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낚시인구에 비례하여 문제점도 증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쓰레기의 무단투기 등을 비롯한 환경에 끼치는 문제와 안전사고에 관한 것인데 이러한 문제점을 당국에서는 무조건 금지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하기야 규제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규제를 하지 않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정책보다 여러 가지로 편하기 때문에 복지부동에 길들여져 있는 관료집단에게는 안성맞춤의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와 관련하여 검찰과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어린 시선에 대하여 그들 조직은 일부의 잘못을 전체의 잘못으로 보거나 부정한 집단으로 매도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것을 낚시에 비유하면 우리 낚시인들이 관계당국에 이렇게 말해도 타당한 것은 아닐는지? “일부 몰지각한 낚시인들로 인해 전체 낚시인들이 환경을 더럽히고 있으며, 안전불감증에 걸린 것으로 보지는 말아 달라!”
어제 밤에는 모처럼 가까운 시화방조제로 낚시를 다녀왔다. 나는 낚시인들이 자랑할 수 있는 장비는 값비싼 고가의 장비가 아니라 쓰레기봉투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반드시 나로 인해 발생한 쓰레기 외에 주변의 쓰레기까지 정리하려는 행동을 실천하고 있다.
오랜만에 가는 시화방조제인지라 이전과 같이 쓰레기들이 널려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도착하고 보니 생각과는 달리 비교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낚시를 주제로 하는 방송프로에서는 편집된 분량으로 누구나 쉽게 대물을 잡을 수도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고 있고, 뉴스프로에서는 증가하는 낚시인구로 인해 안전문제가 증가하고 환경문제가 대두됨을 보도하는 이율배반적인 행태의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낚시인의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 중에서 안전문제와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정책이 아무리 강력하다 할지라도 반대하지는 않지만 낚시금지구역의 설정에 대해서는 당국이 편의위주의 안일한 정책을 펼치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낚시금지구역의 지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합당한 이유가 있겠지만 관계당국에서는 증가하는 낚시인들이 건전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하는 의무도 분명히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하여 일본의 사례는 행정당국에서 한 번쯤 살펴볼 가치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지금부터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부두에서는 왜 낚시를 할 수 없을까?”란 포스팅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해상인명안전협약(SOLAS)에 따라 제정한 ‘국제항해선박 및 항만시설의 보안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부두에서의 낚시는 금지되어 있는데 이것은 일본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일본은 지방이 자체적으로 미래를 개척한다는 취지로 아베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지방창생(地方創生)의 일환으로 이번에 모두 13개의 항만을 낚시금지구역에서 해제하고 ‘낚시문화진흥촉진모델항(釣り文化振興促進モデル港)’으로 지정하여 일반인들이 낚시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일본도 법률에 따라 국제부두 등에는 펜스를 설치하여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고 있는데 그 결과 일본국민의 요구와는 맞지 않게 국민들을 해양레포츠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판단과, 지방창생을 유도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항만시설의 본래 용도와 목적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항만시설을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 무조건 금지, 무조건 규제만 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방파제에서 낚시를 하는 것은 해당방파제가 있는 항만을 관리하는 책임자가 금지할 것인지, 허용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어업관계자나 낚시단체를 비롯한 이해관계자, 시설소유자 및 자치단체나 관계기관 등과 충분한 검토를 실시하여 책임범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 책임에 따라 분담하여 이용자들의 안전을 확보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번에 낚시를 할 수 있도록 일본에서 지정된 13개의 항만시설은 ‘낚시문화진흥촉진모델항(釣り文化振興促進モデル港)’으로 불리게 되는데 금년에 이런 정책을 실시하기 위해서 일본은 이미 2010년에 국가인프라시설의 민간개방과 상업적 이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국토교통성 성장전략’을 수립하였고, 2년 뒤인 2012년에는 ‘항만시설의 다목적 사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으며 2018년에는 대표적으로 낚시를 금지하고 있던 아키타항의 북방파제 등을 민간에 시범적으로 개방하는 시험을 실시하였다.
아키타항의 북방파제를 비롯하여 시범적으로 개방되었던 곳에서 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해야만 입장할 수 있고, 초등학생 미만의 어린이는 보호자가 동반하여도 출입할 수 없다는 등의 여러 가지 규칙을 지정해놓은 다음 일반에 공개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2019년에 아키타항을 비롯한 13개의 항만은 낚시를 할 수 있도록 전면개방이 되었으며 이에 따라 일본의 지방정부에서도 항만시설을 개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어서 조만간 6개 현의 9개 항만시설이 낚시인들에게 개방될 것이라고 한다.
아키타항을 사전조사하는 관계자들
시범개방된 나오에츠항에서 낚시하는 모습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지역민들과 낚시인들 사이에 갈등이 존재하고 있으나 지방경제의 활성화에 낚시인들이 도움이 되고 향후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유입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당국의 설득과, 안전에 관한 규칙을 엄격히 제정하고 단속하는 것이 방파제나 항만에서의 낚시를 금지하는 정책보다 사고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조사결과에 따라 이런 제도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바로 이러한 것들이 우리나라의 관계당국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국제부두보다도 어업 활동의 기지로 이용되는 항구인 어항(漁港)이 특히 낚시인들과 어민들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데 원래 법률로 정한 어항의 설립목적에는 낚시를 비롯한 레저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 따라 명확하게 낚시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등의 표시가 없는 곳에서도 낚시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묵인되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이런 이유로 인해 낚시인들과 어민들 간에 갈등이 발생한 것인데, 이것은 양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이해와 설득을 구하지 않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에게 일차적인 잘못이 있음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하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이젠 어항의 법률적인 정의에 낚시를 비롯한 레저의 개념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항의 설립과 운영은 수산물의 안정적인 공급과 지역의 균형발전 및 어민들의 소득증대라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나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보다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방안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고가의 장비보다는 반드시 쓰레기봉투를 휴대하고 다니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더 나아가서는 그런 행동이 당연한 것이 되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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