 그렇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두 편의 논문을 보면서 알아볼까 한다.

오늘 살펴보고 비교해볼 논문은 핀란드 이위베스퀼레 대학교(Jyväskylä University)의 쿠파리넨 안나(Kuparinen Anna) 부교수가 쓴 것과 독일의 로버트 알링하우스(Robert Arlinghaus)가 쓴 것인데 두 논문 모두 다수의 연구진이 공동집필한 것들이며, 특히 알링하우스가 쓴 논문의 제목은 아주 길어서 이 글의 말미에 적도록 한다.

원래는 각각의 논문을 살펴본 다음 두 논문을 비교하는 글을 적을 생각이었으나 조금 더 이해가 쉽게 하기 위해서는 요약하여 하나의 글로 작성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 따라 하나의 포스팅으로 마무리 하는 것이기에 스크롤의 압박이 있다는 점은 이해를 하고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먼저 쿠파리넨 안나가 쓴 논문은 고등어나 학꽁치 낚시가 성행하는 시즌에 발 디딜 틈이 없는 낚시터를 떠올려 보면 물고기의 산란기 및 회유습성 등의 생태와 다른 육식어종의 행동이 조과(釣果)를 크게 좌우하기에 그 시기가 아니면 잡기 어렵다는 이유로 현지 낚시인들이 몰린다는 사실과 괴리감을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이것은 학자들의 과학적인 연구보다는 오히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에서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럼 지금부터 쿠파리넨 안나(Kuparinen Anna) 부교수가 쓴 논문을 살펴보도록 하자.

그런데 오늘 비교해볼 두 논문은 어종이 다른 것이 아니라 모두 학명이 에속스 루시우스(Esox lucius)인 강꼬치고기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한 것이어서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비교가 가능하다는 점이 있으며, 한국어로 강꼬치고기라고 부르는 것을 여기서는 논문에 나오는 표현대로 노던 파이크(Northern pike)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로 한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안나 교수는 2005년 봄부터 가을까지 독일 베를린의 교외에 있는 둘레 2㎞, 평균수심이 2m 정도인 연못에서 사전조사를 통해 모두 500여 마리의 노던파이크가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다음, 94일 동안 25명의 낚시인을 동원하여 낚시를 하도록 했다.

루어낚시에 사용하는 채비에는 제한이 없었고 보통 때와 같이 자신들이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일출부터 일몰까지의 동안에 낚시를 하게 하면서 바람과 수온, 기압, 습도, 강우량, 그리고 달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요건들을 측정하였고 잡은 고기들은 모두 놓아주도록 했는데 94일 동안의 관찰결과에 따라 아래와 같이 전체적인 조과를 좌우하는 5가지의 요소를 발견하였다고 한다.

① 지난 이틀 동안의 누적 낚시시간이 적을수록 조과가 좋았다.

② 평균수온이 낮을수록 조과가 좋았다.

③ 풍속이 빠를수록 조과가 좋았다.

④ 해지기 직전의 조과가 좋았다.

⑤ 보름달이나 초승달 시기의 조과가 좋았다.

5가지 중에서도 1번이 가장 조과에 크게 영향을 주었다고 논문은 밝히고 있으나 그 이유가 이전에 알아보았던 두 편의 논문, “잘 잡히는 물고기는 따로 있다?”와 “물고기는 낚시로 잡혔던 것을 기억할까?”중에서 어느 것에 의한 효과가 더 큰지를 밝혀내지는 못했다고 한다.

2번, 3번, 4번의 요인들에 대해서는 상식적으로도 쉽게 납득이 가는데 이것은 냉수를 선호하는 노던파이크의 습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일몰 직전에는 먹잇감들의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점과, 강풍이 불 때는 물이 흐려져 경계심이 완화된다는 점, 저수온기에는 먹잇감들의 활동성은 약해지는 반면 노던파이크의 활동은 활발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논문에서는 달의 상태에 따른 조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그 이유를 규명하지 못하였는데 바다와 마찬가지로 달에 의한 밝기의 차이에 따른 플랑크톤의 움직임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지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부터는 로버트 알링하우스(Robert Arlinghaus)의 논문을 살펴볼 텐데 이 논문은 2017년에 발표가 되었으며 관찰지역으로 선정한 연못의 크기와 수심이 동일하다는 점과 쿠파리넨 안나(Kuparinen Anna)의 논문에 공동저자로 로버트 알링하우스(Robert Arlinghaus)의 이름이 올라있음으로 보아서 같은 연못일 것으로 추정된다.

로버트의 논문이 낚시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좋은 이유는 어떤 루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은 조과(釣果)를 나타내는지를 조사한 것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로버트 알링하우스(Robert Arlinghaus)는 연못을 수중의 지형과 식생에 따라 100m 간격으로 30개의 구획으로 나눈 다음 스푼과 소프트 웜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좋은 결과를 나타내는지를 조사함과 아울러 계절, 날씨, 낚시하는 시간대도 함께 측정하여 기록하였다.

관찰결과에 의하면 계절별 요인이 가장 크게 조과를 좌우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자세히 알아보면 9월의 조과가 5월의 조과에 비해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것은 따뜻하고 바람이 약한 날은 노던파이크를 낚시로 많이 잡지 못했다는 안나 부교수의 논문과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대상어종의 생태와 습성을 이해하는 것이 낚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조과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수심(水深)으로써 수초가 우거진 얕은 지역에 숨어서 먹이활동을 하는 노던파이크의 습성을 잘 드러낸 것으로 조과 또한 수심이 얕은 지역에서 더 좋게 나타났다고 한다.

그리고 세 번째로 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 논문의 작성동기가 된 루어의 종류에 따른 조과의 차이였는데 논문에서 로버트 교수가 밝힌 바를 요약하자면 “전통적인 스푼보다는 작은 물고기 모양의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웜이 더 조과가 좋은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노던파이크를 유인하기에 좋고, 소프트 웜에 대한 학습효과를 노던파이크가 익히는 것이 스푼보다 어렵다는 가능성 때문”은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쿠파리넨 안나(Kuparinen Anna)의 논문과 로버트 알링하우스(Robert Arlinghaus)의 논문에서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을 알아보면 안나의 논문에서 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던 낚시하는 누적시간이 로버트의 논문에서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결과의 차이는 안나의 논문은 조과를 판단하는 기준시간이 로버트의 경우보다 길었기 때문으로 로버트 알링하우스(Robert Arlinghaus)의 통계모델은 15분마다 조과를 측정하였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즉, 이 말은 우리가 흔히 낚시터에서 하는 질문 중에서 “정말 많이 잡으셨군요.” 또는 “진짜 대물을 잡았습니다.”는 말의 답변으로 얼마동안에 잡았다는 대답을 간과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오늘 글을 마무리해보자.

누구나 알고 있듯이 낚시는 확률적인 요소가 강한 취미활동이다. 따라서 낚시하는 시기와 장소 및 시간 이외의 요소인 낚시장비와 채비 등이 대상어종의 습성과 맞아떨어지면 조과는 크게 높아진다고 말할 수 있다.

서두에서 밝힌 “낚시에 있어서 절대적인 법칙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개인의 취향에 따른 법칙은 존재한다.”는 표현을 덧붙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각자가 고수하는 취향(고집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사용하는 장비와 채비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현명한 것이 아님을 두 논문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글을 마친다.

※ 인용한 논문

1. Abiotic and fishing-related correlates of angling catch rates in pike (Esox lucius)

2. Determinants of angling catch of northern pike (Esox lucius) as revealed by a controlled whole-lake catch-and-release angling experiment-The role of abiotic and biotic factors, special encounters and lure ty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