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때 동생을 출산한 어머니를 위해 외할머니께서 가물치를 고아주신다며 가마솥의 끓는 물에 넣은 가물치가 쉽게 죽지 않는다고 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선하다.
낚시인들에게 좋은 손맛을 안겨주는 가물치는 블랙배스 낚시가 성행하기 이전에는 일본의 루어낚시인들이 즐겨 찾는 대상어종이기도 했으며 지금도 인기 어종이다.
그러나 가물치는 일본의 외래생물법이 정한 생태계 피해 외래종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일본의 가물치는 왜 우리나라의 가물치와 이름이 같은 것인지 그 유래를 한 번 더듬어 보기로 하자.
일본에서 가물치를 일컬을 때는 한자로 뇌어(雷魚)라고 적고 발음은 라이교(ライギョ)라고 하는데 광의로는 가물치를 포함하여 대만가물치와 학명이 Channa asiatica이며 영어로는 스몰 스네이크헤드(Small snakehead)라는 이름을 가진 코우타이(コウタイ)를 함께 지칭하지만 협의로는 가물치를 뜻한다.
한국의 가물치가 일본으로 건너가 가물치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유래는 기무라 시게루(木村重)라는 일본의 어류학자가 쓴 저서 어신사록(魚紳士録: 사카나 신시로쿠)에 나와 있다.
이 책에 의하면 한국의 가물치가 일본에 퍼진 유래를 세 가지로 추정하고 있는데 첫째는 나라현 코리야마시에 살던 금붕어 양식업자가 당시의 조선(朝鮮)에서 가지고 와 가까운 연못에 놓아 기르던 것이 퍼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바현의 농업학교 교장이 조선을 여행하면서 관상용으로 가져와 연못에서 기르던 중 1935년 가을의 대홍수로 인해 도네강(利根川)으로 유입되어 퍼졌다는 것이다.
사진은 1935년 대홍수로 유실된 산조대교의 모습
마지막 세 번째는 지바현의 인바저수지(印旛沼) 수산조합이 조선으로부터 잉어의 치어를 수입할 때 함께 섞여온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아무튼 우리나라의 가물치를 비롯하여 대만가물치 등이 일본에 유입된 것은 당시 조선과 대만을 무력으로 지배하고 있던 일본이 식용과 관상용으로 가져갔던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가물치라는 한국의 이름을 그대로 따서 일본에서도 가무루치(カムルチー)라고 불렀으면서도 왜 한자로는 뇌어(雷魚)라고 적었던 것일까?
이에 대한 유래는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으나 천둥이 쳐도 먹이를 놓지 않는 공격적인 습성에서 유래한 것이라고도 하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습성이 흡사 어뢰(魚雷)와 같다고 해서 이것을 뒤집어 뇌어(雷魚)라고 이름 붙였다는 설도 전해지고 있다.
어쨌거나 일본에 서식하는 3종의 뇌어(雷魚)는 코우타이(コウタイ)가 30㎝, 대만가물치가 크다고 해도 80㎝ 정도인데 반해 한국의 가물치는 1미터를 넘기는 것이 많으니 단연코 챔피언을 먹은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미지: 오사카 부립연구소 홈페이지에서 캡처
위: 대만가물치, 아래: 가물치
가물치 낚시를 할 때는 챔질에 실패를 하더라도 계속해서 공격해오기 때문에 같은 포인트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주요한데 이것은 마치 외세의 침략에도 굴하지 않고 이어온 한민족의 모습과도 흡사하다는 다소 과장된 비유를 해보게도 된다.
전 세계에서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 19의 방역 모범국가로 세계의 찬사를 받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일본은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문득 일본의 가물치가 생각나 몇 자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