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육상자위대가 전차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
현재 일본의 육상자위대가 보유하고 있는 전차는 74식, 90식, 10식의 3가지인데 그 중 1975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74식 전차는 당시에는 “세계최고의 성능”이라고 자랑을 했지만 이미 퇴역한 미국의 M60A3보다 뒤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제3세대 전차라고 하는 90식 전차도 전혀 개량되지 않고 있는 상태이고 그나마 최신형이라고 하는 10식 전차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왜 일본은 전차의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일까? 이제부터 그 이유를 한 번 들여다보자.
먼저 그동안 자위대가 전차의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일본헌법 제9조의 “교전권, 정규군 보유의 금지” 조항과, 자국 내의 방어만을 수행한다는 “전수방위”의 원칙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법률적 규정과 원칙에 의해 자위대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리적 범위는 일본의 영토 내로 국한되었는데 아베정권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까지 개정하여 군사활동의 영역을 해외로까지 확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자위대의 활동영역이 해외로까지 확대되는 것과 전차를 개발하는 것과는 무슨 연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대전의 양상을 먼저 이해하여야 한다. 미국이 세계최강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로는 막강한 10개의 “항공모함타격단(Carrier strike group)”과 9개의 “원정타격단(Expeditionary Strike Group)”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우선 항공모함타격단의 주요 목표는 적국의 제공권과 제해권을 확보하는 것이며 개전 초기에 최대한 군사적인 압박을 가함과 동시에 적국에게 정치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항공모함타격단은 적국의 영토를 실효적으로 점령할 수는 없다는 단점이 있다. 다시 말하면 지상군이 상륙하여 영토를 점령하여야만 하는 마지막 단계를 실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운용되는 것이 해병원정대가 소속된 원정타격단인 것이며 이번에 홍콩에 입항을 거부당한 미국의 와스프함이 바로 “와스프원정타격단”의 기함인 USS와스프(LHD-1)이다.
이런 항공모함타격단과, 원정타격단을 구성하고 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항공모함(또는 강습상륙함) 단독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국이 항모를 개발하였다고 해도 전력에서는 미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 현대전의 개념을 이해하였으니 다시 일본 육상자위대의 전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일본의 육상자위대는 2018년 5월말 현재로 약 640대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는 전차의 1/4,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것에는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이다.
74식 전차
90식 전차
10식 전차
일본의 육상자위대가 이처럼 적은 숫자의 전차를 보유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못한다는 전수방위(專守防衛)의 원칙과 함께 이전까지의 자위대의 작전개념은 본토에 적의 지상군이 상륙하기 전에 하늘과 바다에서 섬멸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지상전에 필요한 장비보다는 제공권과 제해권을 장악하는데 필요한 함정과 항공기의 증강에 더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 주된 이유이다.
이러한 자위대의 작전개념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미쓰비시 F-2” 기종을 들 수 있다. 일본이 도입하려던 F-16은 대함·대지미사일을 탑재하는데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는데 일본의 작전개념으로는 적의 지상군을 공격하는 기능보다는 함정을 공격하는 능력을 극대화시킨 기종이 더욱 적합하였기 때문에 무수한 잡음과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대함미사일 4기를 탑재할 수 있는 F-2를 개발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F-16을 기반으로 대함능력을 키운 까닭에 F-2의 제원은 F-16보다 크고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고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탄소섬유를 사용하여 무게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F-2는 F-16보다 무게는 1.3톤가량 무거워지고 길이는 0.7미터, 폭은 1.3미터, 높이는 0.16미터가 크게 제작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는 중국의 군사력이 비약적으로 커지고 제공권을 장악하는데 필수적인 항공기도 스텔스기를 개발하는 등 일본의 능력을 능가하기에 이르게 될 뿐만 아니라 일본의 “미쓰비시 F-2”를 겨냥한 순항미사일과 대공미사일을 차례로 배치하게 됨에 따라 일본은 6세대 전투기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중국의 스텔스기 J-20
이처럼 일본이 독자적인 스텔스기의 개발에 나섰다는 것은 아시아지역의 군사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일본의 언론에서도 “현대 국제사회에서는 다른 나라가 일본을 침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며 그러한 움직임을 억제하고 일본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차를 비롯한 장비의 충실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중국의 지상군이 일본의 본토에 상륙할 것에 대비한 작전의 수립이 필요하고 이 작전에는 반드시 전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내용 중 더 격한 것을 보면 “만일 자위대가 적의 전차보다 우수한 전차의 개발에 나서지 않는다면 일본을 침략하는 적에게 전멸당할 수도 있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군사력과 관련한 언론의 보도는 아직도 “미군최고”, “미국장비 최고” 일색임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내면은 이미 중국을 이길 수 없다는 패배감이 싹트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라 중국군의 본토상륙에 대비하여 전차의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기는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이제까지의 자위대의 작전능력과는 다른, 육상자위대의 화력을 증강시키는 방향으로의 선회는 불가피해 보인다는 것이다. 더욱이 2018년 현재 퇴역이 진행 중인 74식 전차의 공백을 10식 전차로 충족시킬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아무런 결정이 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F-2의 후계기종인 스텔스기 F-3의 개발을 중단하게 된 이면에는 비용적인 문제와 함께 육상자위대의 화력을 키우는 문제도 고려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그것은 아베로서는 미국에도 꼬리를 흔들면서 자위대의 화력도 증강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절묘한 수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