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낚시관련

고산 윤선도에게 배우는 낚시터의 예절

지난 주말 모처럼 밤낚시를 즐기고 왔다. 예보와는 달리 바람도 그리 세게 불지는 않아 조용한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는데 요즘 가까운 시화방조제는 삼치가 잡힌다는 소식으로 많은 낚시인들이 몰린다는 얘기를 들으니 윤선도의 시가와 산문을 엮어 1791년에 간행한 고산유고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만류녹음(萬柳綠陰) 어린 곳에 일편태기기특(一片苔磯奇特)구나.

다리에 닫거든 어인쟁도(漁人爭渡) 허물 마라.

학발노옹(鶴髮老翁) 만나거든 뇌택양거효칙(雷澤讓居效則)하자.

수양버들 그림자 우거진 곳에 이끼 낀 바위가 있는 낚시터도 기특구나.

다리에 도착하거든 낚시꾼들의 자리다툼을 흉보지 마라.

학발노옹을 만나거든 뇌택에서 자리를 양보하던 미덕을 본받도록 하자.

상기와 같은 뜻을 지닌 이 구절에서 학발노옹(鶴髮老翁)은 백발의 노인을 말하고 뇌택양거(雷澤讓居)란 사기(史記) 권1 오제본기(五帝本紀)에 나오는 “순임금이 역산에서 밭을 경작하자 역산의 사람들이 모두 밭두둑을 양보하였고, 뇌택에서 물고기를 잡자 뇌택가의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양보하였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 순임금이란 대상에서 부와 권력을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연장자를 공경하자는 뜻으로 해석함이 좋을 듯하다.

굳이 고산유고(孤山遺稿)의 구절을 인용함은 낚시터에서 상식적으로 지켜야할 최소한의 예절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종종 일어나는 다툼을 서로 한걸음씩 양보하고 배려하는 미덕을 발휘하여 방지하자는 뜻에서이다.

낚시를 하러 온 사람들이 모두 시간이 남고, 돈이 많아서 오는 것이 아님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고, 이런 점은 조선 후기의 문신 윤기(尹愭)가 시문집인 무명자집(無名子集)을 통해서 낚시는 한가로운 것이 결코 아님을 지적한 바가 있었다.

인개위조한(人皆謂釣閑): 사람들은 낚시가 한가롭다 말하지만

아독위비한(我獨謂非閑): 내 생각은 그렇지가 않구나.

군간심여목(君看心與目): 그대들이여 자신의 마음과 눈을 보라.

부득잠시한(不得暫時閑): 잠시도 한가롭지 못하질 않은가?

던지고 감고, 그러다 걸리고 터지고… 그런데 이것이 다른 사람의 개념 없는 캐스팅으로 인해 발생하게 되면 누구라도 욱~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일 터~

이제 본격적으로 시즌을 맞는 낚시터에서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서로를 배려하는 낚시터의 예절이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낚만 지월

Recent Posts

꽂기식 로드의 연결 방법: 병계식, 역병계식, 인롱계식의 차이

먼저 병계(並継), 역병계(逆並継), 인롱계(印籠継)를 하나씩 알아보면 동양에서는 큰 것이 작은 것을 아우르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기에…

2일 ago

조어대전 제21장: 낚시도구를 만드는 방법(번역 완)

낚시꾼: 벌레와 작은 물고기, 강과 연못에 대해서 너무 오래 얘길 한 것 같습니다. 저도 많이…

2일 ago

여름철 무늬오징어 낚시

무늬오징어 낚시는 봄과 가을이 베스트 시즌이라고들 합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늦여름까지 어린 무늬오징어가 출생하고 가을에는 경계심이…

7일 ago

루어낚시에서 사용하는 바이브레이션의 종류와 특징

농어루어 뿐만 아니라 다른 어종을 공략하기 위해서도 사용하는 바이브레이션은 빼놓을 수 없는 루어의 종류로써, 바이브레이션이란…

2주 ago

홋카이도에는 가리비 껍질로 만든 하얀 길이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따끈한 국물과 함께 먹는 조개찜을 비롯하여 꼬막에 굴요리까지 맛있는 안주들이 술을 부르는…

2주 ago

마루큐의 원투낚시용 염장 파우더 시오이카고로는 효과가 있을까?

오늘은 구독자분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드렸으나 조금 부족한 듯하여 일본 마루큐에서 만드는 파우더제품 중 시오이카고로에…

2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