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무척추동물도감’에 나오는 살오징어에 대한 설명을 보면 “우리나라 전 연안에 서식하고 있지만 주로 겨울철 동해 연안에서 많이 어획되는 가장 대표적인 극동 해역의 오징어류”라고 되어 있다.
살오징어 어획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이고 그 다음이 우리나라가 뒤를 잇고 있는데 2011년 7월 25일 홋카이도 대학의 연구진이 살오징어 떼가 비행하는 모습을 촬영하는데 성공하여 2013년에 학술지 ‘Marine Biology’에 기고하면서 그 이름을 ‘Flying squid’라고 표기함으로써 ‘하늘을 나는 오징어’라는 영문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영문판 위키피디아에서는 ‘Japanese flying squid’라고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연구진에 의해 살오징어는 외투막 내에 물을 담았다가 힘차게 분출하는 힘에 의해 날아오르는 것으로 관찰되었는데 이때 지느러미와 다리는 비행기의 날개와 같이 양력을 얻을 수 있는 형태를 취하며 비행속도는 초속 8.8~11.2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학명이 ‘Todarodes pacificus’인 살오징어의 영문명은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이란 단어가 앞에 붙은 ‘Japanese common squid’를 사용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오늘의 주제인 불편한 진실에 해당한다. 2017년 2월 23일자 국방일보에 난 ‘모데미풀’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면 학명은 세계 공통으로 ‘국제 식물 명명 규약’이라는 까다로운 규칙을 따라서 만들어지므로 임의로 변경할 수 없지만 영어 이름은 바꿀 수 있어서 그동안 우리나라의 소나무를 ‘재퍼니즈 레드 파인(Japanese red pine)’이라 부르던 것을 ‘코리안 레드 파인(Korean red pine)’로 고쳤다는 기사가 나온다.
이것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산림청 국립수목원에서 실시한 ‘우리 식물 주권 찾기’ 사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주변해역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은 아직도 많은 수가 일본이란 수식어를 단 영문이름이나 중국이 앞에 붙은 채로 사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낚시업계와 낚시인들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국제게임피싱연맹(IGFA: International Game Fish Association)’이란 단체에서는 우리나라의 바다에서도 잡히는 어종들의 영문명에 대부분 일본이란 수식어를 붙여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국내에서조차도 사용하는 영문명을 일본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불편한 현실은 조금만 검색을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국방일보에서 “하지만 우리가 이 꽃을 몰라보고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면 식물 이름의 주권을 찾고자 하는 노력도 보람이 없으니 꼭 기억해주었으면 합니다.”라는 말로 기사를 맺고 있는 것과 같이 이제는 정부의 관련부서나 관련단체에서 이런 불편한 진실을 바로잡는 시도를 해야 함이 옳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낚시인들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일본어로 된 용어를 한글로 바꾸어 부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