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대신 무한궤도를 장착했던 폭격기
여러 개의 강판(鋼板)조각을 벨트처럼 연결하여 바퀴로 사용하는 캐터필러(caterpillar)는 무한궤도라고도 하는데 군용장비 중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전차와 장갑차 등이 있다.
그런데 군용기들 중에는 바퀴 대신 무한궤도를 장착한 것들이 있었고 지금도 알래스카의 설원에서 이착륙에 사용하기 위한 캐터필러(caterpillar)가 개발 중에 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무한궤도를 장착했던 군용기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알아보자.
군용기의 착륙장치(landing gear)를 캐터필러(caterpillar)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1930년대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고부터였다.
2차 대전에서 미국은 4발 엔진의 대형 폭격기를 많이 운용하였는데 증가하는 기체의 중량 때문에 보다 길고 잘 정비된 활주로가 필요했으며 적의 폭격으로 손상된 활주로에서도 이착륙하기 위해서는 비포장을 달릴 수 있는 착륙장치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리하여 크리스티 서스펜션을 발명한 존 월터 크리스티(J. Walter Christie)는 1939년 11월 미국 공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헨리 아놀드(Henry H. Arnold)에 의해 더글러스 A-20 해벅(Douglas A-20B Havoc)에 무한궤도를 장착할 수 있는 설계를 의뢰받는다.
이 연구에는 미국의 굳이어(Goodyear Tire)나 파이어스톤(Firestone Tire)과 같은 타이어업체들을 비롯하여 영국의 다우티(Dowty Group)도 참가하여 1942년 2월에 설계를 마치고 6월에 시제품을 선보였지만 기존의 바퀴식에 비해 무게가 2배 가까이나 증가하여 활주로의 길이가 15% 이상 더 필요하게 되었다.
이후 비포장도로 뿐만 아니라 설원과 얼음 위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는 연구가 계속되었으나 A-20 해벅을 이용한 무한궤도 착륙장치의 시험은 1947년 8월에 끝나고 만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파이어스톤(Firestone Tire)은 1943년 6월, 커티스 P-40 워호크(Curtiss P-40 Warhawk)를 모래사장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착륙장치의 개발계약을 맺고 1944년 2월에 테스트를 진행했으나 추운 날씨 때문에 벨트 사이에 얼음이 끼는 등의 문제로 추가시험을 하기로 하고 보관하던 중 손상되어 종료되고 만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A-20 해벅을 이용한 개발을 계속했던 것과는 별도로 페어차일드와 보잉에도 캐터필러 방식의 착륙장치 개발을 의뢰하였는데 1945년 페어차일드의 항공부문을 담당하던 부서는 페어차일드 C-82 패킷(Fairchild C-82 Packet)을 사용하여 무거운 수송기에도 사용할 수 있는 캐터필러 방식의 착륙장치에 대한 연구에 착수하게 된다.
그리고 1949년 4월부터 착륙장치를 교체한 C-82 패킷(C-82 Packet) 10대가 납품되었지만 시험과정에서 고장이 속출하고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정식 채용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중단되고 만다.
끝으로 보잉의 경우에는 애초에 B-50에 장착하기 위한 예비단계로 B-29에 캐터필러 방식의 착륙장치를 장착한 시험을 할 수 있도록 신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굳이어에 날개 부분을, 파이어스톤에 기수부분의 장치를 하청주고 개발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굳이어는 높은 하중을 견딜 수 있는 벨트 제작에 실패하여 시속 70마일 이상에서는 쓸 수도 없었고, 파이어스톤에 맡겼던 것도 시험비행에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게다가 C-82와는 달리 B-50에 장착했던 캐터필러는 안으로 접어넣을 수 없는 고정된 방식이어서 기체하부에 있는 기관총의 사격을 방해하는 치명적인 단점도 가지고 있어서 1950년 1월 계약만료와 함께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끝나게 된다.
그러나 캐터필러에 꽂혀서였는지는 몰라도 미공군은 대형 폭격기인 콘베어 B-36 피스메이커(Convair B-36 Peacemaker)의 착륙장치도 대체하기 위한 시험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1950년 3월 26일, 처음으로 시험비행에 나서지만 이것이 마지막 비행이 되고 캐터필러 방식의 착륙장치는 개발자체가 중단되고 말았다.
시험비행 중인 XB-36
개발이 중단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형폭격기의 항속거리가 증가하면서 전선(戰線)에서 이착륙하지 않아도 된 점과 내구성과 정비 및 비용의 측면에서 바퀴가 훨씬 경제적이었던 것이 캐터필러 방식의 착륙장치 개발이 중단된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