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두고 먹었던 베이컨 에그(bacon and eggs)

죽음을 앞두고 먹었던 베이컨 에그(bacon and eggs)

베이컨과 계란프라이를 아침식사로 먹는 것은 이젠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지만 아일랜드에는 이와 관련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어느 날 한 농부의 아내가 베이컨을 굽고 있을 때 천장 대들보에 있던 닭이 알아 낳아 떨어져 베이컨의 기름에 빠졌다고 한다. 그리고 수도원에서 일을 마친 남편이 귀가하자 계란이 빠진 베이컨을 내놓았는데 그 맛에 감동한 남편은 그가 일하던 수도원에 이것을 얘기했고 수도원에 의해서 각지로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전설을 가진 베이컨 에그는 영국식 아침식사에서는 빠질 수 없는 음식이며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출격을 앞둔 조종사들에게 특별식으로 제공되었다.

영국은 1차 대전 당시 독일의 U보트에 의해 해상 수송로가 봉쇄되면서 식량의 수입이 어려워져 심각한 식량난을 겪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2차 대전이 발발하자 영국정부는 즉시 식량배급제를 실시하게 되었고 영국인들의 전통적인 메뉴인 베이컨 에그는 돼지고기와 계란의 증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쉽게 먹을 수가 없게 되고 말았다.

그러나 영국공군은 목숨을 건 출격을 앞둔 조종사와 승무원에게는 특별식으로 베이컨 에그를 제공했으며 때로는 사투(死鬪)를 벌이고 무사귀환한 조종사들에게도 제공하기도 했다고 한다.

전쟁이 아니라면 일상에서 흔하게 먹었을 음식을 목숨을 건 대가로 먹었을 그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1955년, 영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영화였던 댐 버스터(The Dam Busters)에도 베이컨 앤 에그와 관련한 장면이 나온다.

 

영화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댐을 폭파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주된 스토리인데 독일의 중공업을 마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댐을 폭파하기 위해 주인공 깁슨 중령이 지휘하는 아브로 랭커스터(Avro Lancaster) 폭격기로 구성된 617 비행중대가 출격을 앞두고 있을 때 여군이 “오늘 밤 출격하십니까?” 하고 질문하는 장면이 나오고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베이커 에그가 차려진 식탁이 나온다.

이미지는 영화 댐 버스터(The Dam Busters) 예고편에서 캡처

 

그런데 베이컨 앤 에그를 소개하는 국내 포털의 내용을 보면 “얇게 썬 베이컨을 2쪽 이상 따뜻한 프라이팬에 올려서 기름을 빼고, 그 기름이 뜨겁게 되면 달걀을 깨뜨려 터지지 않도록 서서히 튀긴다.”고 하는데 일반적인 영국식 요리법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영국에서는 베이컨을 먼저 굽고 기름이 나오면 베이컨을 건져낸 다음, 배어 나온 기름으로 계란프라이를 만들어 베이컨과 계란을 따로 담아내는 것이 일반적으로 2차 대전 당시 출격을 앞둔 조종사들이 먹었던 것도 이런 방법으로 조리한 것이었다.

아래의 사진들은 영국의 임페리얼 전쟁 박물관(Imperial War Museum) 홈페이지에 있는 것으로 첫 번째 사진은 1942년 10월 아브로 랭커스터(Avro Lancaster) 앞을 걷고 있는 영국공군 제106 비행중대원들의 모습이고, 두 번째 사진은 1943년 2월 출격에서 무사히 귀환한 영국왕실공군 제57 비행중대의 아브로 랭커스터(Avro Lancaster) 폭격기 승무원들이 베이컨 에그를 먹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