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재(랍스터)의 나이가 140살이나 된다구요?

바닷가재(랍스터)의 나이가 140살이나 된다구요?

2009년, 미국 뉴욕에서는 조지라고 이름이 붙은 랍스터(lobster)를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인 페타(PETA: 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에서 바다로 돌려보낸 일이 언론에 보도되었던 적이 있었다.

조지(George)란 이름의 바닷가재는 공교롭게도 미국의 전 대통령 조지 H. W. 부시의 별장이 있는 곳에서 1마일도 채 떨어지지 않은 메인주의 케네벙크포트(Kennebunkport)의 바다로 돌아갔는데 포획된 곳은 캐나다의 뉴펀들랜드 해안이었다고 한다.

바닷가재 1마리가 언론에 기사화되고 동물보호단체의 구명활동을 불러온 이유는 추정되는 나이가 140살이나 되었기 때문이었다.

몇 년 전 일본에서는 랍스터는 죽지 않는다는 설(說)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거기에 덧붙여 바닷가재는 내장도 탈피를 한다는 얘기들이 퍼져나갔던 일이 있는데 이런 일련의 뜬소문들이 탄생한 배경에는 바닷가재의 수명이 길다는 사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갑각류는 삶거나 찔 때 고통을 느낀다”는 제목으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2019년 영국 노동당에서는 공약으로 랍스터를 산 채로 조리하지 못하게 하는 법의 제정을 내걸기도 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이런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랍스터를 포함한 갑각류를 조리할 때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 느끼도록 하는 방법으로 요리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다시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바닷가재의 수명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자.

바닷가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여러 번에 걸쳐서 탈피를 하는데 일본에서 퍼진 낭설(浪說)처럼 내장을 탈피하는 것은 아니고 단지 탈피를 마친 껍질에 내장의 흔적이 있었던 것에서 번진 것으로 판단이 된다.

바닷가재는 입에서부터 위와 창자 및 항문이 연결되어 있는데 이것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은 탈피를 할 때 소화기의 외벽이 붙어있는 경우가 있고 바로 이런 점에 근거하여 랍스터는 모든 장기를 새롭게 바꾸면서 살아간다는 터무니없는 얘기가 떠돌았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탈피를 반복하는 랍스터는 다른 생물에 비해 노화가 느리고 오래 살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그 이유는 바로 세포가 분열을 할 때 DNA 말단 부분에서 일어나는 손상의 복구를 돕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스(telomerase)의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생물의 몸에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그 길이가 짧아지면서 세포가 점점 노화되어 죽게 되는 텔로미어(telomere)라는 것이 있는데 텔로머레이스(telomerase)가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이는 활동을 하기 때문에 이것의 활동이 활발한 바닷가재는 노화가 느리게 진행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꽃게도 탈피를 합니다”란 글에서 알아본 것과 같이 바닷가재도 탈피를 하고 난 직후에는 외적의 표적이 되기 쉬워서 죽는 경우도 많고, 나이가 많을수록 탈피를 할 때 사용하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탈피하는 도중에 죽는 탈피부전도 많이 일어난다.

따라서 뉴욕에 있는 시티 앤 크랩 시푸드(City Crab and Seafood)에서 발견된 140살로 추정되었던 랍스터는 수많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온 것이었기에 페타(PETA)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메리칸 랍스터와 유럽 랍스터로 나눌 수 있는 랍스터는 특히 유럽 랍스터가 고급으로 평가받고 가격도 높은데 평균수명은 70년 정도로 알려져 있고 캐나다의 뉴펀들랜드에서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에 걸쳐 넓게 서식하는 아메리칸 랍스터의 크기는 유럽 랍스터보다 크지만 수온이 낮은 지역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성장은 유럽산에 비해 느려서 같은 크기라면 아메리칸 랍스터의 나이가 훨씬 많다.

페타(PETA)의 회장인 잉그리드 뉴커크(Ingrid Newkirk)에 따르면 바닷가재의 나이는 체중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하며 9㎏이나 되었던 조지(George)는 140년 정도 산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요즘은 대형 유통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바닷가재는 예전에 비해 접하기 어려운 식재료가 아니다.

그러나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탈피를 하면서 살아온 랍스터의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본다면 요리할 때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 느끼도록 해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