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을 맞은 주꾸미는 도다리와 함께 해수부가 선정한 3월의 수산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주꾸미의 손질방법’이란 글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주꾸미는 내장을 제거한 다음 요리를 한다. 물론 샤부샤부로 먹을 때도 마찬가지이고.
그래서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무엇 때문에 주꾸미의 내장을 먹지 않는지?’ 하는 이유를 알아볼까 한다.
주꾸미는 팔이 8개인 팔완목 문어과의 연체동물로 팔이 10개인 십완목의 오징어와 곧잘 비교되곤 하는데 문어의 내장은 드물게는 먹기도 하지만 문어과에 속하는 주꾸미의 내장을 잘 먹지 않는 이유는 그 양이 너무 적다는 것도 한 가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주꾸미를 비롯한 문어과의 먹이활동과 오징어의 먹이활동을 보면 왜 문어과의 내장은 잘 먹지 않는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오징어의 수영속도는 시속 40㎞인 반면, 문어는 시속 15㎞ 정도로, 속도의 차이는 먹이활동의 차이로 이어져 속도가 느린 주꾸미는 바닥에서 기어다니는 것처럼 움직이며 먹이활동은 주로 조개껍질이나 바위틈 등에 숨어서 먹잇감을 잡아먹는데, 빠르지 않기 때문에 주된 먹이가 갑각류나 조개류와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헤엄치는 속도가 빠른 오징어는 ‘무늬오징어의 먹이습성’에서 살펴본 것처럼 주로 어류와 갑각류를 잡아먹으며 생선이나 새우의 머리부분을 V자 형태로 물어뜯듯이 죄어 즉사시킨 다음 먹는 반면, 주꾸미를 비롯한 문어과는 붙잡은 먹이를 독성이 있는 타액을 주입하여 마비시킨 다음 잡아먹는 차이를 보이는데 이것이 주꾸미를 비롯한 문어과의 내장을 잘 먹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오징어가 먹이를 먹는 모습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도 청산가리의 10배에 달하는 독성을 가진 테트로톡신을 지닌 파란고리문어가 발견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독성이 약할 뿐이지 모든 문어는 독성을 지니고 있으며 주꾸미 또한 마찬가지다.
문어과의 두족류가 가지고 있는 독성은 주로 침샘에서 분비되는 것으로, 대표적인 것이 티라민(tyramine)과 세팔로톡신(Cephalotoxin)으로 갑각류를 순식간에 죽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내장에도 들어있다.
만일 이 독을 사람이 먹게 될 경우에는 사망에까지 이르지는 않지만 마비나 통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하며, 길면 1~3주까지도 그 고통이 지속된다고 하는데 이것이 주꾸미 내장을 먹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오징어와는 달리 주꾸미는 먹물주머니를 분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점도 원인인데 오징어의 먹물주머니는 첫 번째 사진과 같이 쉽게 분리할 수 있는 반면 두 번째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주꾸미를 비롯한 문어과의 먹물주머니는 내장의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꺼내기가 쉽지 않은 것도 한 가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오징어도 먹을 수 있는 내장은 간과 먹물주머니 정도이지 그 외엔 먹지 않는 것이 좋으며 특히 ‘절대 날것으로 먹어서는 안 되는 오징어의 부위’에서 강조한 정포는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주의하여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