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Joint Security Area)을 비무장화하여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북측에서 636발의 지뢰를 철거하였다는 소식을 얼마 전 뉴스를 통해 들었습니다.
세계에는 우리나라의 JSA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다수국가가 공동으로 주권을 가지는 지역이 있습니다. 이것은 국제법상으로 “공동주권(Condominium)”이라고 하는 것으로 2개 또는 그 이상의 국가가 동등한 주권을 행사하기로 합의한 지역을 말하는데 지금부터 어떤 곳들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룩셈부르크와 독일의 국경은 모젤 강과 그 지류인 사우어 강 및 오우르 강이 흐르고 있는데 룩셈부르크의 솅겐(Schengen)을 남단으로, 북쪽으로 118㎞까지의 강과 그 안에 있는 15개의 모래톱은 양국의 공동주권지역으로 되어 있어서 누구나 제한 없이 드나들 수 있습니다.
사진은 사우어 강의 인도교에 있는 표지판
이 지역은 1815년 비엔나회의에서 공동주권지역으로 결정되었는데 1884년 독일법원에서는 양국에 걸쳐 놓여진 다리는 중간지점에서부터 동쪽은 독일이, 서쪽은 룩셈부르크의 주권이 미친다고 판결함에 따라 100년 가까이 그 판례에 따랐으나 1984년 룩셈부르크와의 국경조약에 다리도 공동주권으로 한다는 조항을 삽입하였습니다.
보덴 호수는 콘스탄츠호수라고도 부르는 중부유럽에서 3번째로 큰 호수로 “유럽의 블랙홀”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예로부터 교역권과 어업권을 두고 세 나라의 분쟁이 끊이지 않았는데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기 위해 호수에 있는 섬을 제외한 모든 것을 공동주권지역으로 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세 나라가 해석하는 국경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어서 스위스는 호수의 중간에 국경이 있는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스위스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은 중간지점에서 회항을 하는데 이와는 달리 오스트리아는 호수전체가 공동주권지역이라고 해석하고 있으며, 독일은 공식적인 해석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꿩섬이라고 하는 이 섬은 바스크 지방을 흘러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경에서 대서양으로 흘러드는 비다소아(Bidasoa) 강에 있는 섬으로 일반인의 출입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섬은 전통적으로 프랑스와 스페인 왕실 사이의 혼인이 있을 때 신부를 상대에게 처음으로 소개하는 행사가 열리던 곳이었는데 1615년 루이 13세가 아내 스페인 펠리페 3세의 딸 안 도트리슈를 처음 만난 곳도 이 곳이었고, 펠리페 4세가 프랑스 앙리 4세의 딸인 이사벨과 처음으로 만난 곳도 이곳이었습니다.
이런 역사적인 의의를 평가하여 양국은 1659년부터 이 섬을 공동주권지역으로 정하고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주권은 양국이 6개월씩 번갈아가며 가지는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보스니아내전 이후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인이 통치하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연방과 세르비아인이 통치하는 스릅스카 공화국으로 나뉘게 되는데 브르치코 행정구는 정치·경제적 요충지로서 소유권에 대한 분쟁이 끊이지 않았으나 1999년에 미국외교관 로버트 오웬의 중재로 공동주권지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러나 공동주권지역이지만 각기 저마다의 독립된 경찰과 교육 및 보건제도를 가지고 있고 시장은 크로아티아인이고 대리인은 보스니아인, 시의회 의장은 세르비아인이 맡고 있는 등 표면적으로는 화해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으로는 내전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중미 온두라스 서부의 태평양 연안에 있는 폰세카만(Gulf of Fonseca)은 서로는 엘살바도르, 동으로는 니카라과에 접해 있는 3국의 공동주권지역이지만 그 이전에는 영투분쟁이 끈이지 않던 곳이었고 특히 미국이 파나마운하가 건설되기 이전에 운하의 건설을 검토할 정도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던 중 1917년에 니카라과는 엘살바도르 및 온두라스와 상의 없이 미국과 브라이언-차모로조약을 체결하고 미국의 해군기지 건설을 허가하게 되는데 이에 반발한 두 나라가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여 승소하였으나 이후에도 분쟁이 계속되어 1992년 국제사법재판소에는 3국의 공동주권지역으로 결정하는 판결을 내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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